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요,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다.

2015. 4. 25. 21: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신심명

728x90

 

 

 

    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요,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다.
         境由能境 能由境能                     - 신심명중에서

    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 되는 것이요,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객관이 그대로 주관이고, 주관이 그대로 객관이어서 아무 차별이 없습니다.

    주관과 객관이 서로 의존하고 있고, 서로의 관계를 통해

    허구적인 존재성을 띠는 것을 일러 연기(緣起)라 하고 공(空)이라 합니다.

    전체의 차별상이 그대로 공일 뿐, 차별상을 벗어나 공의 형상이 따로 있지 않기에

    온 세계가 그대로 하나의 참된 법의 세계가 됩니다.

    바로 지금 눈앞의 모든 일이 그대로 적멸한 성품이어서

    세간의 모습이 언제나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무상한 변화가 그대로 상주불변하는 법의 성품이요,

    온 우주가 그대로 부처님의 법신입니다.

    조산 스님이 덕 상좌에게 물었습니다.
    "부처님의 참 법신[佛眞法身〕은 허공과 같아서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냄이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

    어떻게 해야 그 응하는 도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덕 상좌가 말했습니다
    "나귀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습니다."
    조산이 다시 말했습니다.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으나 겨우 팔분만을 일렀다." ,
    덕상좌가 다시 물었습니다.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조산이 말했습니다.
    "우물이 나귀를 엿보는 것 같느니라."

    나귀가 우물을 보는 것이 대단한 일이 못된다면,

    우물이 나귀를 엿보는 도리 또한 기특한 일이 못됩니다.

    우물이 우물을 엿보는 일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반쪽 눈은 떴다고 긍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 프롤로그에 있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살펴보십시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 때 숲의 요정 오레이아스들이 호숫가에 왔고,

    그들은 호수가 쓰디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대는 왜 울고 있나요?"
    오레이아스들이 물었다.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어요."
    호수가 대답했다.
    "하긴 그렇겠네요. 우리는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숲에서 그를 쫓아다녔지만, 사실 그대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숲의 요정들이 말했다.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호수가 물었다.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놀란 요정들이 반문했다.
    호수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땠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 내가 나를 보는 일일 뿐이다.

    언제나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 !

     

    - 몽지릴라 밴드에서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