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8. 11:0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세상 모든 것은 안의 문제다/법상스님
인도 북부 라닥주
해발 4,500m 고지대에 티벳스님들이
깊은 선정에 들어 있는 모습이 한없이 고요합니다.
'오∼옴 마니 반메훔'
낮은 염불소리가 은은히 깔리며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노스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안의 문제다"
대우자동차의 미니밴 '레조'의 광고 카피입니다.
달라이라마의 수제자로 잘 알려진
티벳스님의 참선모습을 담은 맑고 향기로운 광고가
일상에 찌든 우리의 시선을
잠시 시원하게 끌어주고 있습니다.
처음 그 광고를 대하며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할 그런 찡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작은 멘트 속에
어찌 이리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
세상 모든 것은 안의 문제다...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있는 듯 가슴 뭉클합니다.
그동안 우리들의 마음 속에
세상 모든 것들은 밖의 문제로 돌리기 쉬웠습니다.
사회를 탓하고
부모님을 탓하고
나쁜 머리를 탓하고...
남들을 탓하며
그 작은 나를 내새우려 노력하는 안타까운 모습들...
그 어리석은 삶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가만히 명상해 보면
세상 모든 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안'의 문제입니다.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난한거야...
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불쾌한 직장 상사, 저 놈만 없었어도...
난 왜 이렇게 못생겼지...
내 머리는 왜 이렇게 나빠...
그러나 나를 이루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다름아닌 내 안의 문제임을 다시금 돌이켜 봅시다.
모든 것을 내 안의 문제로 돌려 놓고 나면
그렇게도 고요해 집니다.
삼세인과경에 나와있지 않던가요?
굶주리고 헐벗는 자는
전생에 돈 한푼 남에게 보시하지 않은 인과이며...
홀아비 신세는
전생에 남의 여자를 간통한 과보이며...
말과 소의 축생 인연은
전생에 남의 빚 갚지 않은 연고이며...
난쟁이의 인연은
전생에 경전을 함부로 대하며 흙바닥에 던진 탓이며...
목소리가 좋지 않은 자는
전생에 욕설을 잘 한 연고이고...
절세가인 잘생긴 사람은
부처님 전에 꽃공양을 올린 공덕이라....
잘나고 못난 것도 모두 내가 지은 인연입니다.
좋은 일, 나쁜 일도 모두 내가 지은 인연입니다.
인과의 법계는 0.1%도 오차도 없습니다.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모든 조건들이
바로 '나'에게서부터 나온 것임을
올바로 아는 것이 연기법을 올바로 아는 것입니다.
수행자가 받아들여야 할 첫 번째 진실이
바로 세상 모든 것은 안의 문제임을 믿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내 문제임을 믿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나에게서 나온 것이니
바꾸어 말하면
그 어떤 일도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창조해 내는
조물주이며, 신이기도 한 것입니다.
안의 문제기에
안이 바뀌면 밖도 바뀌게 마련입니다.
싫어하는 다른 친구의 마음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먼저 웃고
먼저 다가서고
그를 위해 기도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낸다면
그는 바뀌게 마련입니다.
나쁜 나의 환경을 탓하기보다
내 스스로 밝은 마음 짓고
열심히 수행 정진하면
내 주위가 부처님의 밝은 도량으로
기꺼이 바뀌어 줄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바로 내 안의 문제이기에
안이 바뀌면 세상도 바뀌는 것입니다.
또한...
그 어떤 어려운 삶의 의문일지라도
안으로 되돌려 놓고 나면
시원스레 해답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삶의 어떤 괴로운 경계라도
내 안에 되돌려 놓고 나면 그만입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안으로... 안으로... 되돌려 놓아가는 삶이
진정 수행자의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참선도.. 염불도.. 관(觀)도... 방하착(放下着, 놓음)도...
이 모든 것이 안에서 찾는 수행
안을 밝히는 수행입니다.
[인도 라닥의 티벳 포탈라궁을 본따 만든 사찰입니다]
[숫타니파타]에서는 말합니다. “옛것을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새것에 너무 매혹 당하지 말라. 사라져 가는 자에 대해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고, 새롭게 다가와 유혹하는 자에게 사로잡혀서도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탐욕이며, 거센 격류이며,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이며, 건너기 어려운 저 욕망의 늪인 것이다.”
사람이든, 소유물이든, 명예나 지위가 되었든 올 때는 온 것을 잘 쓰지만, 그 인연이 다하고 떠나야 할 때가 된다면 떠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한다. 세상 모든 것들은 내 마음대로 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제 스스로의 인연 따라 왔다가 제 인연이 다 하면 스스로 갈 뿐, 내 마음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옛 것, 익숙한 것, 기존의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사로잡힐 것도 없고, 새 것, 새로운 것, 낯선 것이라고 해서 너무 과도하게 매혹당할 것도 없다. 익숙한 것이 떠나갈 때도, 새로운 것이 다가올 때도 그저 왔다가 가는 제행무상의 속성을 깨닫는다면 붙잡거나 버릴 것도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도,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아야 한다.
인도에서 두 부부와 아들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걷다가 잠시 그늘 아래에 쉬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젊은 한 여행자가 함께 쉬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젊은 여행자가 길을 떠나는데, 어머니가 그 젊은 여행자와 눈이 맞아 함께 뒤따라 가게 되었다.
아들은 당황하여 아버지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태연하게 자신의 길을 다시 걸을 뿐이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쩔거냐고 따져 물었더니 아버지는 답했다. “네 어머니는 처음 올 때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왔고 지금 떠나갈 때도 자신의 결정에 따라 다만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일 뿐이다. 자신의 길을 따라 왔다가 자신의 길을 따라 가는 것을 내가 어쩌겠냐?”
아무리 부부라고 할지라도,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그 또한 사실은 내 소유물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 왔을 때 아름다운 생의 여행을 함께 해 나갈 수 있겠지만, 떠나갈 때가 되었을 때 떠나갈 수 있도록 마음에 과도한 사로잡힘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인연이란 한 번 맺어지면 어떻게든 꼭 한 번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을 가지고 맺어졌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물질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소유물이라 할지라도 오는 것 애써 막을 것도 없고, 내게서 멀어지는 것을 애써 잡을 것도 없다. 경계 또한 그렇다. 오는 역경계라도 막을 것 없고, 가는 순경계라도 붙잡아 두려고 애쓸 것 없다.
인연이 다 하면 갈 뿐, 가고 나면 또 다른 인연이 다가올 것이다. 인연이 아니라면 오지 않을 뿐, 그 인연 오지 않더라도 또 다른 인연이 올 것이다.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마음만 다 놓아버리고 살면, 물 흐르듯 그냥 그냥 살면 오고 갈 것도 없고, 좋고 싫을 것도 없고, 맞고 틀릴 것도 없고, 성공도 실패도 없고, 바램도 성취도 없고, 다 좋을 뿐. 그냥 좋고 싫을 것도 없이 그냥 그냥 그러할 뿐. 여여하게 그러할 뿐이다.
올 것들은 정확히 오게 되어 있고, 갈 것들은 정확히 가게 되어 있다. 붙잡는다고 갈 것이 오는 것도 아니고, 등 떠민다고 올 것이 가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인연에 맡기고 받아들이라.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 법계의 강에 온 존재를 내맡기고 흐름을 따라 다만 흐르라. 이 길로 가려고 애쓸 것도 없고, 이미 지나 온 길을 거슬러 되돌아 가려고 후회하지도 말고, 아직 오지 않은 길을 찾으려 애쓸 것도 없이 다만 인연 따라 흘러가면 된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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