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피지않는 꽃이 있으랴/동명스님

2013. 3. 8. 17: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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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피지않는 꽃이 있으랴/동명스님

 

 

우리는 늘 자신 앞에 당면한 문제를 풀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모든 것을 본심에 비추어 본다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은 어디를 가든 무슨 무슨 일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약속도 잘하던데,

사실은 그들은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부자로 살게 해주겠다고, 경제 좋아지게 하겠다고 해서 한 표씩 찍어주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러분 부자로 살고 계십니까?

 

 

모든 것은 자기가 해결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습니다.

자기가 깨달아야 합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마음을 바꾼다는 것,

내 본심이 청정하고 훌륭한 것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노력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자성, 본심,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불교 교리는 그것을 이렇게 저렇게 이름 지은 것일 뿐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그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느껴야 합니다.

 

 

제 은사이신 해안스님께서는 그것을 느낀 다음부터 거기에서 밥을 먹고,

거기에서 잠을 자고, 거기에서 생활을 하고, 거기에 비추어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본심을 알지 못하는 것이 무명인데,

이 무명을 없애는 데는 밝은 등불이 으뜸입니다.

등불이란 무엇입니까?

밝은 지혜입니다.

밝은 지혜는 나에게 있는 본심을 아는 것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것입니다.

어둠을 몰아내서 실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곤 합니다.

본심을 살피지 않아서입니다.

본심을 알면 아무리 어두운 곳에 있어도 환합니다.

 

 

쇠로 된 소는 사자가 아무리 큰 소리로 울어도 놀라지 않습니다.

이처럼 본성을 꿰뚫어 알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많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병에 걸리지 않을까, 자식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걱정합니다.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으로 무명을 물리치고 어두운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자성에 비춰서 생활한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황산과 함께 짓다

   

        꽃피는 철에 술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니
        돈으로도 술로도 세월은 잡지 못하네.

        부끄러워라! 나는 주린 배나 채우는 보리밥인데
        그대는 세상에 드문 창포꽃 같은 사람.

        차 달이는 곳에는 파리와 모기가 적은 법
        대추나무 시집보내는 집에는 벌과 나비떼 몰려들리라.

        석류꽃이 눈에 가득 불꽃처럼 피는 때에
        문 앞에는 삐걱삐걱 시인의 수레 도착했네.

       

        ―김정희(金正喜·1786~1856)

    

次黃山韻(차황산운)

芳辰對酒每咨嗟(방신대주매자차)
          難把酒錢歲月覗(난파주전세월사)
愧我塡腸同麥飯(괴아전장동맥반)
如君稀世是菖花(여군희세시창화)
蠅蚊應少拈茶處(승문응소염다처)
蜂蝶爭喧嫁棗家(봉접쟁훤가조가)
滿眼石榴開似火(만안석류개사화)
門前轢轢到詩車(문전역력도시차)


   

 

 

     

 

         

 

 

        추사(秋史) 김정희의 시다.

        어느 봄날 절친한 친구였던 황산(黃山) 김유근이
        집으로 찾아오자 그와 함께 시를 지었다.

        꽃이 있고 술이 있어도 뜻이 맞는 친구가 없다면
        쓸쓸함은 더해진다.
        자신은 주린 배를 채우는 보리밥,

        친구는 세상에 드문 창포꽃이라 하다니
        추사처럼 도도한 사람도 친구가 그리울 때는 작아진다.
 
        화려한 곳으로 남들이 몰려갈 때
        고고하게 차를 달이는 나를 찾는 친구이니 오죽하랴!

        불타는 듯한 석류꽃에 마음이 외로워질 때
        벌써 문밖에는 시인을 태운 수레가 도착했다.
        그도 분명 나처럼 외로웠으리라.
     
        - 안대회(성균관대 교수)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슬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