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 선사 법어

2015. 11. 14. 12:0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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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 사먹어 보았나>



노사께서 법상에 올라 한참 양구하다가 게송을 읊으셨다.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痴人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다투고 있으니
부싯돌 불빛에 이 몸을 맡긴 꼴이네.
부자나 가난뱅이나 잠깐 즐길 뿐이니
크게 웃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네.

대중에게 묻겠다.
어떤 것이 진정한 선(禪)인가?

대중이 답이 없자 스스로 자대하셨다.
오늘은 남대문 시장에 가서 국수 한 그릇만 사먹고
내일은 동대문 시장에 가서 국수 한 그릇만 팔고 오라.
그러면 알리라.
억!

옛날 조주스님이 남전스님한테 이런 것을 물었다.
?지유저인 하처거(知有底人 何處去)??
?일대사(一大事)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어디로 가느냐?? 하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남전선사는 아주 무서운 대답을 했다.
?향산하작 일두수고우(向山下作 一頭水?牛)!?
?산에서 내려가 한 마리의 검은 물소가 되리라?는 대답이다. 이 말을 듣고 조주스님은 이렇게 했다.
?친절하게 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남전화상이 또 이렇게 경책했다.
?작야삼경월도창(昨夜三更月到窓)?
?어제밤 삼경에 달이 창에 이르도록 공부를 했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이때 남전화상의 경지는 어떠한 것인지 알겠는가?

異類中行이니라.
생사윤회 속에 있는 중생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라.

이는 참으로 큰 대자대비가 아니던가.
중은 어쨌든 죽으면 신도집에 가서 소로 태어나게 되어 있다. 공부를 못한 중은 시주밥만 축냈으니 그것을 갚으러 소로 태어난다. 그러나 공부를 잘한 중도 수고우(水   牛)로 태어난다. 이류중생(異類衆生) 속에 들어가 그들을 제도하기 위해서다. 하나는 끌려서 들어가는 것이요, 또 하나는 스스로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다. 그대들은 끌려서 들어가고자 하는가, 스스로 들어가고자 하는가? 그리고 들어가서는 어떻게 할 셈인가?
남전스님은 대도인이시라 그만두고 내가 그대들에게 간절히 이르노니 이렇게 하라.

如鳥飛空中
足跡不可得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이
자취를 찾아도 찾을 길 없게 하라.

 

월산 선사 법어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삶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습속이성(習俗移性)

 

공자의 제자 중 증자(曾子)가 먼 길을 떠나기 전 안자에게 인사를 가서

좋은 말씀 한마디를 청하자 그는 습속이성(習俗移性)을 이야기해줍니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습속이성은

 ‘습관과 풍속이 성질을 옮긴다’는 뜻으로,

습속은 마침내 그 사람의 성질을 바꾸어 놓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안자는 증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산 위에 있던 곧은 나무도 장인이 불에 달구어 수레바퀴를 만들면

굽은 채 다시 펴지지 않고, 어딘가 파묻혀 알려지지 않았던 화씨의 옥은

훌륭한 옥공이 다듬자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귀한 보물이 되었다.

따라서 군자는 자신을 어떻게 수양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즉 아무리 곧은 나무일지라도 한 번 굽혀지면 다시 펼 수 없고

나라 간에 전쟁을 일으킬 만큼 귀한 보물도 다듬지 않으면

산 속의 돌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나쁜

환경이나 습관에 물들어 잘못되면 제대로 재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습속’은 한 사회에서 이어 내려온 고유한 관습이나 풍속, 즉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맹모삼천지교에서 보듯이 특히 사회 환경의 영향은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중요합니다.

 습속은 마침내 그 사람의 성질을 바꾸어 놓는다는

습속이성(習俗移性)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은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 육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