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절에 다녀 간 인연인데

2011. 7. 18. 22:0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728x90

몇번 절에 다녀 간 인연인데

 

 

몇번 절에 다녀  간 인연인데

오늘 와서는 친정은 교회를 다니시고

결혼 후 시댁은 성당을 다니시는 바람에

서로 맞지 않는 무엇이 있어서

지금은 아무데도 안나갑니다

하는 부인이 왔다갔습니다

 

차 한잔 드리랴는 말에

조금 후에 시내서 모임이 있어서

괜찮다 하시며  내가 글씨를 쓰는

책상앞에 앉습니다

 

나는 내 볼 일을 보기는 하면서도

앞에 손이 와 앉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요즘은 교회도 성당도 안나간다니

앞으로는 절에 나가보는게 어떠냐 하고

넌즈시 말문을 열어 봅니다

 

혹시 성경은 다 읽어 보셨느냐 물으니

예 다 읽었습니다

십계명이 무엇인지는 아시겠네요

예 압니다

 

십계명의 첫구절이 무엇이던가요

나 이외의 신을 믿지 말라 는 말입니다

 

나 이외의 신이라는 말에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으신가요

예 의심할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ㅎㅎ 그렇군요

그럼 유일신이라는 말도 아시겠지요

예 스님

유일신이라는 말은 신은 오직 하나

라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오직 나 즉 야훼

하나만을 믿고 다른 신을 믿지 말라는 말인가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십계명은 누가 한 말인가요

물론 야훼가 하신 말이겠지요

 

야훼가 나 이외의 다른 신

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는

나 이외의 다른 신이 있다는 말인가요

없다는 말인가요

 

있다는 말이 되는데요

그럼 유일신이라는 말이 맞나요 틀리나요

글쎄요 그렇게 본다면 틀리는 것 같은데요

 

그럼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예 의심해 보지 않았습니다

거의 무조건적이었지요

 

그럼 혹시 신들중의 신 야훼라는 말도 보셨나요

예 보았습니다

 

신들중의 신 야훼를 이야기 할때

결국은 신은 복수인가요 단수인가요

만약 단수라면 유일신이어야 하고

유일신이라면 신들중의 신이라는 말이

잘못 표현된 것일테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님 저는 지금 머리를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하기만 합니다

 

오십 가까이 믿고 산다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혼란스러워 집니다

 

ㅎㅎ 혹시 나를 흔히 말하는 적그리스도나

사탄으로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예 스님 그렇지는 않지만 오늘 가서

한번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이외에도 카인과 아벨 형제의 이야기 등과

사막에서 생겨난 종교와

숲에서 생겨난 종교의 차이등

종교와 믿음에 대하여 예화를 몇가지 들려 드리니 

시내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고 일어섭니다

 

대의심과 대신심과 대분심

그리고 대용맹심 속에서

포단 위에 앉아 참선 삼매에 들어 간 스님들이

칠월 보름 백중 해제를 앞두고 한달이 남은 오늘

오늘 다녀간 보살님에게 약이 될지

장애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기왕이면 자신과 자신이 믿는 종교를 돌아보고

나아가서 더 너른 세상이 있음을

알아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풀꽃과도 같은 즐거움을 주는 사람 

 

 

때로 막연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을 본다.

'이것이다'라고 꼬집어 내어

애기할만한 특징이나 매력은 없는 것 같은데도,

만나면 기분좋고 돌아서도 그 여운이 감도는 듯한 사람.

 

여럿이 모여 웃고 떠들때

그저 조용히 앉아서 웃으며 듣기만 하는 사람.

비웃는다는 기색이 전혀 없이 귀기울려 들으면서

잔잔하고 평화롭게 웃기만 하는사람.

 

그 사람의 그 무엇이 

나를 기분좋게 하고 감동시켜주는지 알 수 없는

지극히 평법한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마치 화려한 장미꽃 넝쿨아래

호젓히 피어나는 단백한 풀꽃과도 같다고 할까.

만나는 이들에게 이런 막연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들인 것 같다.

 

 

 

- 유안진의 '꽃잎뜨는 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