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 20:5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법다운 위의에 자석 끌리듯 합장
금강심론 배우며 보배 꿰는법 익혀
염불선·보리방편문 수행 계기도
이제 이순(耳順)을 넘긴지도 몇 해가 되었고 머리에는 서리가 내렸다.
30대 중반에 청화 큰스님을 처음 뵐 때 큰스님의 세납이 꼭 그랬다. 1985년 신록이 푸르른 봄날 아침에, 곡성 태안사 해회당 툇마루를 걸레로 닦고 계신 스님을 뵙고,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법다운 위의에 자석에 끌리듯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합장하였다.
대각을 이룬 후 첫 설법을 위해 5비구를 찾아가는 부처님과 마주친, 범지 우파카도 이런 느낌을 받아서 부처님께 질문을 던졌을까? 멀리서 오는 부처님을 보고 외면하자고 말을 맞춘 5비구가 저절로 일어나 예를 올리던 때가 이 느낌이었을까? 탁발을 위해 성중으로 가는 아싸지의 위의에 매료되어 뒤따라간 사리푸트라의 느낌은 분명 이랬을 것이다.
그 후로 2003년 가을, 타세(他世)로 건너가실 때까지 18년을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한걸음 물러서서 큰스님 곁에 머물렀다. 다행스럽게 미국에 계신 동안에도 자주 뵐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인드라망으로 얽힌 세상은, 하루에도 아니 한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는 생각들과, 뭇생명들이 모인 사회와 삼라만상의 환경과의 연관성을 떠날 수 없다. 인드라망의 가상현실(假想現實)인 인터넷망이 생활필수가 된 요즈음, 세상이 스마트 폰을 통해 좁은 손바닥 위에 올라와서도, 질서와 조화를 무너뜨리지 않고, 한계 없이 무한히 벌어져 더욱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훨씬 더 많은 즈음에 돌아보면 수많은 만남이 있어왔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가친지, 친구, 선후배, 도반, 스승 등 잊을 수 없는 사람도 헤아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일찍부터 배우고 익혀온 부처님 가르침이, 허망하지 않고 참됨을 몸소 구현해 보여주시고, 안심(安心)을 주신 큰스님을 가장 잊을 수 없다. 큰스님의 스승에 대한 지극함 덕분에, 금타 대화상의 유고집인 ‘금강심론’을 30대에 만나서 지금까지 매일 조금씩 읽으면서, 보배구슬들을 하나로 꿰는 법을 익히고 있다.
처음 만나 뵐 때 스님의 세납과 얼추 맞아진 나이가 되어서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바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일찍이 스님이 차세(此世)에 계신동안 수릉엄삼매도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사 금강도반들과 함께 암중모색하고 있다.
큰스님께서 6.25 전 운문암으로 출가해, 산중에 빨치산이 출몰하는 스산함과 여러 어려움으로 다른 절로 옮겨 공부하고 싶었으나, 큰방에 걸린 금타 대화상의 수릉엄삼매도를 두고 갈 수 없어 그냥 머물러 계셨다고 한다. 또한 당시 궁핍한 절 살림에 불을 안 켜고 조석예불도 어두운 법당에서 올리던 때였는데, 밤에 어른 스님께 혼날까봐 헤어진 모포로 뒷방 창을 가리고 호롱불을 켜고 베꼈다는 수릉엄삼매도이다.
배광식 국제포교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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