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7. 11:5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문>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제 눈에는 계속 뭔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답> 모든 법문은 어쩔 수 없이 방편으로 하는 소리요. 말이라는 것은 본래 구조적으로 그 어미가 궁극적으로 이다, 아니다로 귀결될 수밖엔 없소. 그래서 미혹한 범부들이 이렇다고 하면 이렇다는 줄만 알고, 저렇다면 저렇다는 줄로만 알아들으니 외통수란 핀잔을 면치 못하는 거요. 불법(佛法)이 본래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 딱히 이렇다고 혹은 저렇다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경우에 따라서 이쪽에 들러붙은 사람에겐 저쪽을 얘기해 주고, 저쪽에 들러붙은 사람에겐 이쪽을 얘기해줌으로써, 어느 한쪽에 치우쳐 외곬으로 온통 그것에만 정신이 팔려 그게 전부인양 아등바등 대는 것이 전혀 부질없고 까닭 없는 짓임을 깨우쳐 줄 뿐이오. 그 존재에 대해 주로 무(無)니 공(空)이니 비(非)니 결국 무니, 공이니, 전혀 새삼스러운 쓸데없는 소리에 불과한 거요. 그러니 없다고 하면 없는 줄만 알고 있다고 하면 있는 줄만 아는, 이 세상을 좁디좁은 붓대롱을 통해서 보는 범부 신세를 빨리 면해야 하오. 붓대롱을 걷어치우고 활짝 열린 시각으로 이 세상을 온통 한번에 관조(觀照)할 수 있어야 하오. 그러기 위한 열쇠가 뭐겠소? · · · · · · 그 어느 것 하나도 인연에 기대지 않고 나는 법은 메아리가 나듯이 이 세상 삼라 그러니 그림자를 갖고 실제인양 끙끙거리며 씨름을 한다면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오. 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고 혹은 잠잠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부 제가 지은 업 때문에 그리 보이는 것뿐이니, 그저 일어나면 일어나는 채로, 잠잠하면 잠잠한 채로 실상은 전혀 아무 일 없음을 알아야 하오. 지금도 바다에는 종일하루 천파만파가 일지만 바다 그 자체는 전혀 아무 일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요.
-현정선원법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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