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廻)의 족쇄(足鎖) - 오하분결(五下分結), 오상분결(五上分結)

2015. 1. 10. 04: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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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경전인 팔리어 대장경의 《앙굿타라 니까야》 제10권 제13경에 따르면,

 

 

중생들은 다음과 같은 족쇄에 묶여 있어서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족쇄는 오상분결 5가지와 오하분결 5가지로 모두 열 가지이다.

 

윤회(輪廻)의 족쇄(足鎖) - 오하분결(五下分結), 오상분결(五上分結)

 

*오하분결(五下分結) - 중생(衆生)을 욕계(欲界)에 결박(結縛)시키는 해탈하지 못하게 하는 다섯 가지 번뇌. = 오하결(五下結) = 하오결(下五結) = 오순하분결(五順下分結), 하분(下分)은 욕계, 결(結)은 번뇌를 뜻함.

 

1. 유신견(有身見) - 자아가 있다는 견해. 오온이 나, 나의 것, 나의 자아라고 집착하는 삿된 견해

2. 계금취견(戒禁取見) - 그릇된 계율이나 금지 조항을 바른 것으로 간주하여 거기에 집착하는 견해.

3. 의심(疑) - 불·법·승 삼보나 계율, 연기법 등을 회의하며 의심하는 것.

4. 욕탐(欲貪) - 욕계의 탐욕

5. 진에(瞋恚) - 노여움, 증오, 분노, 적대감 등의 성내는 마음

 

*오상분결(五上分結) - 유정을 색계·무색계에 결박(結縛)시키는 5가지 번뇌

 

6. 만(慢) - 내가 남보다 낫다, 못하다, 동등하다 하는 오만한 마음(我慢)

7. 도거(掉擧) - 들뜨고 흔들리고, 불안한 마음

8. 무명(無明) - 진리를 바로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9. 색탐(色貪) - 감각적 욕망을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순수 물질의 세계와 그 느낌에 대한 집착(色界欲), 색계의 탐욕

10. 무색탐(無色貪) - 색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순수 정신세계나 그런 인식에 대한 집착 (無色界欲), 무색계의 탐욕.

 

 

 

 

 

山寺에서의 하룻밤  / 문태준

 

 

수많은 방을 바꿔가며 수많은 방을 만났지만
절에 가 묵는 단출한 방만 못하다.
단출한 방에서의 하룻밤.
살림이 없는 방은
병(病)이 난 몸에게 처음 먹여주는 미음 같은 것.  

절이 내주는 방은 가구와 가전이 없다.
절은 ‘맨밥’ 같은 방 한 칸을 내준다.
벽과 천장과 바닥만 있는 방.
나는 깜박깜박 졸다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드러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 뒷짐을 지고
방안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속말이 있으나 더불어 말할 사람이 없다.
두고 온 사람 생각이 왜 없겠는가.
접어놓고 온 일에 왜 불안하지 않겠는가.
일을 잊자고 온 곳에서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니.
잊고자 하여도 잊기 어려운 것은 그냥 둬본다.

좇아가 찾는 추심(追尋)을 삼가고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본다.
내가 가려서 선택하고 욕망했던 일을
무심하게 바라볼 뿐.

그때, 해후처럼 나를 마주하게 된다.
생각이 일면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이것 또한 관대하게 나의 마음을 경청하는 일 아니겠는가.
절에서 소낙비를 마음 없이 바라보는 일도 일미(一味)이다.

여름비가 내리다
문득 그치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
잠깐 웃는 사이 같기도 하고, 울음이 쏟아졌다
막 멎는 사이 같기도 한 그것.

웃음도 울음도 잠깐 얽히고 설킨 그물의 일일 뿐,
모든 것은 흘러간다.
비가 그치면 풀벌레 소리가 돋아나니 더욱 좋다.

불어난 계곡물은 절을 에두르고,
물이끼는 돌의 이마에서 한층 짙푸르고,
계곡의 청량한 바람은 새소리를 맑게 옮겨준다.

녹음과 풀벌레소리와 골물과 돌이끼와 바람과
새소리와 간소한 방이 절에서는 나의 모든 재산.
그것들을 금고에 가둘 필요는 없다.

아무도 그들을 몰래 떠메고 가지 않을 것이므로.
도둑이 없으므로 빼앗길 것도 없고,
나로부터 빼앗아가는 이도 없다.
찐 감자를 내놓는 인심도 좋지만,
산나물과 말간 국으로 차린 소찬의 밥상도 좋다.

밤은 더 캄캄하고 적적하다.
오, 밤이 이렇게 길었다니.
한숨의 잠을 자고 나도 바깥은 여전히 밤.

그러니 일어나 밤을 걸어도 좋다.
구겨진 잠을 잘 필요는 없을 테니.

여름 밤의 긴 은하는 어떠한가.

그럴 때는 절 마당에
조용히 솟은 탑의 둘레를 가만가만 돌아보라,
한 가지 소원을 빌면서.
아무도 없는 절 마당의 한가운데에 쪼그려 앉아도 보라.

달밤에는 마루에 앉아보라.
내가 낮 동안 끌고 다닌 신발이
댓돌에 가만히 올려져 있는 것을 바라보라.

두고 온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어질 때 그때 돌아오라.
당신보다 조금 늦게 찾아올 다른 사람을 위해
당신이 머문 한 칸의 방을 말끔하게 정리해 놓고서.
그곳에 빈 방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서.

비로소 당신의 마음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 한 칸을
들여놓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