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7. 00:0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 질문 >
"마음에 자취가 없다"함은 어떠한 상태를 이르는 것입니까?
< 답변 >
- 나무 그림자 본 적 있어요?
- 예.
- 아침에서 저녁까지 왔다갔다하는 나무 그림자 자국을 찾아다닌 적 있어요?
- 없습니다.
- 난 대답 다 했소.
- ······
이 세상 일체 모든 게 그림자처럼 있기는 있는데 있는 게 아닌 거요.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고 뜻이 있는 모든 것은 꿈속에서 보고 듣고 했던 것과 전혀 똑같은 것인데,
그것들이 실체로 존재하는 줄 알고 집착하는 거란 말이오. 중생들이 그 무언가에
휘둘리고 끄달리고 하는 것은 그러한 그림자나 메아리를 보고 그러는 거요.· · ·
금강경 구절 다시 들먹일 것도 없이, 전부 꿈같고 환같은 거요. 실체가 없단 말이오.
그러니 자취가 있을 턱이 있겠소?
이런 말을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게, 이 말을 들으면 또 금새 그 '나'란 놈이 자취
없는 자리를 증득하려고 목을 맨다는 거요.· · · 모름지기 '나'가 없어야 합니다.
'나'가 없어야 진정한 열반, 진정한 해탈이 현현되는 거요. 원래는 '나'가 있었는데
그걸 쳐부순 다음에 없는 게 아니고, 본래부터 '나'라는 건 없는 거예요. 모든 것이
실체가 없다는 말은 그 '나'도 예외가 아닌 거요.
쉬려고 애쓰고, 자취 없는 자리를 증득하려고 애쓰고, '나' 없기 위해 애쓰고,· · ·
그러는 동안은 그렇게 하려는 '나'란 놈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강화되는 거요.
그러니 언제 그 '나' 없는 자리에 들겠소?· · · 이 말을 또 금새 알아듣고, "그럼 이제
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하고 그 알아들은 바에 따라 어떠한 식으로든 조작
하려든다면 그 교활한 '나'란 놈이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쓰고 또 곤댓짓 하는 거요.
그래서 "해도 틀리고 안 해도 틀린다"는 말도 있는 겁니다.· · · 그저 앉은 그 자리에서
쭉 뻗고 쉬세요.
-현정선원 법정님의 법문-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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