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자루 /보성스님

2012. 4. 13. 19:4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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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자루

 

리나라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익현이라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입니다.

 

구한말의 우국지사로 을사조약에 반대하여 의병을 일으켰다가

체표되어 대마도로 압송당한 뒤 그곳 감옥에서 순국했습니다.

 

최익현과 고종 황제 사이에 있었던 일로 이런 얘기가 전해옵니다.

이분이 고종 황제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마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선물로 보내온 비누가 있었던가 봅니다.

 

고종황제가 이것으로  몸을 씻으면 깨끗해진다며 자랑삼아

설명한 뒤 한번 써볼 것을 권했다한다.

그러자 최익현은 고종황제 앞에서 당장 씻어보겠다고 했답니다

 

고종이 물을 가져오라고 하자 대야에 비누를 풀더니

그물을 그냥 마시더랍니다...

고종이 큰일 난다고 만류를 하니까 최익현은 이렇게 얘기를 했다지요.

 

"신은 속 때가 어찌나 찌들었던지 그것부터 씻어야겠습니다."

 

이거야말로 명법문입니다. 당시에의 시대 상황에 비추어봐도

그렇고 요즘 세상을 바도 그렇습니다.

 

요즘 사람들이야말로 속 때가 얼마나 찌들었습니까.

아무리 높은 법문을 들어도 속 때가 꽉 끼었는데,

아무리 몸을 깨끗이 하고 비단으로 감아본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똥자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 송광사 조계총림 방장 - 범일 : 보성 스님

 

 

 

 

 

꽃/ 문효치

 

 

그대는 온다. 어느 평범한 오후의 한적(閑寂)을 골라 아스라한 향기를 몰고 진붉은 빛깔을 거느리고 지하로부터, 하늘로부터 그대는 온다. 뇌수(腦髓)에서 자아내는 더운 눈물을 만나기 위해 온다. 와서 살을 헤집고 내 머리통 속에 뚫린 까아만 허공에 들어가 잠시 한 초롱 불을 켜고 신접(新接)의 이삿짐도 들이고 뚝딱거리며 집도 짓다가 그대여, 갑자기 불을 끄고 집도 헐고 다시 향기와 빛깔을 거두어 가버리는 그대여.

 

 

 

Reason To Live (존재의 이유) / Two way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