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목어
목어 1 - 위선환
나무토막이었지만 껍질은 미리 벗겨두었고 다음에는 아랫배를 열어서 속살을 죄다 파낸 그 다음이니
거죽도 속도 없이 그저 빈 것을 구태여 나무토막이네 아니네 할 것 없다.
깍아서 주둥이와 눈깔과 지느러미와 비늘을 새기고
다음에는 푸르고 붉게 색을 입힌 그 다음이니, 물고기라 이름 지어 부른다 해서 꼬리지느러미 흔들며 쫓아오겠는가.
머리털을 죄다 밀어버려서 사람의 제 모습이 아니 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수리가 훤하게 열린 한 중이막대를 움켜쥐고 찌른 것이니
비로서 나무토막도 물고기도 아닌 그것의 휑하게 빈 아랫배가 아래로부터 찔리면서 당장,막대에 찔리는 허공이 되는 것이다. 딱 !
막대 끝이 허공의 안벽에 부딪히는 소리.
허공도 그렇게
딱.
딱.
하.
게.
말랐구나.
목어 2 - 위선환
어떤 물고기는 바싹 말려서 공중에 매달아두고 때리는가. 너왓장 들추듯 물비늘을 들추고 들여다본 강바닥 잔돌밭에서
나무고기 한 마리가 튀어 올랐다 떨어졌다 한다.
저 강은 때리지 않아도 이미 퍼렇지만, 부리 긴 새가 긴 부리를 치켜들고 하늘 바닥을 쫄 때 하늘이라 해서 울리지 안겠는가.
한 때는 내가 단단하게 움켜쥔 맨주먹으로 갈빗대 사이가 깊게 파인 내 옆구리를 때렸다.
한 장인이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서 허공의 이쪽과저쪽을 잡아당겨 둥근 桶에 씌우고 질긴 가죽 끈으로 죄어 큰북 한 채를 만든 뒤에 굵은 밧줄을 걸고 잡아 매서 매달아 두었다면, 굳이 무겁고 기다란 북채를 휘둘러 때린다 해도 그저 헛수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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