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잊고자/한용운

2011. 3. 26. 13:0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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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잊고자

                                       한용운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자 하여요
잊고자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힐까 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아 볼까요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 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 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여요

 

구태여 잊으려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여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괴롭습니다

 

 

 

심심한 날 양지쪽 거실에서 사랑초 화분 하나를 탁자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살펴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사랑초 꽃이 이렇게 많이도 피었는데, 우리집에는 사랑이 가득한지 어쩐지 ...휑 하기만 합니다

사랑초 붉은 잎과 아주 연한 분홍꽃이 잘 조화되기에 올해 벌써 두번째로 사진을 찍어 줍니다

 

 

 

꽃만 보기 좀 뭐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사랑시인 한용운님의 시를 한 수 꺼내 읽습니다

역설과 반어의 명수인 만해님의 시를 읽으며 나는 그분의 시를 애국시로 이해하고 싶지 않고 순수한 사랑시로 읽습니다.
잊고자 한다는 것은 반대로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의 역설이고, 말아 볼까요, 내버려 두어 볼까요...하고 시치미를 뗀다 한들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음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하니 이보다 더 간절한 사랑의 시가 어디 있을까

 

 

 

누구나 화분 몇 개쯤은 가지고 있겠지요?

햇살이 잘드는 창가나 거실에서 이렇게 들여다 보는 것도 재미 있습니다, ㅎㅎ... 검은 배경은요,

제가 가끔 쓰는 방법인데, 멀치감치 검은 겨울 코트를 하나 걸어 놓고, 그 방향으로 찍으면 그만이죠

저는 실은 이런 검은 배경을 싫어합니다,베란다 배경이 지저분해서 부득이  쓰는 것이지요

<2011.3.22.>

 

 

 

 

 

 

 

 

 

 

 

 

 

인생은
긴 여행과도 같습니다.
생명이 탄생하여 죽음으로 끝이 나는
약 7-80년의 유한한 여행
그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나의 영원한 집이 아닙니다.
얼마동안 머무르다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한때의 여인숙입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육체의 장막은
나의 영원한 몸이 아닙니다.
얼마 후에는 벗어 놓아야 할
일시의 육의 옷이요
죽으면 썩어버리는
물질의 그릇에 볼과 합니다. 

우리는 지상의 나그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죽음 앞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죽음에서 도피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떤 이는 행복한 여행을 하고
어떤 이는 괴로운 여행을 하는가하면
어떤 이는 즐거운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짐승은 사람의 길을 갈 수 없고
사람은 짐승의 길을 가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인간의 양심과  체면과
도리를 저버리고 짐승처럼
추잡하고 잔악한 행동을 할 때
그는 짐승의 차원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춘하추동의 네 계절의 순서는
절대로 착오가 없고 거짓이 없습니다.
봄 다음에 갑자기 겨울이오고
겨울 다음에 갑자기 여름이 오는 일은 없습니다.

 

우주의 대 법칙
대자연의 질서에는
추호도 거짓이 없고 부조리가 없습니다.

옷이 나의 몸에 맞듯이
남을 사랑하는 것이며
참되고 거짓이 없는 것이요

 

진실무망 한 것이며 사리사욕을 버리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며
꾸밈이 없이 소박하며 굳센 것입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설자리를 알고
나의 나아갈 길을 알고
나의 분수를 알며
나의 실력을 알고

 

나의 형편과 처지를 알고
      나의책임과 본분을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