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지켜보라 / 법상스님

2010. 10. 17. 21:3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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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지켜보라 / 법상스님

      하루에, 매 순간순간에,끊임없이 올라오는

      무의미한 생각들을 가만히 지켜보라.

      그 생각들에 붙잡혀 우리 마음은 즐거웠다 괴로웠다,

      우울했다 들떴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전혀 실체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마주잡이로 뿜어올라오는 것들일 뿐이다.

       

      마음을 지켜보라.생각을 지켜보라.

      그리고 감정을 지켜보라.

      하루 중 우리 감정은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좋았다가 나빴다가,들떴다가 가라앉았다가...

      그러나 그 감정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건 생각에 에너지를 실어 주고,공연히 밥을 주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내버려 뒀기 때문에,

      그 생각이 공연한 감정의 진동을 가져온 것일 뿐이다.

       

      생각을 하지 말라. 생각을 놓아버리라.

      생각에 에너지를 보태지 말라.생각에 밥을 주지 말라.

      그러나 생각이 올라온다. 생각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없애려고 애쓰면 애쓸수록,끊어버리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생각은 더 계속해서 지속된다.

      그러니 생각을 끊어 없애려 하지 말고,

      다만 지켜보기만 하라.

       

      어떤 생각이 올라오고 있는지,그래서 나를 어떤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지,내 감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내가 그 생각에 얼마나 휘둘리고 살아가는지를

      있는그대로 잘 지켜보기만 하라.

       

      내가 얼마나 생각에 휘둘리며,이리로 저리로 줏대없이

      끄달리고 살아왔는지를 분명히 보게 되는 순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 생애를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삶을 그러면서 허우적대며 살아왔다.

      억울하게도...

       

      하루 중 내 마음에, 내 감정에, 내 느낌에

      어떤 변화가 생겨났다면,바로 그 때가

      내 안에 어떤 생각들이 일어났으며,어떤 생각들에

      힘을 보테줌으로써 그 생각이 활개를 치도록 만들었는가를

      지켜보아야 할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된다.

       

      평상심,고요한 파장이 급격히 진동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지켜보라.

      평범했다가, 바로 그 평상심이 무너지고,

      감정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바로 그 순간을 지켜보라.

       

      내 삶은 내 스스로 지킬 수 있다.

      외부에, 생각에 이리 저리 휘둘려

      노예처럼 이끌리는 삶을 청산할 수 있다.

      그 힘이 내 안에 있다. 지켜봄 안에 있다.

       

      수행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지 말라.

      다만 일어나는 생각을 지켜보라.

      생각을 지켜보다 보면,생각이 놓여진다.

       

      무심, 무심의 순간이 깃든다.

      무심이 되면,미래도 없고 과거도 사라진다.

      들뜨는 것도 가라앉는 것도 놓여진다.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도 놓여진다.

       

      다만 오직 지금 이 순간,평범하고도 평이하고,

      평화로운 그냥 지금 이 순간을 가볍게 살아가게 된다.

       

      전혀 무겁지 않게, 전혀 심각하지 않게,

      전혀 앞일을 걱정하지 않고서도,

      그냥 그냥 아주 평화롭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그냥 저냥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비로소 여여한 여법한 삶이 시작된다.

       


             

             

            [항등원(恒等元)-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수학에는 항등원(恒等元 ,Ident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항등원이란 어떠한 연산

            (演算,operation)을 가해도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수학적 원소를 말합니다.

             

            가령 덧셈의 경우에는  '0'이 항등원입니다. 0 은 어떤 숫자에 더해도 그 숫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0을 수만 번 더해도 숫자는 그냥 그대로일 뿐입니다.

             
            또 곱셈에서는 숫자 '1'이 항등원입니다. 1은 아무리 곱해도 숫자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수만 번을 곱해도 수는 그냥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리 조작(?)을 해도 상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수학적 원소를

             '항등원'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자리'에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현대수학과 물리학에는 '군론(群論, Group Theory)이란 것이 있습니다.

            저는 문외한이라 자세한 것은 전혀 모르지만, 군론이란 이론이 없었다면 현대의

             입자물리학은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라 할 정도로 현대물리학에서 중요한 이론이라 합니다.

             

            군론이 있었기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소립자를 예견하고 또 실지로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 군론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군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항등원의 존재가 필수'라고 합니다. 항등원이란 개념을 알 수 있었기에 현대수학,

            또 현대물리학은 군론을 만들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항등원이란 불교적으로 말하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즉 '무위(無爲)의 세계'

            입니다. 불교적 관점에서 이 세계는 '무엇이 일어나는 세계'가 있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가 있는데, 전자를 '유위법(有爲法)'의 세계, 후자를 '무위법(無爲法)'의 세계라

             부릅니다. 항등원은 그러니 '무위의 세계'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유위의 세계는 생사거래, 생멸, 흥망성쇠가 물결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행복도 불행도 슬픔도 기쁨도 께 난무합니다.

             

            그 반면 무위의 세계는 그러한 것이 없는 세계입니다. 생사(生死)도 거래(去來)도 행복도

             불행도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인위적인 그 모든 것이 없는 세계가 무위의 세계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이기도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란,  '모든 것이 일어나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단지 이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무심히 지내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무위의 세계 소식이, 현대에 와서 '항등원'이란 모습으로 우리에게

            그 일부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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