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굳이 깨려고 하는 것 보다 꿈인 줄 알면

2016. 11. 27. 17:5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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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꿈을 굳이 깨려고 하는 것 보다 꿈인 줄 알면

       그냥 상관 안 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답]

지금 꿈 속에서 하는 소리요, 꿈 밖에서 하는 소리요? · · · · · ·

이러나 저러나 전부 꿈이오.

전부 꿈인데 이 꿈이 낫냐, 저 꿈이 낫냐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요?

오죽하면 밤에는 밤꿈, 낮에는 낮꿈을 꾼다 그러겠소. 왜 그리 말하겠소?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생멸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오.

인연으로 난다는 말은 스스로만이 지닌 성품,

즉 자체성(自體性)이 없다는 소리요.

물질적인 것이 됐건, 심리적인 것이 됐건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소.

그저 다만 빈 이름만 오고 가고 있는 거요.

그러니 모든 것을 참으로 꿈인 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소.

나쁜 일만 꿈으로 보는 게 아니고, 나쁜 일 좋은 일 몽땅 말이오.

몽땅 꿈이라는 말을 행여 전부 무시하고 쓸어버리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지 마시오. 세상이 몽땅 꿈이요,

환(幻)인데 또 ‘누가’ 있어서 ‘무엇’을 무시하고 집착하고 그러겠소?

바다의 물결이 빈 것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물결치고 있지 않소?

그러니 만법이 모두 꿈과 같다는 말은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알아들어야지,

‘꿈이기 때문에 이러는 게 저러는 것 보다 낫지 않냐’

하는 식의 또 다른 시비를 벌일 일이 아니오.

삼라만상이 모두 꿈이요,

오직 마음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체달한 사람은

이상 특별히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마땅히 따라야할 규범이 따로 필요 없소.

그저 저절로 안으로 내공하고 회광반조(廻光返照)하게 돼서

제 마음이 때에 따라 왜 자연스럽지 못하게 흐르고 있는가를

스스로 알 수 있소. 그것으로 족하오.

그것은 반성이니 참회니 하는 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거요.

 

‘꿈이기 때문에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떻고 저떻고’ 등등은 또 다시 새로운 업을 짓는 거요.

좋은 업이건 나쁜 업이건 지금 있는 이대로 온전하오.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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