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3. 18:1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마음거울에 비친 그림자들/법상스님
불법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본래 성품을 밝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성은
단 한 번도 어두웠던 적이 없고,
사라진 적이 없으며,
언제나 본성 위에서 삶이 피어나고 있다.
다만 망상 분별과 온갖 생각들로 인해
본성을 보지는 못한 채,
겉모습(상)의 이름과 모양(명색)만을 따르기 때문에
늘 그 자리에 있는 자연성품을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예로부터 선에서는
이 본성의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곤 한다.
거울은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비추어 낸다.
거울 앞에 나타나는 것이 무엇이든
좋거나 나쁘거나,
추하거나 아름답거나
상관하지 않고
그저 비추어 낼 뿐이다.
그 때 사람들은
그 거울 안에 있는 온갖 좋고 나쁜 대상들이
진짜인 줄 알고
좋으면 애착해 가지려고 하고,
싫으면 미워해 밀쳐내려고 하면서,
온갖 시비분별과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진짜 자기 인 줄 알고,
진짜 세상인 줄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성을 본다고 함은
거울에 비친 그림자들을 보면서
그것이 진짜인 줄 알아 집착하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모든 것을 비춰내는 그 본 바탕을 바로 보는 것이다.
아무리 좋고 나쁜 것들이 거울에 비치더라도
거울 그 자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비추어 낼 뿐
아무런 판단 분별도 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으며,
그 거울에 비친 대상들을 대상으로
그 어떤 괴로움도 일으키지 않는다.
바로 이와 같다.
우리의 본래 마음 또한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완전한 성품이다.
부처는, 깨달음은
따로 얻으려고 애쓸 것도 없고,
찾아 나설 필요도 없이,
지금 이대로 한 시도 빠짐 없이
우리가 늘 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분별하지 않는다면,
코와 혀로 느껴지는 모든 맛과 향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몸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촉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있다면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을 따라가지만 않는다면,
그 모든 것들이
다만 마음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
실체가 아님을 안다면,
지금 이대로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모든 대상이
그대로 본성 아님이 없고 진리 아님이 없다.
겉모습이나 이름, 모양을 따라가지 말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그 마음거울이라는 바탕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이나 분별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인식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직 모를 뿐'이다.
안다고 하면 어긋난다.
법은 알려지는 어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선사 스님들께서는
머리로 헤아릴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을 쓰셨다.
도가 무엇입니까 라는 물음에,
마른 똥막대기라거나, 뜰 앞의 잣나무라거나,
손가락을 들어 보이거나,
알 수 없는 선문답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 방편이 바로
머리로 헤아리고 판단 분별해서 알려고 하는
그 모든 습관적인 방식을 탁 그치고,
도무지 어찌할 수 없어서 앞뒤로 꽉 막히는,
은산철벽과도 같은,
오직 모를 뿐인,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공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간화선의 화두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의심이다.
도무지 풀 방법은 없고,
생각이나 의식을 조작해서도 안 된다면,
그러나 답은 찾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
그저 꽉 막힐 뿐이고,
답답하고 갑갑할 뿐이며,
오직 모를 뿐이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알고자 하는
그러나 그 무엇도 할 수 없어
꼼짝달싹 못하는
문 없는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다 보면
활짝 열린다는 것이 바로 간화선의 방편인 것이다.
내 인생의 눈 앞에 등장하는
그 모든 삶의 스토리며, 등장인물들이며,
그 모든 성취와 실패들
그 모든 것은 거울에 비친 헛된 그림자일 뿐이다.
당신이 관심가질 부분은
그 거울에 비친 모습들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일어난 곳을 되돌아 비추어(회광반조)
마음거울 그 자체를 보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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