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0. 19:5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주인은 갈 곳이 없다 / 윤기붕
참다운 주인은 늘 변하는 사람 속에 머물러 여여하게 살아가는 자요,
나그네는 변화하는 삶을 거부하고 자신이 세워놓은 가치에 부합하는
삶을 추구하여 고정된 어떤 삶을 향해 끊임없이 분별을 하고 있으니,
순간순간의 삶을 늘 떠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우리의 분별하는 생각은 늘 나그네가 되어 있는 것이다.
교진여가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교진여는 객진客塵이라는 두 글자를 깨달았다고 햇다.
객진이란 떠도는 먼지라는 말이이니 나그네의 삶을 말하는 것이다.
나그네의 삶이란 한번도 자신이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더 나은 어떤 곳을 향해 떠나는 삶이 아니던가?
교진여가 깨닫고 보니, 오리가 좀더 나은 삶. 가치있는 삶, 거룩한 삶,
아름다운 삶, 선한 삶 . . 등의 바람직한 삶을 이루려고 노렸했던 그 모든 행위들이,
실제로 현실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늘 부정하고 현실에 존재하지도
있지도 않는 것을 찾아 떠나는 삶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금강경에서 "여래란 온 적도 없고 간 적도 없으므로 이름을 여래라 하느니라"
한 것처럼, 참다운 우리의 성품은 세상의 모든 법이 그곳에서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그 법에 매이지도 않고 법의 흔적도 남지 않는 것이요,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바탕과 같은 것이어서 나고 즉음도 없고
온 적도 간 적도 없는 것이니 늘 여여한 것이다.
늘 여여하니 갈 곳이 따로 어디에 있으랴?
바로 비교하여 더 나은 것이 있어야 갈 곳이 있지,
항상여여하니 이곳을 버리고 어디로 가랴?
그것은 육조단경 제 10편의 三身에서 법신에 대해 조사께서 이야기 하면서
"선지식들아 !
세상 사람의 성품은 본래 스스로 깨끗하여 만 가지 법이 자기의 성품에 있다.
그러므로 모든 악한 일을 생각하면 곧 악을 행하고
모든 착한 일을 생각하면 문득 착한 행동을 닦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법이 다 본성 속에 있어서 본성은 항상 깨끗함을 알라"
고 하신 것처럼 본성이 주인이요 본성 속에 모든 것(옳고 그름)이 다 있으니
따로 무엇을 찾아서 바깥 여정에 들까?
그리고 본성은 하늘과 같고 우리의 순간순간 나투는 삶은 구름과 같으니,
하늘이 순간순간 일어났다 사라지는 구름을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듯이,
우리의 본성 역시 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과 삶을 분별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참으로 주인된 자는 그처럼 삶을 분별하거나 시비하면서 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면서
고뇌하지 않는 자인 것이다.
그러니 늘 주어진 삶위에 머물러 살며, 더 나은 어떤 것을 구하기 위해 나그네의 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것이 바로 <수능엄경>에서 말한바,
"만약 참다운 주인이라면 갈 곳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머물지 않는 것은 나그네이고 머무는 것은 주인이니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을 나그네라고 이름 하겠습니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깨달은 자의 삶이다.
- 윤기붕님의 <구하지 않는 삶, 그 완전한 자유> 287쪽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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