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6. 13:21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강물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
나와 남을 위한 일 착하다 해도
생사윤회의 원인이 되나니
솔바람 칡덩굴 달빛 아래서
길이 무루(無漏)의 조사선을 관할지어다.
[자경문 8. 莫交世俗 英他憎嫉 막교세속 영타증질]
마음 속에 애착이 떠난 것을 ‘사문’ 이라 하고,
세속에 연연하지 않는 것을 ‘출가’ 라고 한다.
불교에서 출가자를 뜻하는 ‘사문’ 이란 본래 범어인
‘슈라마나’를 음역한 것으로서,
마음이 쉰(息心) 사람을 의미한다.
마음이 쉬었다는 것은 애착심에서 벗어남을 말한다.
애착하게 되면 머무르게 된다.
마치 바닥에 강력접착제를 발라놓고 발을 디디면
그 자리에 달라 붙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애착은 머무름을 낳는다.
시간과 공간과 대상에
머무르는 것은 무언가 애착이 남아서이다.
이와 반대로 애착하지 않음은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대상에 머무름 없이 항상
‘바로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다.
섬진강 물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특정한 시간이나 특정한 장소
혹은 특정한 대상에 머무르는 바가 없다.
아니 특별히 중요한 시간이나
특별히 중요한 장소 혹은 특별히
밉거나 고운 대상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다.
항상 바로 지금 여기야말로 ‘영원의 지금’ 이다.
‘지금’ 을 떠나서 ‘영원’ 은 없다.
‘여기’ 를 떠나서 ‘천국’ 은 없다.
설혹 있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했더라도 거기에
생각이 머무르게 되면 생사윤회의 원인이 된다.
머무르는 바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애착하고 있는 것이며,
애착은 윤회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대상에 애착하지 말고
‘지금 여기’ 를 살아라!
말하자면 좋은 일은 흰 구름이요,
나쁜 일은 먹구름이다.
구름이 일어나면 어디선가
모여져서 빗물이 되어 뿌려지고,
다시 하천으로 모여져서 증발하여 구름이 일어난다.
한 마디로 돌고 도는 것이다.
난타비구는 출가하기 전에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있었다.
출가한 이 후에도 아내 생각에 수행이 되지 않았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정원으로 데려가
늙고 추한 원숭이를 보여 주며 물었다.
“ 이 원숭이와
너의 출가 전 아내는 누가 더 아름다운가? ”
“ 제 아내는 이 지방에서도 최고의 미녀입니다.
하물며 늙고 병든 원숭이 따위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
얼마 후 부처님께서 난타를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가셨다.
한 천상에 가니 500명이나 되는 절세의 미녀들이
누군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난타비구가 출가해 수행을 하고 있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는 것이었다.
다시 부처님이 물으셨다.
“너의 아내와 천상의 미녀들 중 누가 더 아름다운가? ”
“그것은 마치
원숭이와 나의 아내를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가 수행을 열심히 한다면
그 천상에 태어남을 보증하셨고,
난타는 마침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하지만 그는 윤회에서 초탈했기 때문에 천상에
태어나는 것조차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게 되었다.
수준이 바뀌면 관심사도 바뀌는 것이다
<< 참회기도는 자신의 운명을 바꾼다. >>
◇ 저녁예불을 마치고 여느 때처럼 컴퓨터를 켜고 메일 온 것을 보는데
“스님의 글을 읽으니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라는 글귀를 보고 몇 일 전
상담을 해준 한 여성분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여성분은 현직 여교사인데 나이가 서른둘인 데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쌓여 있었습니다.
다음은 그녀의 답장 내용입니다.
◇ “스님의 글을 읽으니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정말 하나하나 맞아 떨어지는 말씀과...
이기심과 오만에 가득차 남한테 지고는 못살아 아둥바둥 살아온 제가
무척 원망스럽네요..
다 맞는 말씀입니다.
제 것을 주지도 않았으면서 주지 않는 남만 탓했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바랬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언젠가 부터 저는 종교를 믿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되면서부터 경쟁 속에 사느라 현실적이 된 거죠..
아무도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오직 저만 믿고 살았습니다.
절에 들러 불공을 드리시는 어머니를 절 앞까지 태워다 주면서도
따라 가지 않았고,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는 친구들을 맘속으로
비난하며 살았습니다.
예전엔 참 정 많고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순한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오만해졌고 욕심이 가득차 남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존심도 세어서 이런 욕심에 가득찬 제 자신을 제가 제일 잘 알면서도,
아닌 척 행동했습니다. 진실을 숨기고 너그러운척 행동했습니다.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더욱 급해지는 성격에 무척 예민해졌는데...
아쉽게도 남의 눈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편이라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만 알고 있었던 저의 단점을 스님께서 짚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이젠 베풀며 살겠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한 나눔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이해와 양보로 타인의 마음이 열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생의 멘토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시간날 때마다 가까운 절에 들러 불공을 드려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겠습니다.
저처럼 앞만 보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이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그동안 삼년동안 인터넷을 통해 위와 같은 [인생상담]을 수많이 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가슴에 저리도록 자신을 반성하고, 인생을 보람되게 다시
살기로 다짐을 하는 답장을 보내 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100명중 2~3명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 한사람이라도 세세생생 이어 온 자신의 업을 깊이 반성하고 참회하여
자신도 살리고 남도 살리는 성숙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볼 때
거룩하고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하고자 상담 신청을 하는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데 인색하였습니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는 자체가 업보인데, 그 인과법을 믿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업장 소멸 기도를 해보려고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원성취를 하기만 바랍니다. 또 기도를 조금
해보고는 효과가 없다고 투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힘들이지 않고 쉽게 어려움을 해결해 보려고 이곳저곳 다니며
기웃거리고 있습니다만 결국 자신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본성은 본래 청정하고 순수하며 고요합니다.
그 청정하고 순수하고 고요한 속에서 나오는 마음은 지혜롭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에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불길이 일어나면
지혜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마음, 분노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이 온통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맙니다.
그다음에는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되어 결국 극도의 이기주의자가 되어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탓이라 원망하며 고통스러워
합니다. 또 자신의 욕심이 아주 큰 것을 합리화하여, 자신의 소망이 크고
위대하다고 바꾸어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들은 자신의 아들은 귀하면서 남의 귀한 딸인 며느리를
싫어합니다. 또 자신의 딸은 사위에게 큰 소리치고 살라고 하고, 대신 자기
아들은 며느리에게 큰 소리치고 살라고 가르칩니다.
그러한 교육을 받은 젊은 부부는 어려움이 발생하면 서로를 미워하고
상대 탓이라고 원망하며 고통스러워합니다.
또 노력도 하지 않고 대가를 크게 바랍니다.
자신은 사랑을 많이 주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의 큰 사랑을 바랍니다.
어려운 일은 하지 않고 쉬운 일 하기를 바라며, 일하지 않고 놀면서
부모가 돈 안준다고 부모를 원망하며 돈 없다고 한탄 합니다.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고 자식만 잘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은 열심히 기도를 하지 않으면서 절이나 교회 다녀도 아무 소용
없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모두 네 탓이 아니고 남 탓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것, 내 자식, 내 식구 등 온통 나에 집착할 뿐입니다.
◇ 그렇습니다.
만 가지 병은 바로 나에 집착하는 것에 있습니다.
인생에서 철이 든다는 것은 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오순도순 잘사는 마음을 내는 것이 무엇
보다도 중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 내 감정, 내 자존심만 고집하지 말고
남편감정, 아내감정, 내자존심, 상대방 자존심을 모두 생각하며
인내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먼저 내 마음이 편안해지며, 상대와 대립이 없게 됩니다.
마음이 평안해지면 지혜가 저절로 생겨나
온갖 일을 척척 잘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평안을 먼저 얻어야 합니다.
그리하려면 나라고 하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그 구체적인 방법은 참회에서 시작합니다.
세세생생 나에 집착하여,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어온 신구의 삼업을
먼저 정화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도의 시작은 참회기도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낮추면 숙세의 업장은 저절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면 인생살이에 대립이 없게되어, 자신의 운 흐름이 평생 좋게 됩니다.
결국 참회기도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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