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법 / 한암스님
2016. 9. 25. 18:1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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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는 법 내가 먼저 실행한 뒤에 말을 하면 사람들이 쉽게 믿고, 내가 먼저 실행하지 않고 말을 하면 믿지 않게 마련입니다. 믿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범부(凡夫)의 말이요, 실답고 믿을 만한 말을 하는 것은 성현의 말이라 하겠습니다. 성현의 말을 듣고 실천하면 범부가 곧 성현이요, 성현의 행을 행하여 성현의 언교(言敎)를 내리면 언교가 역시 성현이니, 우리 범부는 성현의 언교를 힘써 배우고 본받아 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성현의 언교는 책마다 실려 있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읽고, 외웁니다. 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이는 드뭅니다. 어째서 일까요? 허물을 말하면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널리 배우고 많이 듣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마음과 뜻이 착란하여 요지를 체득하는 것을 등한시한 때문입니다. 무릇 학문에 뜻을 둔 이는 먼저 자기 마음에 가히 확신함직한 언교를 일생 동안 스승으로 삼아 학업에 정진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박식한 큰 선비의 명예를 얻지 못하더라도 자기 본분에는 이익이 많을 것입니다. 또 이익이 있는 동시에 진보하여 물러나지 않으면 자연히 널리 듣고 지혜가 많아져 성현의 지위에 이르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제 옛 어른들의 순순한 가르침 가운데 곧바른 지름길의 법어를 한 구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 또한 실행은 못하지만 동학하는 도반들에게 탁마하여 서로 돕는 마음으로 전하니, 배부른 사람은 공양하지 않아도 되려니와 혹 배고픈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전에 회당선사(晦堂禪師)가 초당사(草堂師)에게 고하여 이르되 “네가 세간에 고양이가 쥐 잡는 것을 보았느냐.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꼼짝도 하지 않고, 네발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아니하며, 육근이 보는 대로 모아서 향하고, 머리와 꼬리가 일직선으로 된 후에는 달성하지 못함이 없어서 반드시 쥐를 잡는다. 공부하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진실로 마음에 다른 반연(攀緣)이 없고 뜻에도 망상이 끊어져 육창(六窓, 六根)을 고요히 하고 단정히 앉아 묵묵히 참구하면 만에 하나라도 잃어버림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들이 불문조역(佛門祖域)에 투신하여 도덕이나 사업이나 무엇이든 도모하여 얻고자 한다면 오직 바른 마음으로 시작하고 끝맺어야 합니다" 이는 선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제시한 법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육근을 고요히 하고서 화두를 들어야 대자유 해탈의 경지에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일에 온 몸과 마음을 쏟지 않으면 성취할 도리가 없으며 또한 성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필경에 자기 자신까지 어느 지경에 이를지 모르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고양이가 마음과 눈을 움직이면 쥐만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자신까지 달아나고 말 것입니다. 그러한 즉, 우리들이 불문조역(佛門祖域)에 투신하여 도덕이나 사업이나 무엇이든 도모하여 얻고자 한다면 오직 바른 마음으로 시작하고 끝맺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법어가 가장 긴요한 줄로 생각해 이와 같이 말씀드립니다. ‘이 말을 누가 알지 못하랴’하며 알고도 짐짓 등한시하면 별로 이익이 없을 것이고, 행여 돌아보아 자세히 살펴 일생에 스승을 삼아 각기 책임을 맡은 대로 한결같이 마음을 써 정진수행하면, 이보다 더 요긴하고 묘한 법이 없을 것 입니다. 송하여 가로되,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큰 저택 담장가에서 고양기가 쥐 잡는 것을 마음 눈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만 응시한다. 또 보지 못했는가. 촌집 둥지 속에 닭이 알을 품는 것을 따뜻한 기운을 지속하기 위해 잠시도 떼지 않는다. 지사(志士)의 행업(行業)도 또한 이와 같아서 순일(純一)하여 묘함을 얻어 혼연히 말을 잊는다. 혼연히 말을 잊음이여, 혼침(昏沈)에도 떨어지지 않고 망상도 않는다. 만행과 만덕을 여기에서 이루나니 이루고 못 이룸은 모두 자기에게 달렸도다. 〈한암일발록〉에서 발췌 - 한암 중원스님(1876~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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