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속에 살려지는 삶/법상스님

2015. 1. 10. 05:2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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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속에 살려지는 삶/법상스님

 

 

뒷 산 언덕에 나즈막히 서 있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의 하늘같은 은혜를 떠올려 봅니다.
쌀 한 톨과 인연 닿은 수많은 이들의 은혜..
주말이면 어김없이 밝은 기운 넘치는
부처님 도량을 찾아 주는
나의 따뜻한 수행 도반들의 향기로운 은혜...
이 모든 맑고 향기로운 은혜 속에
'나'는 무한히 살려지고 있음을 알기에
입가에 가득 담백한 미소가 띄워 지나 봅니다.

이 세상 크고 작은, 현명하고 어리석은,
잘나고 못난, 생명 있고 없는
이 모든 존재의 따사로운 은혜에 대해서
고요히 명상해 봅니다.

가깝게는 부모님, 형제, 친척에서부터
주위 도반들 스승, 그리고 선후배,
조금 멀게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은혜로 인해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저 태양과 하늘, 별과 달의 은혜, 물과 나무의 은혜
그리고 그 속에 감격스레 살아 꿈틀대고 있는
작고 하찮은 미물들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생명의 은혜가
지금의 '나'를 무한한 참 생명의 기운으로
살려지게 하고 있다는 너무도 소박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머리숙여 합장 예배합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절대 홀로 '나' 일 수는 없습니다.
이웃이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이 우주 만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하찮게 여기던 작은 미물일지라도
나를 나일 수 있게 만드는,
나를 무한히 살려주고 있는
은혜로운 존재인 것입니다.
나 스스로 살고 있다는 생각은 너무도 편협한 안목입니다.
내가 돈 벌어 내가 쓰는 것이고,
내가 잘났으니 이 정도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라는
등의 '내가...'라는 말은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내 혼자가 아니라 이 모든 존재의 작은 은혜 은혜들이 모여
내가 살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은혜로 인해
지금 이 순간도 무한히 살려지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살아간다고 하면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일체만물, 일체중생의 따사로운 은혜로 인해
살려지고 있다는 삶의 실상을 올바로 볼 수 있게 되면
일체 중생을 '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내 삶의 경쟁자가 아닌
있는 그대로 '나'와 둘이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을 일러 부처님께서는 자비라 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제각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무한히 살려주는
감격스런 한 가족이며
한 생명인 것임을 올바로 자각했을 때
나의 삶은 비로소 밝은 빛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