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원과 부처님 이야기

2011. 12. 17. 05:0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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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원과 부처님 이야기

 

 

 

아가들에게 논산에 관촉사에 모셔진

미륵 부처님이 조성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지금부터 천년전 어느 날 고사리를 뜯으러

산으로 올라간 여인들은 산속에서 아가 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가보니 갑자기 땅에서 커다란 바위가 솟아납니다

 

여인들은 이 무슨 변고가 일어날 조짐인가 놀라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금방 소문이 퍼져서 고을 사또가 듣게 됩니다

 

사또는 바위가 솟아난 장소를 직접 가서 보고는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서 임금에게 사연을 적어

장계를 올리니 임금은 그 바위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부처님을 새기면 좋겠다 의견을 냅니다

 

이에 불사를 맡을 스님을 정해 바위를 깎아서

미륵 부처님의 몸체와 다리를 만들고

근처에 있던 바위를 가지고

부처님의 상체와 얼굴을 만드니

상호가 원만하고 잘 모셔지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스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걱정이 생겼으니

상체 부분을 들어서 몸체에 맞출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생각이 안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미륵 부처님의 전체 높이가 18미터나 되고

그 무게 또한 상상할수 없을만큼 무겁다 보니

사람의 힘으로 들어 올릴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스님은 나라의 명을 받고 하는 일인데

원만히 회향하지 못하고 그만 둘수는 없다 싶어서

부처님 전에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모시니

비몽사몽간에 아가들이 모래사장에서 놀이를 하는데

성곽을 쌓으면서 큰 돌을 놓고 그 위에 다른 돌을 올릴 때

옆으로 흙을 경사지게 쌓은 다음 돌을 밀어 올려 가지고

아랫돌 위에 놓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스님은 옳지 이 방법이면 가능하겠구나 싶어서

사람들을 시켜 부처님의 몸체 부분 옆으로 길게 흙을 쌓고

부처님의 상체 부분을 나무굴대 위에 얹고

여럿이 힘을 써서 끌고 밀어 올리는 방법으로

마침내 은진미륵 부처님의 불사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불사가 원만하게 완성이 되니 

소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전에 와서

간절한 소원을 빌기만 하면 모두 이뤄지는데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과거를 보는 사람은 급제를 하고

몸 아픈 사람은 병이 낫고

자식이 없는 사람은 자식을 얻고

배필을 구하는 사람은 배필이 생기는 등

갖가지 소망하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 집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 때에 어느날인가

은진미륵 부처님 발 아래에는 서생원 부부가

작은 구멍을 파고 보금자리로 삼아 살게 되었습니다

 

둘 사이에 예쁜 딸쥐가 태어나고 자라더니

나이가 들어 혼기가 차자 세상에 가장 힘이 세고

훌륭한 사위를 얻어 주는게 두 부부의 꿈이 되었습니다

 

서생원 부부는 열심히 미륵 부처님께 기도를 하고

마침내 사윗감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환하고 밝은 태양이 동산에 오른 것을 보고

어둠을 물리치는 힘이 있는 태양이라면

우리 예쁜 딸쥐의 신랑이 될만하다 싶어서 청혼을 하니

태양은 손사래를 치면서 나는 먹구름이 막아서면

꼼짝을 못하니 먹구름에게 가보라 합니다

 

먹구름은 다시 바람 앞에 꼼짝을 못하고

바람은 내가 힘이 세어서 날아가지 않는게 없는데

은진미륵 부처님한테는 도무지 힘을 못쓴다 하며

힘세고 잘난 사위를 얻으려면

은진미륵 부처님께 가보라 하는 말을 듣고

결국은 돌고 돌아서 부처님께 사위가 되달라 말합니다

 

부처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내가 바람 앞에서는 강해도

만약 서생원 자네들이 내 발밑에 살면서

집을 넓히겠다 하고 흙을 물어 내다 버리면

나도 여지없이 넘어지게 되니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훌륭한 사윗감은 쥐밖에 없다

하고 일러 주시는 소리에 서생원 부부는

길고 긴 여행을 마칠수 있었다 전합니다

 

아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는 사이에

장난을 치고 하는 남녀 아가들 몇을 불러 내어

짝을 지워 둘이 결혼을 시키자며

손을 잡게 하고 행진을 하도록 하니

앞에서 보는 아가들은 배를 잡고 웃는데

정작 당사자인 신랑 각시 역할을 하는 아가는

죽을 상을 짓고 발을 도무지 떼려 하지 않습니다

 

아가들이 인생의 쓰고 단맛이 어떤 것인지

또 결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어려운 것인지

이미 엄마 아빠를 보아서 잘 아는가 봅니다

 

태양과 먹구름과 바람과 부처님

이 네가지 속에는 이런 비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혼은 처음엔 태양처럼 뜨겁게 불타 오르고

같이 살다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기도 하며

어느 때는 쌩쌩 찬바람만 불어 냉랭하다가

어느 때는 마음이 틀어 지면 부처님 모습처럼

요지부동의 고집스러운 모습이 되어

너 누구니? 하며 소 닭 보듯이 사는 속에서도

서생원 부부처럼 알콩 달콩 애기 키우는 재미에

울고 웃는 희노애락의  쌍곡선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아가들에게 이번 주 일요일에는

엄마 아빠와 같이 은진미륵 부처님께 가서

같이 소원하는 바 기도 올리고

서생원 부부들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해서

원효사 스님의 안부를 전해주도록 하라 하니

녀석들은 예 스님 하고 잘도 답합니다

 

월요일 아침 원효유치원 아가들 덕분에

한주일을 유쾌 통쾌 상쾌하게 시작하였습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과 우리 님들 덕분입니다 아미타불 ()()()

 

  

원효사 심우실에서

 

 

 

  처처가 내고향 / 한용운 

 

 

  사나이 가는 곳마다 고향인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했는가

  한 소리 크게 질러 온 세상을 깨뜨리니

  눈 속에 복사꽃 펄펄 날린다

 

 

남아도처시고향   男兒到處是故鄕

기인장재객수중   幾人長在客愁中 

일성갈파삼천계   一聲喝破三千界

설리도화편편비   雪裏桃花片片飛  

 

 

 

 

 


* 만해 한용운 님의 悟道訟으로 잘 알려진 시로 개인적으로 愛誦하는 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와서 고통의 바다를(苦海)를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 시에서 고향이란 그 근원에 대한 의문과 그 그리움일 것이다.

그 고향을 찾는 길(道-마음 찾는 길)이야말로 최상의 진리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 길을  찾는데는 타종교나 수행법들은 많겠지만, 

看經을 염불 참선 등을 하여 부처님의 길따르는 것이 첩경이 아닐가.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이신 大禪師 한용운님은 어느날 지붕에서 뚝 떨어지는

한 소리를 듣고 눈속에 복사꽃이 분분히 휘날리는 경지에 이르렀으리라

그리고 그간 객지에서 눈물어린 수심의 세월은 끝나고, 

丈夫가 바라보는 處處 頭頭物物이 고향 아님이 없음을 깨달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