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의 그물

2015. 12. 19. 19:1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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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의 그물

본래 이 마음이어서 찾고 구할 것이 없습니다.

본래 이대로 그대로가 진실이어서 진실이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경험되는 모든 것이 자기 마음을 떠나 드러날 수 없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움직임, 소리, 변화, 형태들이 자기 마음을 떠나 표현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추억, 상처, 아픔, 시련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두려움, 삶의 계획, 온갖 기대가 바로

지금 이 마음에서 명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은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지금 이 마음뿐임을 스스로 자각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을 찾으려고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되고, 마음에 대한 허망한

분별상이 무너져 내리며, 마음에 대한 집착에서도 놓여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마음을 확인하고도

분별의 그물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분별의 그물은 아주 교묘하게 장애를 일으킵니다.

분별의 습관이 법에 달라붙습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하려 듭니다.

법이 이렇다는 개념으로, 진실이 삶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관념을 짓습니다.

공부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애씀으로, 무언가 그럴듯한 말로

표현해야 한다는 시도로 자꾸 분별의 그물이 씌워집니다.

이런 분별의 그물에서 훌쩍 벗어날뿐

달리 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이 따로 없습니다.

이미 이 마음이니까요. 이미 진실 하나로 충만해 있으니까요.

진실로 이 마음뿐이라는 자각이 왔다면, 마음이라는 말도 허언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진실로 이 마음뿐이라면 마음이 있다, 없다는 말도 허언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진실로 이 마음에 계합하였다면, 계합이니 견성이라는 말도 허언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진실로 이 마음뿐이라면 세간의 삶과 출세간의 법이 결코 충돌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진실로 이 마음뿐이라면 마음이 텅 비워져서 법에 대한 아무런 속삭임이 없을 것입니다.

진실로 마음뿐이라면 오직 마음뿐이라는 말도 돌아보지 않을 것입니다.

사유의 그물, 언어의 그물, 분별의 그물이 큰 장애였음을 깨달을뿐입니다.

법이라는 말은 허언이지만 이 법 하나로 온 우주가 살아 있음을 느낄 뿐입니다.

그와 나사이에 아무런 분리가 없으니 그것에 대한 말이 없습니다.

그와 나가 하나이니 그것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사유될 수 없습니다.

죽이 끓는 솥을 고양이가 핥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은 감각, 감지,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스스로 상상한 먹음직스러운 죽맛을 보려는 습관에

주둥이가 화상을 입는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이것을 핥으려 듭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결코 죽을 상대하여 맛보거나 핥을 수 없습니다. 

 이미 뜨거운 솥과 자신이 둘이 아니어서 죽맛을 충분히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솥과 고양이와 핥으려는 모든 시도가 이미 하나여서

그것을 대상화하여 핥을 필요도 없고 삼킬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분별하여 말하고, 이해하고, 감별하려는 허망한 마음의 습관에서 놓여날뿐입니다.

스스로 분별하여 가지고 있는 법상과 타인의 말이 맞고 맞지 않음에 따라

놀아나는 마음의 출렁임에서 벗어날 뿐입니다. 

 모든 것을 대상화하여 찾고 구하고 구상화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멈추어졌을 때 온갖 분별을 분별없이 할 수 있습니다.

생각없이 생각하고, 봄없이 보며, 들음없이 듣고, 찾는 것 없이 찾습니다.

공부함없이 공부하며, 사는 일없이 삽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고 온갖 분별을 합니다.

본래 그물도 없고 걸릴 사람도 따로 없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별된 법이 아닌 모든 분별 그 자체로 이 마음뿐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때서야 법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집어드는 대로 법 아닌 것이 없는 것입니다.

완전한 자유란 완전한 포기에서 비롯됩니다.

자유를 얻기위해 분별하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스스로 굴레를 만들었음을 깨달을 때,

진정한 자유가 이미 도래해 있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말에도 마음을 두지 마십시오. 분별된 어떤 기준으로 삼지 마십시오.
바로 지금 당장 이 모든 말이 산산조각나 위력을 잃어버린다면

그 말 그대로가 이 마음이고 안심입명처입니다.


- 릴라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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