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상 상주/현정선원

2013. 5. 16. 22:1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728x90

 

 

  

 

 

 

 

<질문>

세간상의 상주(常住)한다는 말보다는,

세간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답>

제 입으로 세간상이 상주한다고도 아니고 없다고 까지 말하면서,

거기다가 뭘 다시 맞고 틀리고를 논하고 있소?

그 '맞고, 틀리고'는 세간상 밖이오?· · · · · ·

그렇게 계속 이러면 맞고 저러면 틀리고에 매달려 지견만 굴리지 말고,

단 한 마디 말이라도 그 말의 깊은 뜻을 참구해서 그 뜻에 계합하기 위해

마음을 쓰시오. 질문자 말처럼 설사 그 말이 맞다고 한들,
또 그렇게 알았다고 한들 그게 당신이 깨닫는 데에 무슨 공덕이 있는가 말이오?· · · · · ·
도무지 말뜻을 어림도 못하고 있는 거요,

지금. 그 망상, 지견을 쉬라는데도 계속 이러면 맞고 저러면 틀리고에서

한 치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 · · · · ·

만법이 성품이 없다고 말했으면, 맞니 틀리니, 있니 없니 하는 모든 말들이

전부 쓸데없는 군소리 아니겠소? 이건 아주 단순 명쾌한 거요.

왜 만법이 성품이 없다고 하는가에 대해선 이미 입이 닳도록 얘기했소.

그렇다면 이제 깨닫고 깨닫지 못하는가는 전적으로 여러분 몫이오.

여러분이 깨닫는 것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거요.

신명(身命)을 다할 각오로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참으로 대장부의 기개로 몸을 크게 뒤쳐서 모든 것 툴툴 털고

훤칠하게 벗어날 수 있어야 하오.

맨날 세속의 상식으로 처발라가면서 그저 '나' 와 '내 것'이 어떻게 될까봐

벌벌 떨며 지견놀음이나 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 가망 없소.

불자(佛子)치고 불생불멸(不生不滅)이란 말 모르는 사람은 없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면 다 그럴싸하게 대답도 잘 할 거요.· · · · · ·

사전적(辭典的)의미를 모를까봐 묻는 게 아니잖소!

참으로 남(生)이 없고 멸(滅)함이 없다면 과연 그게 무슨 뜻이냔 말이오?
· · · · · · · · · · · ·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지금 이대로,

이 세상이 불생불멸 이라면 도무지 뭘 더 조작할 일이 있겠소?

지혜의 눈만 밝아지면 있는 이대로 열반인 거요.

생사가 그대로 열반이란 말이오.

이 마당에 계속 맞니 틀리니, 좋으니 싫으니 하며 역·순(逆順)에만

온통 마음이 사로잡혀 있으니 도무지 어찌 해야 하겠소?

 

        

          -현정선원법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