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침묵/위선환

2011. 7. 1. 23:4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728x90

 


 

화엄사 목어

 

      목어 1 - 위선환 나무토막이었지만 껍질은 미리 벗겨두었고
      다음에는 아랫배를 열어서 속살을 죄다 파낸 그 다음이니 거죽도 속도 없이 그저 빈 것을 구태여 나무토막이네 아니네 할 것 없다. 깍아서 주둥이와 눈깔과 지느러미와 비늘을 새기고 다음에는 푸르고 붉게 색을 입힌 그 다음이니,
      물고기라 이름 지어 부른다 해서 꼬리지느러미 흔들며 쫓아오겠는가. 머리털을 죄다 밀어버려서 사람의 제 모습이 아니 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수리가 훤하게 열린 한 중이막대를 움켜쥐고 찌른 것이니 비로서 나무토막도 물고기도 아닌 그것의 휑하게 빈 아랫배가
      아래로부터 찔리면서 당장,막대에 찔리는 허공이 되는 것이다.
      딱 ! 막대 끝이 허공의 안벽에 부딪히는 소리. 허공도 그렇게 딱. 딱. 하. 게. 말랐구나.

        목어 2 - 위선환 어떤 물고기는 바싹 말려서 공중에 매달아두고 때리는가.
        은비늘 몇 점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너왓장 들추듯 물비늘을 들추고 들여다본 강바닥 잔돌밭에서 나무고기 한 마리가 튀어 올랐다 떨어졌다 한다. 저 강은 때리지 않아도 이미 퍼렇지만,
        지금이라도 장대를 들어서 후려치면
        물줄기를 구부리며 소리치지 않겠는가.
        부리 긴 새가 긴 부리를 치켜들고 하늘 바닥을 쫄 때
        하늘이라 해서 울리지 안겠는가. 한 때는 내가 단단하게 움켜쥔 맨주먹으로
        갈빗대 사이가 깊게 파인 내 옆구리를 때렸다. 한 장인이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서 허공의 이쪽과저쪽을 잡아당겨
        둥근 桶에 씌우고 질긴 가죽 끈으로 죄어 큰북 한 채를 만든 뒤에
        굵은 밧줄을 걸고 잡아 매서 매달아 두었다면,
        굳이 무겁고 기다란 북채를 휘둘러 때린다 해도 그저 헛수고일 뿐,
        오직 적막하거나 기대고 오래 서 있을 때
        울컥 눈물 고여 쳐다볼 때에 허공이 저렇게 저절로 운다. (시집 : '새떼를 베끼다 ' , 문학과지성사 ) 음악: 천년의 침묵
        - 초심님이 올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