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탄생

2015. 8. 15. 18:54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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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탄생

1929년 허블은 후퇴 속도가 알려진 은하들의 거리를 측정하여 은하의 속도와 거리를 비교한 결과, 이들은 서로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관측 결과는 우주 원리에 바탕을 둔 우주 진화이론에 의해서 설명된다. 대폭발설(big bang theory)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대인의 우주관 

고대 인도의 왕은 어느 날 우주가 얼마나 큰지 궁금해졌다. 한 번 궁금해지면 반드시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왕은 세상의 진리를 모두 안다는 명망 있는 마법사를 왕궁으로 불렀다. 
"현명한 마법사여! 나는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소. 지구를 받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오?" 
"지구는 커다란 코끼리가 받치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풀린 왕은 이날 밤 만족하며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서 다시 새로운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다면 그 코끼리를 받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마법사를 불러 물었다. 

"지구를 받치고 있는 코끼리는 무엇이 받치고 있오?" 
"코끼리는 커다란 거북이, 그 거북은 더 커다란 거북이 받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거북 밑에는 그보다 더 큰 거북이, 그 밑에는 그보다 더 큰 거북이 끊임없이 받치고 있습니다." 
왕은 무릎을 치면서 기뻐했다. 
"오늘은 내 기필코 우주의 크기를 알아내고 잠을 청하겠오." 
왕은 우주의 크기를 재기 시작했다. "거북이 하나, 거북이 둘, 거북이 셋, 거북이 넷, 거북이 다섯...." 
이것은 고대 인도인의 우주관을 약간 변형시켜서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원래 고대 인도인들이 생각한 우주의 모습은 이러하다. 우선 거대한 뱀 위에 거북이 올라앉아 있고, 그 거북이 등 위에 네 마리의 코끼리가 반구(半球)의 대지를 떠받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수미산(불교의 우주관에 있어서 세계의 중앙에 솟아 있는 산)이 솟아 있으며, 해와 달은 그 위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에 대해 여러 신화를 만들어 냈다. 우주에 대한 신비로움 역시 신화로 설명하려 한 것이 많은데 가장 오래된 우주관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Sumer)인들이 만든 것이다. 수메르인들은 하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들이 있으며, 이 신들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다. 평평한 지구는 하늘이라는 둥근 천장이 덮고 있으며, 이 천장과 땅 사이에는 태양과 발, 별들이 가득 차 있는데 이 모두가 신들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이와 비슷하게 하늘을 신격화한 것으로는 비빌로니아의 아누(Anu), 이집트의 누트(Nut), 고대 인도 부라만교의 경전인 '베다(Veda)'에 나오는 바루나(Varuna), 그리스의 제우스(Zeus), 도가(道家)의 옥황상제(玉皇上帝)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이집트인의 우주관에는 수메르인의 경우보다 더욱 낭만적인 면이 엿보인다. 하늘의 여신 누트는 평평한 땅을 위에서 에워싸고 있는데 누트의 몸에는 별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트가 매일 저녁 태양을 삼켰다가 새벽에 다시 토해 내기 때문에 낮과 밤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우주의 팽창
우주 탄생의 실마리를 결정적으로 제공해 준 것은 우주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고 있다는 현대의 관측 결과이다. 1924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하블(E. P. Hubble. 1889~1953)은 윌슨 산(山) 천문대에 있는 100인치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고 있었다. 허블은 우주에 우리 은하 이외에 다른 은하가 있는지, 그리고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당시까지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성운(星雲, 구름 모양으로 퍼져 보이는 천체, 은하계 내 성운과 은하계 외 성운으로 크게 나뉘는데, 전자를 성운, 후자를 은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음)을 모두 우리 은하계 내부의 천체로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 은하계가 우주의 전부였던 셈이다. 허블은 당시 세계 최대의 망원경을 이용하여 안드로메다 성운에 있는 매우 특이한 별을 관측하였다. 그것은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세페이드(케페이드) 변광성(變光星)이었다. 허블은 이를 이용하여 성운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그 결과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계 안에 있는 천체가 아니라 외부에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사실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 이외에 수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우주의 팽창은 스펙트럼(spectrum)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스펙트럼은 빛을 분산켰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색깔의 띠다. 스펙트럼은 빛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색깔은 저마다 밝기가 다르다. 이런 차이점을 이용하면 별의 온도를 잴 수 있다. 또한 별에서 나온 빛을 분석했을 때 한 가지 색깔이 빠져 있다면, 그 별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어떤 화학 원소로 되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화학 원소는 특정한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스펙트럼에서 특정한 색깔의 빛이 빠져 있으면 별의 대기 중에 그 화학 원소가 있다는 의미이다. 

허블은 이런 스펙트럼 연구를 통해 다른 은하에 있는 별들의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사실을 발견했다. 외부 은하의 스펙트럼은 모두 흡수선이 붉은 색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와 같은 '적색 이동(적색 편)'은 어떤 물체에서 나온 빛이 원래의 파장보다 길어지는 현상인데, 이런 일은 어떤 물체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질 때 나타난다. 반대로 물체가 관측자에게 가까워지면 원래의 파장보다 짧아져 청색 이동 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빛의 파장이 원래의 파장보다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현상을 빛의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허블은 이 치우치는 정도를 연구하여, 은하의 후퇴 속도는 그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허블의 관측 결과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허블의 관측과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은 너무도 명확했고, 따라서 우주가 정지해 있다고 완고하게 믿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우주 팽창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 곤혹스러워했던 한 사람이 아인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이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이 우주의 팽창이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정지해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허블의 주장 이전에는 우주 팽창을 부정했기 때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일을 '자신이 일생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고 인정했다. 

  현대 우주론 
우주론은 우주의 기원과 그 거대한 구조 및 진화를 다루는 천문학의 한 분야이다. 천문학자들은 수학을 이용해서 가상의 '우주 모델'을 만들고, 이 모델의 특성과 이미 알려져 있는 우주의 측성을 비교한다. 현대 우주론의 유명한 두개의 모델로는 정상 우주론(The Steady State Cosmology) 과 빅 뱅 우주론(The Big Bang Theory)이 있다. 

정상 우주론의 모델에서는 우주는 항상 현재와 같은 모양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우주가 팽창하여 우주의 밀도가 작아지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계속 생성되어 일정한 밀도를 우지한다. 이에 반해 빅 뱅 우주론 모델에서는 우주가 한 차례의 대폭발로부터 팽창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빅 뱅 이론의 도입에 공헌한 벨기에의 신부 르메트르(E. Lemaitre, 1894~1966)는 1927년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하나의 점이 폭발함으로써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 Hoyle, 1915~ )은 1948년에 우주에 출발점이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우주는 어떤 장소와 시점에 있든 똑같다는정상 우주론을 발전시켰다. 즉 우주는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하는데, 그러기 위해 우주 공간에 새로운 물질이 일정하게 생성되어 우주의 팽창으로 빈 공간을 정확하게 메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물질의 생성은 1만 년 동안 1㎤당 수소 원자 1개 정도의 비율로 일어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관측하기에는 매우 느리다고 했다. 또한 르메르트의 대폭발설을 조롱하는 의미에서 '빅 뱅'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어쨌든 정상 우주론은 우주의 시작과 끝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19세기 열역학에 따르면 폐쇄계(바깥 세계와 에너지 및 물질 교환을 하지 않는 계, 닫힌계)는 점차 무질서를 향해 가는데, 우주도 같은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주를 거대한 메카니즘(mechanism, 기계장치)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물리학자들은 밝게 빛나는 항성이 언젠가는 다 타고 말 듯이 우주도 언젠가는 생명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상 우주론은 이러한 우울한 전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우주의 출발점을 대폭발로 설정한 빅 뱅 이론에 비해 안정감을 주었다. 정상 우주론은 우주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낙관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60년대에 발견한 퀘이사(quasa, 매우 먼 곳에 있고, 항성가 비슷하며 강한 전파를 내는 천체로서 모두 푸른 빛을 띠고 있다. 준항성 전파원)는 정상 우주론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퀘이사는 빅 백만큼이나 오래전에 형성된 천체로, 현대 우주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천체와도 다른 특성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정산 우주론이 주장하는 결코 변하지 않는 우즈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정상 우주론에 대한 지지가 결정적으로 무너진 것은 1965년 아르노 펜지어스(A. Penzias, 1933~ )와 로버트 윌슨(R. Wilson, 1936~ )이 발견한 '우주 배경 복사(宇宙背景輻射)'에 의해서였다. 만약 빅 뱅에 의해 우주가 탄생했다면 이 때 엄청난 양의 열과 복사선이 나왔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우주 곳곳에 그 복사선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이다. 

사실 우주 배경 복사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 천문학자 조지 가모(G. Garmow, 1904~1968)가 이미 예연햇던 것이다. 그는 우주의 시작이 있다면 우주의 가장 먼 부분에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복사가 있고, 그것이 엄청난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복사는 가장 심하게 적색 편이했을 것이므로 긴 파장으로만 되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주 배경 복사는 파장의 형태로 우주 공간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일종의 전자기파로, 우주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오며 마이크로파(극초단파)라는 낮은 에너지의 파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가 팽창하면서 점차 식어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는 약 5K(절대 온도 5K, K는 절대 온도 단위로서 0K = -273°C)라고 예언했다. 바로 우주 배경 복사를 펜지어스와 윌슨이 전파 망원경을 이용하여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거의 똑같은 세기 즉 파장이 0.3~100cm인 전파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온도가 약 3K인 흑체(黑體, 모든 파장의 전자기파를 완전하게 흡수하는 물체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흑체 복사라고 한다. 흑체 복사는 온도와 상관 관계가 있다.)에서 방출되는 복사와 같다. 즉 가모가 예언한 것보다 조금 낮지만 분명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인 것이다. 이로써 빅 뱅 이론은 분명한 증거를 얻게 되었다. 

이제 천문학자들의 관심은 우리 우주가 영원히 팽창할 것인다 아니면 언젠가는 팽창을 멈추고 다시 응축하기 시작할 것인가 하는 데 쏠려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우리는 아직 확실한 대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현재 인간의 지삭이나 능력으로는 우주의 운명을 궁극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운까지의 거리 측정 
외부 은하의 거리는 너무 멀어서 태양 근처의 별과 같은 방법으로 구할 수 없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은하의 거리 측정 방법은 은하에서 발견되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와 밝기 관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와 밝기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를 측정하면 그 세페이드 변광성의 실제 밝기 즉 절대 등급을 알 수 있다. 별의 절대 등급을 알면 별의 겉보기 밝기 즉 실시 등급을 측정해서 그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즉 'm-M=5logd-5'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서 m은 실시 등급, M은 절대 등급, d는 거리를 가리킨다. 

  안드로메다 성운 
우리 은하의 지름은 10만 광년인데,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는 220만 광년이다. 따라서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계에 있는 천체가 아니라 외부 은하이다. 

  허블의 법칙 
이것을 허블의 법칙이라 하며, V=H·r이라는 관계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V는 은하의 후퇴 속도, r은 은하까지의 거리, H는 허블 상수이다. 허블 상수의 값은 아직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으나, 50~100km/s·Mpc 정도라고 추측된다. 

  퀘이사 
퀘이사의 가장 특이한 점은 스펙트럼 선이 큰 적색 편이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적색 편이를 도플러 효과로 해석하면 가장 먼 퀘이사의 거리는 150억 광년에 이른다. 따라서 우주 팽창설에 따르면 퀘이사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우리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천체라고 생각된다.

 

 

> 엉겅퀴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69 <

 

엉겅퀴, 그 여자 / 김종애

둔덕이면 어떻고 들판이면 어떠냐
돈 되는 일이라면 외판도 서빙도 못할 것 없지
바람 분다 물러서고 비 내린다 풀죽을까
새끼 먹일 것이라면, 명품 가방에
고등어 콩나물 못 담을 것 없지
한 남자 사랑해서 결혼하고 애 낳고
희고 길던 손가락에 힘줄이 돋아
교양은 껌처럼 질겨지고 뱃살은 두둑해져
죽어도 죽을 수 없고
꺾여서도 죽을 수 없는 천형의 배역(配役)
아―줌―마,  그래도 꽃은 꽃이어야 해서
마스카라 얼룩진 귀갓길 모퉁이에 맺어보는 보랏빛 멍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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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하고 연약한 아가씨는 저만치

멀어진 억척스러운 이름입니다.

막무가내이거나 힘이 세거나 부끄러움도 모를 때
그냥 불러주는 호칭, 아줌마이지만
무턱대고 억지를 부리지는 않습니다.

하늘거리다 툭, 꺾이는 꽃이 아니라
강한 척, 눈물도 저 안쪽으로 쑤욱 우겨넣은
성깔 있는 꽃. 아줌마는 그런 사람입니다.

 

 

 

 

 

 

 

시간의 얼굴 / 이해인

1

사랑은 어디서나 마음 안에 파문(波紋)을 일으키네.

연못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동그란 기쁨과 고통이 늘 함께 왔다 사라지네.

2

사랑하면 언제나 새 얼굴이 된다.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하는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모든 것을 신뢰하는 맑고 단순한 새 얼굴이 된다.

3

몹시 피로할 때, 밀어내려 밀어내려 안간힘 써도

마침내 두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마는 잠의 무게처럼

사랑의 무게 또한 어쩔수 없다.

이 무게를 매일 즐겁게 받아들이며 살아 갈 힘을 얻는다.

4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살고 있는 그.

이미 그의 말로 나의 말을 하고도 나는 놀라지 않는다.

오래된 결합에서 오는 물과 같은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

사람들은 이런 것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나는 늘 그가 시키는 대로 말할 뿐인데도...

5

풀빛의 봄, 바다빛의 여름, 단풍빛의 가을, 눈[雪]의 겨울...

사랑도 사계절처럼 돌고 도는 것.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빛을내지만 변함없이 아름답다.

처음이 아닌데도 처음인듯 새롭다.

6

준다고 준다고 말로는 그러면서도 실은

더 많이 받고 싶은 욕심에 때로는 눈이 멀고,

그래서 혼자서도 부끄러워지는 것이 사랑의 병인가,

그러나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어 쓸수록,

그 욕심은 조금씩 치유되는 게 아닐까.

7

쓰레기통 옆에 핀

보랏빛 엉겅퀴의 강인한 모습과도 같이,

진실한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당당하면서도 겸손하다.

8

사랑이란 말에는 태풍이 들어 있고, 화산이 들어 있다.

미풍이 들어 있고 호수가 들어 있다.

9

사랑은 씀바귀 맛. 누구도 처음엔 그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가는 세월 아끼며, 조심스레 씹을수록 제 맛을 안다.

10

내가 그에게 보내는 사랑의 말은 오월의

유채꽃밭에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흰 나비와 같다.

수많은 나비들과 한데 어울려춤을 추어도

그는 내 모습을 용케 알아차린다.

11

사랑은 이사를 가지 않는 나의 집.

이곳에 오래 머물러. 많은 이웃을 얻었네.

내가 이 집을 떠나고 나면 나는 금방 초라해지고 말지.

12

사랑할 때 바다는 우리 대신 말해 주네.

밤낮 설레는 우리네 가슴처럼 숨찬 파도를 이끌며 달려 오네.

우리가 주고받은 숱한 이야기들처럼 아름다운 조가비들을

한꺼번에 쏟아 놓고, 저만치 물러서는 파도여, 사랑이여.

13

그에게서만은 같은 말을 수백 번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그와 만나는 장소는 늘 같은 곳인데도 새롭기만 하다.

14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식물 세포처럼

사랑의 말과 느낌은 섬세하고 다채롭다.

15

꽃에게, 나무에게, 돌에게조차

자꾸만 그의 이름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

누가 묻지도 않는데도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하루에도 열두 번 알리고 싶은 마음.

사랑할수록 바보가 되는 즐거움.

16

어디서나 그를 기억하는 내 가슴 속에는,

논바닥에 심겨진 어린 모처럼 새파란

희망의 언어들이 가지런히 싹을 틔우고 있다.

매일 물을 마시며, 나와 이웃의 밥이 될 기쁨을 준비하고 있다.

17

사랑이 나에게 바다가 되니 나는 그 바다에 떨어져

녹아내리는 한 방울의 물이 되어 사네.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태어남을 거듭하는

한 방울의 물 같은 사랑도 영원하다는 것을

나는 당신 안에 흐르고 또 흐르는 물이 되어 생각하네.

18

사랑은 파도 타기. 일어섰다 가라앉고 의심했다 확신하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파도 파도 파도.



Morning Has Broken - Dana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