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사는 사람 / 성철스님
2013. 8. 22. 20:4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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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스님께서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푸른산이 영원토록 변하지 않고 흰구름이 자유로이 오고가는 것을 보고 살지.
거기에서 모든 것의 실체를 볼 수 있어. 무궁무진한 변화도 보면서 살고 있지.
- 스님의 섭생방법이 독특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건강을 어떻게 유지하십니까?
먹기를 아주 조금 먹거든 보통 사람들의 3분의 1쯤 될까.
그래서 의사들도 놀라 어떤 신도들은 그렇게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
밥 적게 먹고 매운 것 안 먹고 순담식(무염식)으로 수십년 살았지.
어떻게 걸어다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난 괜찮아.
무염식을 하시게 된 동기가 따로 있습니까?
스님 : 뭐, 동기가 따로 있나. 몸에 좋으라고 골라 먹는게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맵고 단 것 먹는 성질이 아냐. 좋은 음식은 잘 안 먹고,
스님 : 이 누더기, 오래 됐어. 한삼십년 될까. 많이 떨어져 앞 자락을 좀
조금 있으면 또 떨어지겠지.
- 어떤 종교에서는 오로지 자기네가 믿는 종교의 교조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지, 다른 종교를 가지고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도 그렇습니까?
[너는 내 말만 들어야지 남의 말을 들으면 살 수 없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을 우리는 인격자라고 할 수 없지. 내 말을 안 듣는 사람까지도
불교는 일체법이 개시불법(皆是佛法)이야. 모든 것이 불교 아닌 것이 없다고 해.
하나의 법도 버릴게 없다는 것이 불교라는 거지. 불교는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
불교에서는 부처님 믿고 안 믿고 큰 문제가 아니야.
자기 마음을 바로 보고 바로 쓰면서 바로 행동 하는 것이 근본이야.
그러니 석가모니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해탈(구원)할 수 있어.
- 요즘 우리나라 종교계 일각에서는 물량주의와 거대주의에 도취되어 있는 것
이런 현상을 스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스님 : 정신적인 양식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이 종교야.
사람이란 물질에 탐착(貪著)하면 양심이 흐려져. 그러기 때문에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사스런 왕궁을 버리고
철저한 무소유에서 때묻지 않은 정신이 살아난 것이야.
또한 그 산 정신을 널리 공급한 것이지
종교인이 청정하고 올바른 생활을 하려면 최저의 생활로 자족할 수 있어야지.
여유있는 물질은 반드시 사회로 환원해야 죄를 덜 짓게 될거야.
- 우리 민족의 과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통일입니다. 분단체제로 인해서
스님이 생각하시는 국가나 통일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하나를 이루고 말텐데 미리부터 서로가 인내력을 가지고
아집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한덩어리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 스님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스님 : 생사란 바다의 파도와 같아. 끝없는 바다에서 파도가 일어났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생과 사는 하나이지 둘로 볼 수 없는 거야.
- 요즘 절에는 없는 것이 없더군요.
출가한 남자를 비구라고 하지.그 비구라는 말이 걸인이란 말이야.
옷은 헌 것을 업고 밥은 얻어 먹고 이게 부처님이 가르친 철칙이지.
부처님의 법을 지켜야하는 승려들이니,
꼬치꼬치 물어서 죄송합니다. 좌우명 같은 것이 있으면…
스님 : 내게 무슨 좌우명이 있겠나.
「차나 한잔 마셔라」 하는 것으로 좌우명을 삼지.
가치관의 혼돈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나 할까요.
현대인들에게 삶을 위한 법문(法門) 좀 주시지요.
스님 : 그거 별 것 아니야. [내가 사람이다] 하고 생각하면
개, 돼지; 같은 짐승처럼 날뛸 수 없다는 말이야.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나는 사람이다」 하고 살아야지.
온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산다면 뭐 걱정할 게 있겠나.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보는 눈이 날카로워야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냐.
-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법칙이란 무엇입니까?
스님 : 인과법칙이란 우주의 근본원리야. 불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지.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나듯이
남을 위해 기원하면 나를 위한 것이 되고 남을 해치면
어떤 사람이 죄를 많이 지어 지옥에 떨어졌거든. 지옥 문앞에 가서 보니
보통사람 같았으면 [저 속에 들어가면 저렇게 될텐데…]
[저렇게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잠깐만이라도
내가 대신 받아 저 사람들을 대신 쉬게 해줄수 있다면…
이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지옥이 없어졌더래.
그 순간에 이 사람은 극락에 간 거지. 중생을 대신해서
모든 것이 일체유섬조(一切唯心造)란 말이야.
이른 아침부터 오랫동안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말씀 널리 퍼지도록 하겠습니다.
무심천.... 도종환
한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그 끈 떨쳐 버릴수 없어 괴로울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워 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수 있다면
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빈 가슴으로
바람 한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이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 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 다 버린 뒤
우주처럼 넓어진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서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그림/박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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