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 우리 함께 지옥갑시다

2012. 5. 11. 14:2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728x90

“불자들, 우리 함께 지옥갑시다”
저자거리 포교원 열린선원 사리친견법회
2012년 05월 05일 (토) 19:44:41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불자라면, 극락왕생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옥에 가고 싶다는 큰 원을 세우자. 다 같이 지옥에 가서 (이웃에) 고통 주는 요소들을 해체하겠다는 원력을 갖자.”

서울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 자리한 ‘저자거리 포교원’ 열린선원(원장 법현 스님)은 5일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및 특별초청법회’를 봉행했다.

행사에서 법사로 초청된 동봉 스님(곤지암 우리절 주지)은 <천수발원문>을 통해 ‘10원 6향의 정진행으로 열반을 이루자’를 주제로 법문했다.

스님은 “불자라면 지옥에 가고 싶다는 원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동봉 스님은 “우리는 복잡한 여러 인연에 얽혀 살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들 가운데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티끌 같은 먼지 속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있고, 그 미생물이 존재하는 까닭에 인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모두 깨끗한 것만을 쫓고 더러운 것은 물리치려 하지만 깨끗함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지옥의 아귀가 물을 마시면 불로 변한다”며 “아귀에게는 사랑(자비)이 없는 까닭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동봉 스님은 냄비를 통해 설명했다.
“수화상극(水火相剋)을 사람들은 아주 안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솥에 물을 담아 (불로) 끓이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물’와 ‘불’ 사이에 솥이라는 사랑(자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열린선원에서 6월 6일까지 친견할 수 있는 진신사리

스님은 “우리가 삶 속에서 지옥을 보는 것은 우리 마음이 지옥이기 때문”이라며 “내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모두를 부처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면 지옥 등 육도가 모두 부처의 세계이다”라고 설명했다.

동봉 스님은 법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법석에 오르기 전 김재영 교수(동방대학원대학교, 청보리회 법사)와 차담을 나눴다. 김 교수가 ‘조계종이 겸손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조계종 승려로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조계종의 고자세는 고쳐져야 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최근 조계종 포교원이 신도단체 종단 등록 등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 대한 비판으로 포교일선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님은 “인간을 뜻하는 ‘human’의 어원은 라틴어 ‘humus(후무스)’이다. 특히 겸손을 뜻하는 ‘humility(휴밀리티)’와도 연관이 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겸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곤지암 우리절 주지 동봉 스님은 이날 불자로서의 삶의 자세에 대해 강조했다.

또, 동봉 스님은 <증일아함경>의 육력(六力)을 통해 불자들의 하심[겸손]을 당부했다.
<증일아함경>에는 범부와 성인의 힘 여섯가지가 설해져 있다. 아이는 우는 것을 힘으로 삼고, 여인은 성내는 것을 힘으로 삼으며, 국왕은 교만을 힘으로 삼아 기세로서 말한다는 것이다. 또, 아라한은 정진을, 부처님은 자비로써 힘을 삼는다고 적었다. 특히, 경에서 부처님은 “사문ㆍ바라문은 인욕[하심]으로 힘을 삼아서 항상 다른 사람보다 낮다고 생각한 연후에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고 말씀했다.

이어 김재영 교수는 주제법문 ‘치열한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우리도 부처님 같이’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식이 고달프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나그네가 곤궁하면 고향을 그린다”며 “우리 인생ㆍ사회가 고단한 까닭에 부처님을 그리워하고, 한국불교가 곤궁해 초기불교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날 행사에는 100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사진은 김재영 동방불교대학 교수의 특강 모습.

김재영 교수는 “부처님과 초기불교를 통해 우리는 힘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기약할 수 있다”며 “붓다의 정법에서 한국불교의 희망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교수는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치열한 현장의식ㆍ사회적 문제의식 결여 ▷교리ㆍ수행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재영 교수는 “치열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사회적 헌신의 회복에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렸다”며 “부처님의 삶을 바르게 배워 ‘우리도 부처님 같이 살자’”고 강조했다.

   
▲ 열린선원 주지 법현 스님이 행사에서 사리를 친견하는 모습.

한편, 이날 열린선원이 공개한 사리는 모두 11과로 미얀마 민잔에서 이운한 진신사리이다. 열린선원은 이날부터 6월 6일까지 매일 10~11시 진신사리 친견 및 정진을 이어간다.

열린선원 개원 7주년 기념일인 6월 6일에는 원법 스님(태고종 원로의원)을 초청해 다회와 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 열린선원 사리친견법회에서 한 불자가 사리를 친견하고 있다.


열린선원 원장 법현 스님은 “이번 행사는 희사 받은 사리를 통해 부처님과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고자 마련했다”며 “열반을 얻기 위한 정진에 관한 바른 배움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386-4755

자연의 소리가 함께하는 연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