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록 깨닫고 문득 없어진다 / 능엄경

2016. 5. 1. 10:5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능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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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록 깨닫고 문득 없어진다 / 능엄경

 

이치로는 몰록 깨달아서 그 깨달음대로 한꺼번에 녹이지만,

사(事)로는 몰록 제거되는 것이 아니다.

차례를 밟아서 점점 없어진다.

理則頓悟  乘悟竝消  事非頓除  因次第盡

이즉돈오    승오병소   사비돈제   인차제진

 

단번에 깨닫고 단번에 닦는 돈오돈수(頓悟頓修)와 단번에 깨닫고

점점 닦아가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문제를 논할 때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이 글은 능엄경의 내용이지만 선사들도 자주 말씀하신다.

특히 한국불교 조계종은 임제의 선맥을 이어 온 정통파 간화선종이고

간화선종의 제1 지침서는 대혜 스님의 서장이다.

돈오돈수를 주장하는 정통파 선종인 대혜 스님도 서장에서 이 말씀을 하셨다.


   글의 내용은 이와 사를 둘로 나눠놓고 본다.

이치의 입장에서는 번뇌와 업장이 깨달음의 경우와 같이 몰록 녹는다.

그러나 사상(事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몰록 녹지 않고 차례를 따라서 점점 녹는다고 했다.

깨달음이 업장과 번뇌를 녹이고 복덕을 짓고 닦고 쌓아가고 하는 일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경우와 깨달음이 녹이고 복덕을 짓고 닦고

쌓아가는 일과 무관한 것이라고 보는 문제의 차이일 것이다.

깨달음의 문제는 불교 궁극의 일이기 때문에 최첨단의 견해를 필요로 한다.

깊이 사유해 보아야 이해가 가는 문제다.

대혜 스님이 능엄경의 경문을 인용한 것은 당시 그 이야기를 듣는

그 한 사람의 경우에 알맞게 근기에 맞추어서 하신 법문이다.

 

- 무비스님 제공

  

 

 

봄비와 고해 / 김영숙 

 

촉촉히 내리는봄비

묵은날의 감정들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 내린다

손가락으로 하나,둘 꾹,꾹 담담히그려본다

비오는 날의소묘 그 안에 행복한 여자가 서있다


비 냄새가 도시에도 분명있다

아파트 앞 꽃가게 아저씨  앙징맞은 화분 봄꽃들이

샤워를 하기 시작하면 금방 생기 발랄한 로멘틱한 꽃이된다

빗속에서 행복할거라고 믿었던 그때가 분명 있었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빗속을 걷고 또 걸었다


비 냄새에 설레고 그 느낌이 좋았던

유리창 너머 이제 갓시집온 새색시 앞치마 프린트 꽃에

봄에 취하다 넋놓고 바라보다 그리움 하나 묻다

창가에 고인 눈물이 빗방울 만큼이다

창가에 예쁜그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