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4. 12:4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거지 여인의 구걸
중국 오대산에는 '거지 여인의 구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대산 영축산에는 해마다 삼월이면 '누구나 부처님처럼 환영하는 법회'인 무차재無遮齋를 열었다. 그래서 이 법회에는 스님이든 마을 사람이든, 여자든 남자든, 귀한 사람이든 천한 사람이든, 늙은이든 아이든, 심지어 짐승들까지도 모두 함께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참으로 이 법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평등하고 음식에도 평등한, 지극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그런데 이 법회에 아이를 밴 거지 여인이 느닷없이 두 아이를 안고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가진 것 없는 그녀는 머리키락을 잘라 부처님 앞에 공양을 올리더니 주지 스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곧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니 제게 먼저 먹을 음식을 주시지요."
아직 음식 먹을 시간이 아니었지만, 주지 스님은 여인의 청을 들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배불리 먹은 여인은 데리고 온 개에게도 음식을 달라고 해서 먹인 다음 또 다시 주지 스님에게 가서 배 안에 있는 아기의 음식 몫도 달라고 했다. 여인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던 주지 스님이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몫까지 음식을 달라고 하니, 어쩌면 그렇게 음식 욕심이 많단 말인가!"
이 말을 들은 거지 여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쓴 조랑박은 뿌리까지 쓰고 달디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지. 삼계三界라,집착할 것 없는 이 천지 안에나는 무슨 까닭으로 스님의 꾸지람을 듣는가?"
그리고 갑자기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더니 문수보살이 되어 금빛 사자로 변한 개를타고 두 동자와 함께 구름 속으로 사라지며 다시 노래했다.
"평등을 배우는 이들이여.어찌하여 그대들은 온갖 경계에 흔들리는가 이 몸 이 마음 다 흩어지고 말면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어느 곳에 있는가!" 그 자리에 모인 수천의 대중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외쳤다. "성스러운 이여, 평등 법문을 듣고 힘써 수행하고 싶습니다."
보살의 모습이 사라지고 하늘 끝 어디선가 다시 보살의 노래만 들려왔다.
"그 마음 모든 삶 실어주는 너른 땅과 같다면, 그 마음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다면 두 가지 모습 없는 참 세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리라. 다툴 일 없이 있고 없음의 그 바탕 허공 아닌가?"
문수보살의 진신을 몰라본 주지 스님이 주머니칼을 커내들고 자신의 어두운 눈을 찌르려하자 대중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말렸다. 대중은 바로 큰 탑을 세워 거지 여인이 잘라준 머리카락을 탑 안에 모셨다. 명나라 초기에 이 절의 주지로있던 원광圓廣이 탑을 다시 고치다가 그 머리카락을 보았는데 머리카락은 금빛 광명을 뿜어내며 볼 때마다 양이 달라 보였다고 한다. 그 탑은 지금도 오대산 대탑원사 동쪽에 있다.
김진태의 <물 속을 걸어가는 달>에서...
사랑과 미움이 둘이 아니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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