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고수행(刻苦修行) / 서경보 스님

2013. 8. 22. 20:0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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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고수행(刻苦修行) /  서경보 스님

 

 禪이란 것은 글자로 쓴 책을 배우는 것도 아니요, 말로 풀이하는 설명으로  

배우는 것도 아니요,누구한테 빌어 오거나 꾸어 오는 것도 아니며,

자기가 일용하는 사의 (四儀)가운데서 발견하여 깨닫는 것이라,

 

쉽다면 아주 쉬워서 세수를 하다가 코만지기보다 더 쉬원 것이지만

어렵다면 허공에 사다리를 세우고 하늘로 올라가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무형한 자기 마음의 본바탕을 파헤쳐서 영명(靈明)한

보배구슬을 찾아내는 까닭이다.그러므로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다른 학문은 배울수록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또한

그것에 의하여 출세도 하고 돈도 벌수가 있지만, 선공부라는 것은

깊이 들어갈수록 답답하고 재미가 없으며, 표적이 없고 또는

돈벌이가 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누구든지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많되 끝까지 성공을 하는사람은 적은 것이다.

 

그런가운데도 禪은 죽을고비를 몇번씩 치르고 나야만 겨우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자. 산악회원들이 등산을 잘 하자면 몇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겨야 산악등반에 자신이 서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각고수행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대하여 설하자면 몽산화상은

원나라 세조때의 사람으로, 남악하의 21세 완산정응선사의 선법을

이은 분이며, 이름은 덕이 인데 때로는 고균비구.전산화상.

휴휴암주좌선문(休休庵主坐禪文)이라 하여 선학계에서 이름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선사가 참선공부를 하느라고 고심한 기록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속인으로 있을때 나이 20에 이르러서 참선공부가 좋은 것임을

들어 알고,발심하여 32세가 되도록 178의 장로에게 들어보고

정진을 하였으나 도무지 진실한 뜻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

 

그 뒤에 완산장로에게 참여하였더니 무자화두를 탐구하라 하시며

말씀하시기를"12시 중에 반드시 생생한 정신으로 지어가되,

마치 저고양이가 쥐를 잡을때와 같이 하고, 닭이 알을 품듯이 하여

끊임없이 하라.투철하게 깨치지 못하거든 쥐가 나무궤를 뚫듯이 하여

결코 화두를 바꾸지 말고 꾸준이 지어가라. 이와같이 끌고 가면 기어코

발명할 시절이 있을 것이다", 하셨다

 

그러므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궁구하였더니 ,18일이 지나 한번은 차를 마시다가

문득 세존이 꽃을 들어보이심에 가섭이(부처님상수제자)

미소 지은 도리를 깨닫고 환희하기를 이기지 못하여 43장로를 찾아서

결택을 구하였으나 아무도 한말씀도 없더니, 어떤 스님이 이르시기를 ,

다만 해인삼매(일체가 끊어져 맑은마음이 현전하여 일체법이 명랑하게 나타나는 것)

로 인정하고 다른 것은 모두 상관하지 말라 하시기에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두해가 지나갔다.

 

경정 5년 6월에 사천의 중경땅에서 이질병에 걸려 몇달동안 밤낮으로

수백 번이나 배가 아프고 피똥이 나서 곧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나

아무 신효한 약이 없었다 따라서 그것을 참을 힘도 없는지라,해인삼매도

 다 어디로 가고 나타나지 않으며, 종전에 조금 깨쳐 알았다는 것도

쓸데가 없었다.입도 움직일 수가 없고 몸도 꼼작할 수가 없으니,

남은 길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그리하여 업연경계(業緣境界)가 일시에

나타나 두렵고 떨려서 갈팡질팡할뿐이요,어찌할도리가 없는 가운데

온작고통이 한꺼번에 핍박하여 왔다.그때에 내가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서 가족에게 후사를 부탁하고 향로를 차려놓고 좌복을 높이고

서서히 일어나서 좌정하고 삼보와 용천에게 묵도하기를,

"이제까지 모든 불선업을 진심으로 참회하오니,원하옵건데 이 몸이

이제 수명이 다하였거든 반야의 힘을 입어서 좋은 곳에 태어나서

일찍이 출가하게 하여 주시며, 혹 병이 낫게 되거든 곧 출가하여

중이 되어서 속히 크게 깨쳐 널리 후학을 제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와같이 하고 다시 무자화두를 들어 마음을 돌이켜서 스스로

반조하였더니, 얼마아니 가서 장부(臟-오장腑) 가 서너번 쿵 하고

소리가 나며,동하는 것을 그대로 두었더니 또 얼마있다가는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으며, 다시 얼마 있다가는 몸이 없는듯

보이지 아니하고 오직 화두만 끊이지 않았다.

 

밤 늦게야 자리에서 일어나니 병이 반은 물러갔기에 다시 앉아

3경4점에 이르니,모든 병이 씻은 듯이 없어지고 심신이 편안하고

아주 가볍게 되었다, 그리하여 8월에 강릉에 가서 삭발하고 중이 되어서

1년동안을 있은 뒤에 행각으로 나섰더니,도중에 밥을 짓다가 생각하기를

 

공부는 모름지기 단숨에 끝마칠것이요,하다가 말다가 하는 단속이 있으면

안될 것이라 깨달고 황룡사에 이르러서는 선당으로 들어갔다 .

첫번째 수마가 닥쳐왔을때는 자리에 앉은채 정신을 바짝차려서

화두를 들었으나 수마가 심하게 닥쳐왔을때는 자리에서 내려와

 불전에 예배하여 쫓아 버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며 규식(規式)에 따라

그때그때 방편을 써서 수마를 물리치며 공부했다 .

 

그리하여 처음에는 목침을 베고 잠깐잣으나 나중에는 아주 눕지를 않았다 ,

이리하여 23일이 지나고 보니 밤이고 낮이고 심이 피곤하더니

한번은 발밑이 땅에 닿지않는듯 공중에 떠있는듯 홀연이 눈앞에

검은구름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았다 ,

 

마치 몸이 목욕간이라도 나온듯이 심신이 청쾌하며 마음속에

의심이 더 성성하며,힘을 들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현전하며

일체 바깥 경계의 소리나 빛깔이나 5욕이 모두 들어오지 못하며

청정하기가 은쟁반에 흰눈을 담뿍이 담은듯 하고 청명한 가을

공기와도 같았다.그때에 돌이켜 생각하니 공부경계는 비록좋으나

가히 결택할길이 없어서 다시 자리에 일어나

승천의 고섬화상 회상에 이르러,스스로 맹세하기를

 

확연히 깨치지 못하면 내 결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고

배겨냈더니 월여에 다시 공부가 복구 되었다.  그 당시 온몸에

부스럼이 났음에도 목숨을 떼어 놓고 공부를 하여 자연히 득력이 되어서

아픈 줄을 모르고 지냈는데, 하루는 재에 참례하려고

절에서 나와 화두를 들고 가다가 재가(齋家)를

지나치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하여 다시 동중공부(動中工夫)를

지어 얻으니 이때의 경계는 마치 물에 비친 달과도 같아서

급한 여울이나 거센 물결속에서 부딪쳐도 흩어지지 아니하며,

당연히 놓아지내도 또한 잊혀지지 아니한 경지였다.3월초 6일의

좌선 중에는 바로 무자(無字) 를 들고 있었는데 수좌가 당에 돌아와

향을 사르다가 향합을 건드려 소리가 나는데 '악' 하고 소리치니

이윽고 자기면목을 요달하여 조주가 그때 게송을 짓기를,

 

흥취없이 걷는 길에 길머리가 다하여

밟아 뒤집으니 파도가 곧 물이로다

무리에 뛰어난 늙은 주주여

면목이 오직 이와 같도다 .

 

했다 그해 가을 임안에서 설암.퇴경.석범.허단 등 여러장로를 뵈었더니

허주장로가 완산장로께 참청하기를 귄하시기에,이윽고 완산장로를

뵙게되니 묻기를,

'광명이 고요히 비쳐 온 법계에 두루했네 의 게송은 어찌 장졸수재가

지은것이 아니냐? " 하시는대,내가 대답하려 하자

벽력같이 할로 쫓아내셨다.

 

이로부터 앉으나 서나 음식을 먹으나 아무생각이 없더니,

6개월이 지난 다음해 봄에 하루는 성을 나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돌층계를 올라가다가 홀연히 가슴 속에 뭉쳤던 의심덩어리가

눈 녹듯하여 이 몸이 길을 걷고 있는줄도 알지 못했다.

곧 완산장로를 찾았더니 또 먼저번과 같이

 '광명적 조변하사다 기불시장졸수재어 하시거늘 내가 그만 선상을 둘러 엎었다 .

다시 종전부터 극히 까다로운 몇가지 공안을 들고 물으시는 것을

거침없이 확연하게 대답을 했다.

 

여러 납자여 !

참선은 모름지기 투철하게 해야한다 .내가 만약 중경에서

병이 들지 않았다면 거의 평생을 허송세월하고 마쳤으이 생각한다.

참선에 긴요한 일을 말한다면  

첫째로 정지견인(正知見人)을 만나는데 있다고 하겠다.

이런 까닭에 고인을은 조석으로 참청(參聽)하여 신심을 결택하고

끊임없이 다시 간절하게 이 일을 구명했던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몽산장로의 공부한 실화이며,다른사람은 공부를 하다가

병만 나면 퇴타 하기가 일쑤인데 몽산장로는 도리어 병을 가지고

 더욱 정진하여 미침내 큰 그릇을 이루었으니

어찌 우리가 덤덤하게 보아 넘길 것인가.

 

그러므로 참선 공부는 각고수행(刻苦修行) 을 해야

 서기지망(庶幾之望 )이 있다고 본다.

 

끝--------------

 

* 각고수행 - 뼈를 깎고, 살을 저미고, 피를 토하는 수행.

도를 이루기 위하여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수행 정진하는 것

* 서기지망 - 대를 이를 희망 . 앞으로 잘 되어갈 희망

 

.

                                                                                       - 순천만 생태공원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 이 해 인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 오는가

함게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위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횐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덜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 동자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