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意識)있는 의식(儀式)으로 쇠는 행복한 명절

2011. 9. 10. 00:0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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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意識)있는 의식(儀式)으로 쇠는 행복한 명절

 

이웃종교인들과 함께 시골길을 차를 타고 달려가다가

과일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길가에서 만났다.

모두들 차에서 내려 복숭아며 사과를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 의식 있는 스님이시네?”

모두들 깜짝 놀랐지만 실상은 내가 제일 많이 놀랐다.

이웃종교인들이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뭘 봐서 이 스님이 의식 있는 스님인가요?”

그러자 아주머니가 가볍게 말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얼굴이랑 몸매가 기름기가 없어 보이니 의식 있게 보이는 것 아닌가요?”

그 말의 의미를 아는 모두가 껄껄 웃었다.

 

누구라도 의식 있는 존재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저 관습대로 따라 해서 의미를 모르고 하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살아있는 동안 특별한 사고나 묘한 종교전통을 가지지 않고는

1년에 두 번 차례(茶禮)를 지내는데

그 이름에 들어있는 ‘차(茶)를 조상님께 올리는 것이 차례(茶禮)’라고 하면

아직도 깜짝 놀라는 이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실례(實例)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윤리, 도덕 선생님이나 종교의 의례, 의식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불교의 사찰에서도 추석이나 설에 합동차례를 올리지만

그저 찻잔에 냉수를 담아서 올리면서도 차례라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위패(지방)를 쓰는지, 몇 개를 쓰는지,

대추밤감배(棗栗柿梨)의 순서인지 홍동백서인지,

차를 올리는지 술을 올리는지, 축문(祝文)은 읽어 고하는지,

절은 언제 몇 번 하는지...도대체 아는 것이 없어서

집안 대소가들이 모인 곳에서 갑자기 진행을 하라고 하면

겁이 나고 뒤로 빼는 마음이 들기 쉽상이다.

스님들마저 “글쎄...”를 연발한다.

손아랫사람 특히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갑자기 순서나 의미를 물어오면

짐짓 아는 체 하지만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막을 수가 없어 쩔쩔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의미와 유래를 알고 하면 의식(儀式)에 의식(意識)에 들어가고

참으로 쓸모 있고 재미도 있는 이벤트가 되고

가족과 구성원들의 참여의식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소통을 활발하게 해서 통합에도 기여하고

미래세대에게 우리가 이어받은 가치를 전해주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모든 의식에 그렇게 해야 하지만 누구나 일 년에 두 번을 꼭 지내야 하는

차례(茶禮)부터 그 의미와 유래를 알아보고

가족들의 현 상황에 맞는 의식으로 다시 꾸며서 진행하면 참 좋은 명절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 사람들이 그저 무의식적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지만

조상님 이야기 나누는 것을 못보았다’는

어느 외국인의 지적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차례 때 조상님이 음식 드시라고 자시 쉬는 동안에

조상님의 평소 가르침이나 가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이다.

기억이 안 나면 명절이 돌아오기 전에 웃어른이다

다른 가족에게 일화를 물어서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기쁘게 봉사하고 남자들은 즐겁게 도울 일이다.

그러면 의식(意識)있는 의식(儀式)으로 쇠는 행복한 명절이 될 것이다.

 

 

      글/법현스님(열린선원 원장,자운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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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오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귀향/ 유당 남도영

 

 

강물이 웃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강물이 언덕을 넘어 하나되는 지점에서

강물이 웃는 환희의 웃음을 들었네

 

그대를 만나 하나 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넓고 큰 꿈을 꾸었네

강물은 지 어미를 보듬고

나는 기쁨의 고향을 안고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

어머니의 기쁨과 나의 환희가 춤추고

나는 고향을 찾은 기쁨으로 가득했지

 

바다와 만나는 그 곳은 귀향의 길

배들은 만선의 기쁨에 쌍고동 울리고

갈매기는 나래치며 반겨 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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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님은
강이 바다를 만나며서 그 길이 陰적이고 서러움으로 보았고
저는 강물은 영원한 귀향길(바다)에서 陽적이고

기쁨과 환희에 찬 강물을 그려보았습니다 - 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