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빠지면 태극호는 사분오열될 것이다

2010. 12. 17. 19:46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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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빠지면 태극호는 사분오열될 것이다

스포츠조선 | 노주환 | 입력 2010.12.17 14:02 | 수정 2010.12.17 18:08


◇태극전사 박지성 스포츠조선DB

 지금 시점에서 박지성(29·맨유)이 A대표팀에서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마디로 한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 꼴이 될 것이다. 상대가 약체일 때는 박지성이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 이란 정도의 팀을 상대할 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미 한국축구는 박지성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경기 결과와 경기력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박지성이 함께 했을 때 승승장구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박지성이 없었을 때 한국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코엘류 감독 시절인 2003년 10월 베트남과 오만에 각각 0대1, 1대3로 연패할 때 박지성은 없었다. 2004년 3월 몰디브와 0대0으로 비겼을 때도,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굴욕적인 0대3 완패당했을 때도 그는 없었다.

 주장 박지성의 존재 유무에 따른 A대표팀의 성적도 차이가 있었다. 박지성이 2008년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처음 주장 완장을 찬 후 한국은 18승10무8패를 기록했다. 그 중 박지성이 합류하지 못한 12경기에서 5승4무3패를 했다. 박지성이 있을 때 승률이 54%, 없을 때는 42%를 기록했다. 승률이 10% 이상 차이가 났다.

 박지성이 뛴 올해 한-일전(5월 24일 2대0 승)과 뛰지 않은 한-일전(10월 12일 0대0 무)의 결과는 확연히 엇갈렸다. 박지성은 남아공월드컵 직전 일본과의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박지성이 이끈 한국은 일본을 전반적으로 압도했다. 박지성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전체 경기를 지배했다. 한국은 볼점유율(45% < 55%), 패스성공률(65% < 75%)에서 일본에 뒤졌지만 경기 결과와 내용 모두 완승을 거둔 한판이었다.

 4개월이 흐른 뒤 오른무릎 부상으로 박지성이 결장한 한-일전에서 태극호의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일본의 강한 압박을 풀지 못했다. 대신 들어간 윤빛가람 등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일본을 능가하지 못했다.

 박지성이 현재 A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기분석 데이터에서 잡히지 않는 부분이 크다. 그동안 박지성의 진가는 까다로운 상대와의 비중있는 경기에서 발휘됐다. 박지성의 돈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 큰 경기에서 빛났다. 이청용 기성용 염기훈 등은 주장 박지성을 우상 처럼 떠받들며 팀플레이로 뭉쳤다. 박지성과 함께 뛰면 다른 선수들까지 편안함을 느낀다고 할 정도였다. 박지성은 선수들 사이에서 '믿을 구석'이었다.

 만약 박지성이 빠질 경우 태극전사들은 상당기간 정신적으로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지성이 주장을 맡으면서 대표팀 내 선수들간 잡음이 정리됐다. 국내파와 해외파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에 대한 얘기도 쏙 들어갔다. 박지성이 사라지면 선수들은 구심점을 잃고 서로 잘 났다고 도토리 키재기식 자존심 경쟁을 벌일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