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반조뿐이다/혜암스님

2012. 9. 8. 06:3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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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는 반조뿐이다 / 혜거스님

 

 

오래전 혜암 큰스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혜암 큰스님은 103살까지 사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용맹정진을 하신 분이다.

스님께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스님께서는 “공부는 반조(返照) 밖에 없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공부는 반조뿐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반조할 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른다.

 

반조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누가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의 허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얼른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돌이켜보면 바로 상대의 허물이 이해가 가고

나는 저렇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이다.

자신을 계속 살피고 살펴보면 모자람이 큰 산과 같고 온통 허망할 뿐이며,

나이만 먹었을 뿐 내놓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자기의 부족한 점과 허물된 자리를 살펴서 반조해야 한다.

허물자리가 곧 중생이요 허물이 없으면 바로 부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수행단계로, 밖으로 향한 것들을 모두 안으로 돌리는 것이다.

우리의 눈, 귀, 코, 입은 늘 밖을 향해 있다. 반조는 이들을 안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밖의 사물에 끄달리지 않고 내 안을 들여다 보는 회광반조(廻光返照)는

참선수행의 기초이다. 기초를 잘 다졌을 때 수행은 급진전하기 마련이여서

모든 상황에 처해서도 반조하는 것이야말로 수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참된 반조를 하게 되면 진정한 참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참된 반조가 더욱

깊게 이루어지면 참회가 사라진다. 참회 그 자체가 참 반조이고, 참 반조가 참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한 반조가 이루어지면 참회할 것도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밖으로 구하지 말고 이룰 것을 찾지도 말고 오직 반조하고 반조하여 풍랑이 멎어

맑은 물처럼 허물이 없어져서 청정한 마음이 되도록 참회하고 반조하는 것이

마음 닦는 길이다.

 

      - 혜거스님의 '좌선의' 강의 中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