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7. 19:4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문] 수행을 하다가도 한순간 세속사에 휩쓸려 버리곤 합니다.
[답] 세속에서도 흔히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을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말은 현재의 옹색하고 꽉 막힌 '나'를, 군자(君子)같이
너그럽고 원만한 '나'로 바꾸라는 소리가 아니오.
몽땅 죽어 마치라는 소리요. 의식의 내용을 몽땅 비우라 소리요.
어머니 배 밖에 나왔을 때의 마음자리로 돌아가라는 거요. · · · · · ·
워낙 오랜 세월 동안 이 고깃덩어리를 '나'로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 뿌리가 쉽게 빠지지 않소.
그래서 업장 소멸한답시고 굿도 하고 별 짓 다 하지만,
그야말로 몽땅 쓸데없는 짓이오. 만법이 성품 없는 도리를 투철히
깨치기 전엔 절대로 구처(救處) 없소.
부처도 중생도 전부 성품이 없소.
중생제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말들을 빌려쓰고 있는 것뿐이오.
거울 같이 맑은 본래 성품에는 중생도 비추고 부처도 비추고
이 세상 삼라만상 다 비추지만, 그게 전부 거울 위에 비친 그림자인 거요.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고, 뜻이 있는 것은 전부 빈 거요.
더도 덜도 없이, '내'가 어머니 배 밖에 나왔을 때도 지금처럼
부처님을 그렇게 높이 받들어 모셨는가를 생각해 보시오. · · · · · ·
그래서 온갖 번뇌와 갈등거리를 끌어안고 어쩌지도 못할 때,
그 문제를, 끌고 다니는 강아지한테 물어보라 소리까지 하는 거요.
거울처럼 환히 비추는 그 본래 성품이 바로 부처요.
그 자리는 온갖 것을 다 넘어서 있소.
온갖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갖 것을 응현할 수 있는 거요.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성품이 몽땅 비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비춰낼 수 있는 거요.
그런데 그 비추어 낸 것 중에 그 고약한 '나'라는 놈을 붙들고,
죽어도 그것만을 위해 고이고 섬기고 드러내고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데에만 온통 골몰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찌해야 하겠소?
- 현정선원 법정님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안에 태풍 몇개
저안에 천둥 몇개
저안에 번개 몇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밤
저안에 땡볕 한 달
저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풀꽃 - 나태주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사람을 믿으려 하지 말고 법을 믿어라.
사람은 변함이 있지만 법은 변함이 없다.
믿었던 사람이 남들로부터 비난을 당하면 실망하게 되고,
믿었던 사람이 파계하면 실망하게 되고,
믿었던 사람이 다시 세속으로 돌아가면 실망하게 되고,
믿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의지처를 잃게 된다.
법을 믿지 않고 사람을 믿으면 그와 같은 허물이 생긴다.
잡아함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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