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욕망을 절제하라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검소와 절약을 강조한다. 그러나 전통건축물이 대부분인 사찰은 단열이 잘되지 않아 높은 난방비와 전기료를 부담하고 있다. 구조ㆍ시설만 바꾸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음에도 그동안 에너지 대량소비가 불가피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불교계와 에너지 절약을 함께 하고 필요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생명윤리협회(공동대표 법응ㆍ박광서)는 5일 템플스테이정보센터에서 ‘탈핵 그리고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 좌담회를 개최했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9일 “서울시를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해 원전 1기분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좌담회에서 박 시장은 발언 배경에 대해 “원전 1기 줄이기는 시민단체들이 제안했던 것”이라며 “좋은 사람ㆍ단체들이 하고자 하는 좋은 사업을 공공의 관심으로 끌어들이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년이나 지났지만 사고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언제 돌아갈지 기약도 없다.
박 시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너무나 심각하다고 느꼈다. 원전을 클린에너지라고 선전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해당 국가는 파멸적 위기를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만 해도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원전사고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원전이 모여있는 경주, 월성, 고리 등 동남해안 지역은 완전히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응 스님은 “원전은 30ㆍ50ㆍ100년 후 사고가 없더라도 단 한번 사고로도 대한민국은 끝장난다. 일단 원전 사고가 나면 국가뿐 아니라 지구 전체에 큰 재앙 초래한다. 게다가 사고가 안나더라도 폐연료 처리방법이 없어 처치곤란이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핵은 꺼지지 않는 불이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안전하게 다룰 수 없다”며 “핵에너지는 인류 스스로 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현 스님(열린선원장)은 “원전을 화력 등 다른 발전에 비해 경제적이라고 말하지만 건설비 외에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을 것이다. 방폐시설이 절대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한국은 지난 100년 동안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녹색에너지를 활용하는 선진국을 앞서기 위해서는 또 다시 100년을 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독일 남서부 징엔(Singen)과 영국의 토트네스 마을을 소개했다. 두 마을에서는 필요한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징엔의 마을은 지붕 위 태양광 시설 등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마을 수요보다 9배나 많다. 남는 전기는 외부의 전력회사에 판매한다. 이 마을에서 전기와 열[에너지]을 가축 분뇨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가스와 은버들나무와 포플러, 옥수수를 잘라 만든 우드칩(Wood Chip)을 이용한 바이오매스를 통해 생산한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은 에너지 소비도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외국인 교수가 한국은 건물 지붕이 텅 비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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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서울시는 최근 청사 옥상에서 벌꿀 40리터를 수확했다”며 “건축물 옥상을 이용해 텃밭이나 태양광 시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응 스님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의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취득세 등 세제혜택과 별도로 시민 인식을 변화시킬 대안을 물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은 기본 정책을 세우는 등 제도적 준비를 할 뿐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시민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불교는 생명존중의 가르침ㆍ자연친화적인 종교이다. 친환경ㆍ생태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에 불교계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환경의 날’인 이날 2012 서울시 환경상 대상에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절전운동을 펼치며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을 선정했다.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은 도서관에 회원 각 가정의 전년도 대비 전기사용량을 그래프로 표시하고 회원 가구당 20%의 전기절약을 목표로 ‘성대골 절전소’ 프로젝트를 전개해 왔다. 그래프에는 아이 이름을 붙여 어려서부터 절전의식을 높이도록 하는 등 온가족이 즐겁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 나가도록 했다.
‘성대골 절전소’ 운동에는 2012년 1월 15가구, 2월 33가구, 3월 42가구가 참여해 780Kwh의 에너지를 절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인들은 시작은 늦지만 금방 달궈진다. 2014년까지 원전 1기분의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응 스님은 “에너지 절약은 서민보다 에너지소비가 많은 부자, 관공서, 기업 등이 문제”라며 대형주택에 대한 에너지 절약 대책을 촉구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은 건물과 수송부분이다. 에너지소비를 줄이려면 대형건물을 생태적인 건물로 변화시키고 대중교통ㆍ자전거 이용 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서 교수(서강대)는 “에너지 절약은 시민의식 높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인센티브안 등을 물었다. 박 시장은 “승용차를 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 등을 포함한 에코마일리지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하면 에너지 줄이는 만큼 마일리지 혜택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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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 스님은 “불교생명윤리협회는 탈핵과 에너지 문제를 제1의제로 정하고 활동 중이다. 하반기 중 불교계와 서울시가 에너지절약관련 협약을 맺자고”고 제안했다.
이에 박 시장은 “미룰 것 없이 가능한 빨리 MOU를 체결하자, 내일이라고 당장 할까요?”고 화답했다.
박원순 시장은 “기와구조인 사찰에 태양광시설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지 몰라도 지열 활용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불자들의 동참이 따르면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신학 등으로도 설명되는 동물권을 예로 들며 “불교는 생명존중의 종교이다. 서양에서는 신학을 갖고 동물권 등을 말하는데 정작 불교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불교는 본래 가진 것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쓰레기 안 남기는 것. 텃밭 가꾸기, 전기 아끼기. 집집마다 태양광설치하기. 음식물 쓰레기 퇴비 활용 등 불교의 본질ㆍ의식ㆍ사명에 맞는 운동, 생활 속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 많다”며 “불자가 실천할 수 있는 100가지 원칙을 만들자. 서울시가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출근 전 참선과 발우공양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에너지 절약도 되고, 여러 사회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응 스님은 “서울시 정책인 에너지절약에 불교계가 적극 참여하겠다”며 “소욕지족은 승가의 기본이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줄이고, 쓰레기 안남기고 세상에 해가 될 일을 하지 말아야할 승가의 구성원으로서 오늘 좌담회는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도의 의미
어떤 수행자가 부처님께 질문했습니다.
"부처님, 바라문들은 신에게 기도하면 모든 것이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악행을 행하여도 기도를 하면 죄를 사하고 천당에 갈 수 있습니까?"
부처님은 그에게 되물었습니다.
"여기 깊은 연못에 돌을 던져놓고 물가에 서서
'돌아 떠올라라'하고 열심히 기도한다면 그 돌이 떠오르겠느냐?"
"아닙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물에 빠진 돌은 물에 들어가서 건져내는 것이 옳은 방법이며
그 돌을 아예 물에 집어넣지 않는 것이 더우 현명한 일이다.'
모든 행위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잘못된 기도로 위안을 받기보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일입니다
- 장용철/시인
날마다 좋은 날
운문선사는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대로 묻어 두는 것이 좋다.
보름 전의 일은 묻지 않을 테니 보름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는가?"
운문선사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운문선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로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좋은 날입니다.
이렇게 좋은 일도스스로만드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입니다.
- 월서 스님(봉국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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