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은 빠르거나 느린 것이 아니니 한 생각이 만 년이다.

2015. 7. 4. 11:3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신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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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은 빠르거나 느린 것이 아니니 한 생각이 만 년이다.
宗非促延 一念萬年  - 신심명 중에서


시간은 생각입니다. 시간은 곧 나입니다.

나를 인식할 때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나를 인식하지 못할 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생각이 없으면 시간이 없습니다. 내가 없으면 시간이 없습니다.

생각이 바로 나이고, 내가 바로 생각입니다.

한순간에 무량 세월 널리 관하니    一念普觀無量劫
오고 감도 머무름도 또한 없다네    無去無來亦無住
이와 같이 삼세 일을 밝게 안다면   如是了知三世事
모든 방편 뛰어 넘어 십력 이루리   超諸方便成十力

한 생각 가운데 영원이 있습니다.

영원이 바로 지금 이 한 생각 속에 있습니다.

한 생각이 한 생각이 아닌 줄 알면 영원 또한 영원이 아닙니다.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 것이 바로 지금 여기 한 생각이자 영원입니다.

문득 한 생각 쉬면 곧장 영원입니다.

쉬고 쉬어 모든 일 쉬어버리니                休休萬事休
고요하고 고요해서 참된 모습 드러나도다  寂寂眞相露
인연 따라 조작함이 없으니                    隨緣無作爲
가는 곳마다 큰 안락이로다                    處處大安樂

텅 비었으나 활짝 깨어있는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현상들이 출몰합니다.

온갖 사건들이 지나가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살아있는 공간은 변함이 없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의 한 순간이 이 공간입니다.

영원한 시간이 그대로 영원한 공간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앉아서 흰구름 보고 물 소리 들으니            坐看白雲聽水聲
온갖 소리와 모양이 본래 가풍이로다          都盧聲色本家風
한 바퀴 서릿발 같은 달이 빈 산 가득한데    一輪霜月滿空山
찬 기러기 하늘에서 울며 북으로 날아가네   寒雁唳天向北飛

 

- 옹지릴라 밴드에서
 

 

 

내 안의 물고기 한 마리 / 류시화
 
 
나는 내 안에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안의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고
때로는 날개 없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이 부족하면 나는 물을 마신다.
내 안의 물고기를 위해.
내가 춤을 추면 물고기도 춤을 춘다.
내가 슬플 때 물고기는 돌틈에 숨어
눈을 깜박이지도 않은 채 나를 응시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난다 해도
나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는 거.
날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물고기를 행복하게 하는 일.
나는 내 안에 행복한 한 마리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