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참법문/성철스님

2012. 9. 8. 06:3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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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했다는 생각을 버리고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운명을 바꾼 이야기

 

 

이건 고담(古談)에 나오는 얘긴데, 한 1300년 전에 당(唐)나라에 '배도(裵度)'라는

정승이 있었는데, 참- 유명한 정승이야.
밖으로 나가면 將帥가 되고, 안으로는 큰 재상이 되고, 만고(萬古)의 명재상(名宰相)인데,

이 사람은 등이 동생과 딱 붙어서 쌍둥이로 태어나서 누가 兄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는데,

 

중간을 칼로 갈라서 하나는 형이라 하고 하나는 동생이라 했어. 한날 한시에 태어났으니,

얼굴도 같고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도 같으니, 행복한 사람이 되든지 불행한 사람이 되든지,

똑같이 생활하고 말 것 아니야? 그런데 안 그래.


그 뒤에 커서 배도(裵度)는 天下에 유명한 명재상이 되어 만고에 그 이름이 드러나 있지만,

동생은 지지리도 생활이 곤란하여, 개울가에서 평생을 뱃사공으로 곤궁(困窮)하게 살았어.

그럼 배도는 얼굴도 똑같고 생년월일도 똑같은데, 어째서 운명이 그렇게 달라졌나….


그 이유가 있어. 그가 조금 커서 열 댓살 돼서 상(相)을 보는 사람이 말하기를,

'니 큰일났다. 니 얼굴이 뵈기는 좋아 뵈는데, 얼마나 운명이 나쁜지

니만 평생 고생하고 말 것이 아니라, 니 이웃까지 다 못살게 된다.

너 때문에.' 사주(四柱)를 보더니 또 그러거든. 한 두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군데 물어보니 다 그래.


그래 이 사람이 생각을 했어. 내가 운명을 잘못 타고났든지, 사주팔자를 잘못 타고났든지 해서

 내가 고생하는 것은 괜찮은데, 나 때문에 이웃까지 다 망한다 하니,

그게 자꾸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보통사람 같으면 사주(四柱)고 팔자(八字)고 숨기고, 남이야 망하든 말든 어디 사람 많은데 가서

나도 한 번 살아보자. 이렇게 했겠지만, 그 사람은 양심이 있어서,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저 깊은 산 속에 갔어.


그래 생활하면서 자기반성을 해보니, 좋은 일[善]한 것과 궂은 일[惡] 한 것이 반반(半半)이야.

'여기서 나도 공부를 해서 착한 사람이 되야 겠다.'하고, 종이도 붓도 없으니

나무를 두 개 깎아 놓고 좋은 일하면 오른 쪽 나무에 표를 하고,

나쁜 일 했다는 생각이 들 땐 왼쪽 나무에 점을 찍어 표를 했어. 그렇게 생활을 하는데,

처음엔 자기 생각에 착한 일 한 것 밖에 없어.


그래서 착한 쪽의 점수가 자꾸 올라가거든, 나쁜 쪽은 점수가 적고.

그래 어느 정도 점수가 올라간 뒤에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전에 좋은 일 했다는 것이

전부 나쁜 일이야.


생각이 모자라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철이 들고 보니,

나쁜 일이지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단 말이야. 이때까지 했던 것이 다 헛일이구나.
나무를 새로 깎아서 새로 점을 찍었어. 이제는 나쁜 쪽에 점수가 올라가.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좋은 쪽의 점수가 올라가.


그러다가 또 시일이 지나간 뒤에 보니까, 자기가 좋은 일이라고 한 것이 전부 다 나쁜 짓이야.

이렇게 여러 번 반복을 했어. 혼자 살면서도 여러 가지 선악(善惡)이 있거든.

이렇게 하다가 나이가 한 40이 되니 몇 달이 지나도 자기가 잘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


잘했다는 곳에 점을 찍을 수가 없단 말이야. 그 때가 이제 요새말로 철이 좀 든 때야.

아무리 자기는 잘한다고 했어도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잘했다는 곳에 점을 찍을 수가 없단 말이야.
전부 잘못한 것이지, 잘했다는 생각을 낼 수가 없어.


사람이 되려면 그 만큼 되야 돼. 그래 결국 가서는 무엇을 성취했냐하면,

 자기가 잘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성취했어, 전부 자기 잘못이지.

그래 생각해 보니 한 20년 산중에 살았으니 세상 구경이나 한 번 하고 죽자는 생각이 들어서

유랑길에 나섰어.


가다가 길이 무너진 곳이 있으면 길을 고쳐 놓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이 있으면 짐을 져주고,

농사철엔 농사도 도와주고, 때가 되면 밥 좀 얻어먹고,

사방팔방(四方八方) 다니면서 남 거들어 주는 일만하고 돌아 다녔어.

그러면서도 자기가 잘한다는 생각이 없었어.


이렇게 한 10년을 돌아다니니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났어. '그 사람이 미쳤는가

안 미쳤는가 알 수가 없어. 남 도와주는 일만 하는 걸 보면 미친 것 같지는 않고

필시 성인(聖人)인 것 같애.' 일 도와주고 때되면 한 술 얻어먹기나 하지,

삯을 받나,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하나.

 

인사를 하려 하면 내 잘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달아나 버린단 말이야.

그 사람이 성인 일거라는 소문이 당(唐)나라 천자(天子)의 귀에까지 들어갔어.

'나도 한 번 만나보자!' 천자가 만나봤어.
"내가 들으니 온 천하가 네가 어질고 착한 성인이라고 하는데,

네가 뭘 잘하기에 성인이라고 하느냐?"


"폐하, 그것은 잘못 들은 것입니다. 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밥이나 얻어먹는 거지지

아무 것도 잘한 게 없습니다.
그 소문은 잘못된 것이지 절대로 제가 잘하고 옳게 해서 그런 소문이 난 것이 아닙니다."


하면서 천부당만부당하다고 펄펄 뛰는데,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정(眞情)으로 그러거든. "그래도 널 참으로 성인이라고 하는데."하니,
엉엉 울면서 "저는 억울합니다. 절대로 잘한 게 없습니다."하면서 도망을 가.

 
천자가 가만히 보니 조작도 아니고 진정(眞情)이고….
참말로 성인이야. 그래 대궐 문을 닫아서 도망 못 가게 했어.
"당신은 참으로 지지리도 못난 사람이고 나쁜 일만 한다고 하는데,

내가 봐도 당신은 진짜 성인이야. 당신 같은 사람이 이 나라를 맡아 정치를 하면

이 나라는 요순(堯舜)시대가 될 테니, 정승(政丞)을 맡아 해라."


그만 눈이 둥그레져서, "폐하, 저 같은 사람이 정승하면 백상들이 다 죽습니다.

백성 다 죽이려면 저를 정승하게 하십시오."
"당신 말로는 백성들이 다 죽을 거라지만, 내가 볼 땐 백성들이 다 살꺼야.

죽고 사는 건 나중에 보고 일단 정승을 해 봐라."


그리고는 요새말로 억지 감투를 씌워서 정승을 시켰는데,

시키고 보니 명재상(名宰相)이야. 당나라가 요순시대가 되버렸어.

그때 오원제(吳元濟)라고, 반란군이 나와서 나라를 어지럽히니,

 

누구도 난리를 평정(平靜)하지 못해. 그래 배도(裵度) 더러 도원사(都元帥)를 시켜서 보내니,

배도가 "이 태평성세(太平聖世)에 당신이 이렇게 소란하게 하면 쓰나?
빨리 서로 和解를 하자.


하는데, 그 첫 번째 조건이 당신 측의 그 누구를 막론하고 허물을 묻지 않겠다,

벌을 주지 않는다 이거야. (하지만) 당신의 군대가 城에 들어가서 누구에게든

욕을 하거나 때리거나 재물을 빼앗거나 하면 엄벌을 하겠다.'하고

4대문(四大門)에 방을 붙였어. 오원제(吳元濟)측에서 생각해보니,

이건 싸우려는 게 아니라 도우려는 거야.


배도와 싸워봤자 결국 지겠거든. 애라 미리 항복하자! 그래서 천하가 태평하게 됐어.
나라 밖에서는 큰 장사(將帥)가 돼서 적군을 평정했어.
그래 근본이 어디에 있냐면, 내 옳은 것은 하나도 없는 거기에 있다 말이야.

우리도 이를 근본으로 삼고 귀감(龜鑑)으로 삼자는 말이라.


철이 났다면 언제든지 저쪽이 옳고 내가 그른 줄 알아야 돼. 내가 그르니

내가 잘못한 사람이고, 저쪽이 옳으니 저쪽이 선지식(善知識)이다 그 말이야.

그런 동시에 용서란 할 수 없고, 오직 감사할 뿐이야.

 

내 옳고 니 그른 것을 버리고 반성해서, 내가 그르고 니가 옳다는 걸 노력해야겠다 이거라.

말은 쉬워도 당장에 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노력은 해봐야 안 되겠어?

방향은 분명히 잡아놓고 봐야 안돼? 그래 어떻게 해서든지 부처님 말씀대로

방향을 잡아놓고 살면, 결국엔 그 방향으로 가고 마는 게야.


한가지 덧붙일 것은 실천 관곈데,
흔히 "스님, 날 해롭게 하는 사람, 원수를 부모같이 섬겨라...

말은 간단하고 참 쉬운데, 해볼라 하면 참- 어렵습니다. 저는 아무리 해도 안됩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하는데,


살다보면 은연중에 마음에 걸리는 사람, 나를 해치는 사람이 있거든?

우리는 부처님 제자니까, 장 예배를 드리고 축원을 하는데,

나는 축원(祝願)을, 나를 제일 해롭게 하는 사람 안 있겠어?

예를 들어 김가(金家)면, '김가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십시오.'하고

자꾸 축원을 한단 말이야. 이것도 말 안 되는 소리지?


그 사람 생각만 해도 뜯어먹고 싶고 뼈를 갈아먹고 싶은데 말이여,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어떻게 부처님께 축원을 해? 그것도 당연한 소리여.
그런데, 억지로 거짓말이라도 그렇게 하면,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자꾸 여러 번 하면, 거짓말이 참말이 되어서 나중에 오래 오래하면 결국은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해 축복을 빌게 돼.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된단 말이야.
그러면 날 해롭게 하고 날 못살게 구는 그 사람이 선지식으로 안 보일 수 없고,

 내 옳은 건 없어져 버리고, 모든 사람이 다 불보살이고,

모든 걸 다 감사(感謝)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 말이야. 우리 한 번 해 보까?


그렇게 하다보면, 앉아도 감사하게 되고, 넘어져도 감사하고 코를 깨도 감사하고

머리를 깨도 감사하고 실지로 그렇게 돼.

 

 

 

 

 

세상은 보는대로 있다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 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녁노을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며 살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며 살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물론 쉬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 보이기도 한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이고 책임이다.

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보는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 좋은글 중에서

 

 

                                             

       - 포투칼 전통음악 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