개시오입開示悟入

2010. 8. 7. 10:2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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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示悟入

 

 

“불성은 본래 항상하며 청정하다”

몸과 마음은 닦아야 하겠지만

성품자리는 보면(見) 되는 것

 


 

지리산 화개동(花開洞)에는 지금 화엄(華嚴)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매화로 시작해서 노오란 꽃이 소박한 산수유, 그리고 때 이른 벚꽃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꽃이 만발하여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매화로 시작해서 꽃이 질 녘에 산수유, 또 산수유가 질 녘에 벚꽃, 이런 순서로 피고 지는 것인데, 올해에는 날씨 탓인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나고 있다. 여기에 진달래, 개나리까지 합세하니 그야말로 갖가지 꽃으로 장엄한 세계를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봄꽃들의 특징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는 데 있다. 그야말로 앙상한 가지에서 화려한 꽃을 먼저 피워내고 잎사귀는 나중에 파릇파릇 돋아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불교의 화엄이나 선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먼저이고 수행이 나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수행이라는 인(因)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과(果)를 성취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잎사귀가 먼저 나고 나중에 꽃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하지만 봄꽃들처럼 꽃이 먼저 나고 잎사귀가 나중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깨달음의 꽃을 먼저 피우고 수행의 잎사귀가 나중에 달릴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오시기 전까지 사람들은 수행이라는 인(因)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과(果)를 이룬다고 하는 상식적인 견해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부처님이 오셔서 불성자리를 활짝 열어보이심으로써(開示) 신속하게 깨달아 들어갈 길이(悟入) 열리게 된 것이다.

불성은 본래 항상 하며 청정하다. 따라서 바로 지금 여기서 한 생각 쉬어주기만 하면 그대로 깨달음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선가의 대표적 어록인 〈마조록〉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도는 닦는 데 속하지 않는다. 닦아서 체득한다면 닦아서 이루었으니 다시 부서져 성문(聲聞)과 같아질 것이며, 닦지 않는다 하면 그냥 범부이다.”

결국 ‘도는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道不用修)’는 것이다. ‘깨달음의 세계(無生法忍)는 본래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어서 도를 닦고 좌선할 필요가 없으니 닦을 것이 없고 좌선할 것도 없는 이것이 바로 여래의 청정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조 홍인스님의 수제자였던 신수대사는 말했다.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의 토대, 때때로 부지런히 닦아서,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 하라.”

이는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닦아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육조스님은 이를 비유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토대가 아니네. 불성은 항상 청정하거늘, 어느 곳에 먼지가 끼겠는가?”

나무와 거울은 몸과 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몸과 마음은 생멸하는 것이다. 생멸하는 몸과 마음을 붙잡고 불생불멸자리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보다 근원적인 것은 성품이다. 불생불멸의 성품이야말로 상청정(常淸淨)이기 때문에 닦을 필요조차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몸과 마음은 닦아야 하겠지만, 성품자리는 ‘보면(見)’ 되는 것이지 닦을 것이 아니다. 깨달음은 태초에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정하여 본래 그러한데, 어찌 산하대지가 홀연히 생겨났을까?”

 
 
- 불교신문 -
 

 

           

              

 

       * 한계령 / 시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신영옥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