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하순영

2011. 10. 14. 22:2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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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하순영

 

 

고요를 머금고 수국도 잠든뜨락

원통전 현관 이고

단청조차 그 빛 고와라

 

참선하라 엎드려 약수 떠 주던

연로한 비구니 먹물 빛 승복

어깨 위로 앉는 엷은 노래

 

속살로 흔들리던 아우성

매운 바람에 떠나 보내고

신열에 들뜬 낮과 밤

마알간 산빛으로

씻고 또 씻는다

 

두 손 모아

넋마저 다 비우고나면

비로소 열리는 연꽃의 미소

그 곁에서

볼수 없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듣는다

 

 

 

하순명 시집 / <나무가 되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