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불생 사불사(生不生 死不死) /종홍스님

2011. 7. 4. 20: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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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불생 사불사(生不生 死不死)

 

 

어제는 이 병승(病僧)이 몇 겁생(劫生)이나 세상의 인연을 가지고
왔다가 갔다가 했는지는 알 수 없으되, 또 다시 이 세상과의 인연을 짓고
나온 날이었습니다.

출가 수행자에게 무슨 생일이 있겠습니까?
근데도 고맙게도 여러분들이 찾아와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
더욱 열심히 정진하라는 격려로 고맙고 감사하게 받아 드려야겠지요?

1954년 불교정화운동(佛敎淨化運動)으로 인해서
효봉스님은 발딛기를 그토록 꺼려하던 시정에 나와
안국동 선학원(安國洞 禪學院)에서 머물었습니다.

어지러운 종단 일을 수습하기 위해 수도인(修道人)의 신분에는
당치도 않은 감투를 쓰기도 했습니다.
종회의장과 총무원장, 그리고 종정(宗正)의 자리에도.
1956년에는 네팔에서 열린 세계불교도대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기도 했었지요.

스님은 평소에 국가원수(國家元首)나 관리들에 대해서 경원(敬遠)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대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주저하지도 않았습니다.

서울에 머물러 있을 무렵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李承晩)박사의 생일 초대를 받고
종단을 대표해서 경무대(景武臺)로 축하인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즐비하게 옹위한 가운데서
고관대작들이 드리는 인사를 턱 끝으로 받고 있던 이승만 박사는
스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벌떡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앉을 자리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李박사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의 생일은 언제입니까?

이때 스님은 李박사를 보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生不生 死不死(생불생 사불사)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데 생일(生日)이 어디 있겠소?

이 말을 들은 老대통령은 정색을 하고 입안으로
‘生不生 死不死(생불생 사불사)’를 거듭거듭 뇌었습니다.
그리고는 스님이 나오는데 따라 나오면서 귓전에 대고,

“우리나라에 도인(道人)이 많이 나오게 해주시오”라고 했다. 는 것입니다.

생불생(生不生) 사불사(死不死)
나되 난 것이 아님이요. 죽되 죽은 것이 아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남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난 것과 같으니
죽음 또한 한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뜬 구름 본래 그 실체가 없음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가는 것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네.

홀로 한물건 언제나 다 드러나 있거니
맑고 숙연한 그 모습 나고 죽음 받지 않는다네.


승조법사는 또 이렇게 노래했다지요.

四大本非有
五蘊畢竟空
壯頭臨白刃
猶如斬春風

이 몸의 모양새 본래 있는 것 아니니
마음에 망상분별 그 자체 텅 빈 것이었네
저 칼이 지금 내 목을 자른다 해도
불어오는 봄바람을 어이 끊으리

말이야 쉽게도 할 수 있겠지만
어찌 저 경계에 쉬이 이르렀다 할 수 있으랴

중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