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마음 안에 / 무여스님

2016. 5. 21. 17:4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행복은 마음 밖에 있지 않다. 오직 간화선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무여스님은 당대 최고의 선지식 가운데 한 분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고요한 내 마음에서 행복 찾고 느껴야”


 


  물질만 갖춘다고 그 속에 들어 있진 않아 
  화두禪으로 허공 같이 빈 마음 닦아야 해
   
 


무여스님이 최근 <쉬고, 쉬고 또 쉬고> 책을 펴냈다. 스님은 선사(禪師)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우러름을 받고 있다. 제방의 수좌들이 가르침을 받기 위해 축서사를 드나든다. 재가자들도 화두를 받기위해, 혹은 받은 화두를 점검하기 위해 스님을 무시로 찾는다. 하지만 뵙기가 쉽지 않았다. 가끔 서울에 와서 법문하는 내용이 알려질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그동안 스님이 2007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화두참구법’을 주제로 법문 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어 그동안의 갈증을 많이 풀수 있게 됐다. 왜 화두공부가 중요하며, 화두는 어떻게 드는 것인지, 화두 공부를 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법, 마음 자세, 화두 공부하는 방법, 화두가 잘 안되는 이유 등을 상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 실용서 이름을 본 뜬다면 ‘100일만에 화두 공부 마스터 하기’ 쯤 되지 않을까.

중국 선어록에 나오는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지도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지도자가 초심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한번 꼭 친견하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책을 대하면서 더 불탔다. 다행히 스님은 친견을 허락했다. 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22주년을 맞던 이날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화물연대 파업, 정치권 쇄신파동 등으로 어지럽던 사회가 정점으로 치닫던 날이었다.

무여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달리는 차 속 라디오는 온통 1987년 6.10 이야기로 가득했다. 경제발전도 민주주의도 결국 목적은 한가지 행복한 삶이 아닐까. 22년 전 사람들은 대통령 직선제가 쟁취되고 군사 독재 정권만 물러가면 행복이 찾아올 줄 알았다. 사람들은 다시 소리 높여 외친다.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화가 되면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맞다. 적어도 배 곯지 않고 자유가 억압받지 않는 삶은 행복의 최소 조건이다. 그렇다고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부와 자유를 만끽하는 서구사회에 자살자가 많은 것은 부와 정치적 자유가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경북 봉화군 물야면, 한눈에 보아도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을 마을을 여럿 지나 한참을 산으로 오르자 축서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님의 책 첫 장을 다시 펼쳤다.

“그동안 우리는 물질만 많이 갖추면 그 속에 행복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물질이 가득하면 행복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행복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세상은 모든 것을 밖에서 얻으려고 하지만 행복은 내 자신에게서 얻습니다. 내 자신에게서 느끼고 내 자신에게서 보는 것입니다. 행복은 마음의 고요를 찾아야 얻어집니다. 그래서 마음을 닦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텅텅 빈 허공과 같아서 걸레로, 행주로 닦을 수 없습니다. 허공같이 빈 마음을 닦는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선(禪)입니다.”

선은 어떻게 행복을 가져다 줄까? 무여스님을 찾아뵙는 이유다. 스님은 차를 내온 시자스님에게도 합장하며 “고맙습니다”라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뵙기가 참 힘들다”고 했더니 스님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모두 만나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지만 멀리서 고생해서 오시는데 가급적 다들 만난다”고 했다.

스님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화두 공부하는 간화선자(看話禪者)들이다. “화두를 점검받거나 받기 위해서 오는 수좌들과 재가자들이 대부분이다. 2년 전부터 특히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때 우리 종단에서 간화선 해설서를 내고 각별히 애를 쓰는데 그 영향인 것 같다. 서구에서도 선 열풍이 부는 등 세속에서도 간화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화두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에게 스님은 근기를 보고 화두를 줄지 아니면 그 전 단계 공부를 권장할지, 어떤 화두를 줄지 결정한다. 화두 공부를 처음 결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렸다. “우선 불교가 무엇이며 선(禪)이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것을 공부하면 좋다. 그 다음 반드시 선지식을 만나야하는데 특별히 아는 분이 없거나 망설여진다면 아는 스님에게 부탁드리면 된다.”

참고로 축서사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 저녁 화두선 안내 과정을 개설 중이다. 화두선이 무엇이며 화두를 어떻게 드는지 기본 과정을 가르쳐준다. 스님은 직접 50분간 화두에 대해 설법한다. 법사의 지도를 받아 초보 단계를 지나면 스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스님은 “철야로 진행되는 그 과정만 거쳐도 충분히 화두선의 묘미를 알 수있다”고 했다.

바로 화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어렵거나 망설여진다면 호흡법부터 익히면 된다. <대념처경>에 나오는 것처럼 단전에 마음을 집중하고 숨이 들고 나는 것을 관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복식호흡이라고 한다. 짧게는 10분에서 30분 하는데 익숙해지면 한 나절이 금세 간다.

화두를 어떻게 드는가. 가장 많이 드는 화두 중 하나인 ‘이뭐꼬’ 화두에 대한 스님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뭐꼬’ 앞에 무엇을 붙이는 경우는 항상 일정하게 붙이고 가급적 짧게 하는 것이 단순해서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앞에 무엇을 붙이지 않고 ‘이뭐꼬’만으로 공부하는 참선자는 ‘이~~~~’를 약간 길게 하면서 마음 속으로 ‘이~~~~’ 하는 놈이 ‘뭐꼬?’하며 의심을 일으킨다. 조금은 막연하지만 그대로 ‘이뭐꼬~~~오?’ 하면서 길게 의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뭐꼬?’ 하면 ‘화(話)’이고 , ‘이뭐꼬?’ 하기 바로 이전 ‘이 뭐꼬?’ 하는 그 놈은 ‘두(頭)’이다. 화(話) 이전에 ‘이 뭐꼬’ 하는 그것 그리고 ‘두(頭)’가 무엇인지 그것을 참구하는 것이 바로 ‘화두공부’이다. 화두란 어떤 생각이 일어나기 전이니 한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은 이미 화두가 아니라 꼬리가 되고 만다” ‘이뭐꼬’ 화두를 간화는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잘못도 지적했다.

“이뭐꼬 화두로 참선하는 사람들 중에서 눈에 보이는대로, 귀로 듣는대로 가려우면 가려운 대로 그것들이 뭐꼬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생각이 일어나는 곳이나 느낌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이뭐꼬 이뭐꼬 이뭐꼬 하는 분도 있다. 아주 맑고 고요해진 상태에서도 그것이 이뭐꼬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이뭐꼬 화두는 반드시 ‘이뭐꼬’ 화두 위에서 의심을 일으켜야 한다.”

화두선에 대한 스님의 조언과 지도는 끝이 없다. “화두는 외우는 것이 아니다. 염불하듯이 외워서는 안된다.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알려는 생각, 안다는 생각, 알아내려고 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말아야 한다. 화두 참구는 의정을 일으켜야 하는 공부다. 화두는 관(觀)해서도 안된다. 무(無)자 화두 드는 분 중에 간혹 그런 분이 있다. 없을 무(無)자를 큼직하게 벽에 붙인다든가 땅바닥에 붙여 놓고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이다. 오직 의정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화두공부를 달려들듯이 싸우거나 집착해서도 느슨하게 해서도 안된다. 스님은 “화두를 얼른 닦아 깨침을 얻고 싶어 조급증을 내는데 화두는 조급증을 내지 말고 잘되서 익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화두가 성성적적해지며 잘 될 때는 의정이 강하게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막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때는 약간 ‘태평선’을 해서 화두서 느끼는 안락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법열(法悅)이다. 이런 안락함이 좋아 빠져 나오기 싫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화두가 느슨해지는 것이다. 그 단계가 바로 최상의 행복이고 안락이다”

화두선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남을 미워하고 화를 내고 슬프하는 등 불안과 공포 욕망도 사라진다. 마음이 맑고 고요해진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이다.

과연 그런가. 의심이 들면 지금 당장 선지식을 찾아 나서라. 행복을 찾겠다는 마음이 열린 사람에게는 바로 곁에 자신을 인도해줄 선지식이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봉화=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 무여(無如)스님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오대산 상원사에서 희섭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6년 이후 상원사 동화사 송광사 해인사 관음사 칠불사 망월사 등 제방 선원에서 20년 동안 수선 안거했으며, 칠불사 망월사의 선원장을 역임했다. 1988년부터 축서사에서 제방의 수좌들과 재가불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조계종 초대 기초선원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축서사 선원 조실과 기초선원 운영위원으로 한국선의 가풍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축서사 선원은 5개월 안거, 하루 15시간 결제로 유명하다.



[불교신문 2535호/ 6월24일자]




 

낱낱마다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환하고
사람마다 발밑에는 맑은 바람이 부네.
거울을 부서뜨리니 그림자의 흔적 없거늘
새는 한 번 울며 꽃가지 위로 오르더라.

-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

개개면전명월백(箇箇面前明月白)
인인각하청풍불(人人脚下清風拂)
타파경래무영적(打破鏡來無影跡)
일성제조상화지(一聲啼鳥上花枝)

모든 사람의 눈앞에는 밝은 마음 달이 환히 떠 있습니다.

홀로 밝은 이 마음 달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세계를 비추고 있습니다.

삼라만상과 두두물물이 바로 이 마음 달의 그림자입니다.

또한 우리 각자의 발밑에선 맑은 진리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한 번 손을 들어 올리고 한 번 발걸음을 옮기는 바로 그 자리가

영원히 변함없는 진리의 바탕입니다.

손이 없는 사람이 차를 마시고, 발이 없는 사람이 길을 갑니다.

인생이란 거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같습니다.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있지 않습니다.

그림자가 나타나니까 그것을 비추는 거울 같은 실체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습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새 한 마리는 한 번 울며 꽃가지 위로 오릅니다.

모란이 진 다음에는 작약이 핍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옵니다.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또 만나지만,

만남도 없고, 헤어짐도 또한 없습니다.

 

- 몽지님

 

 

그리운 것은 다 산뒤에 있다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난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않는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긑에 있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연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뒤에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