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에 속지마라 /임제록강의

2017. 1. 30. 20:0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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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 속지마라 /임제록강의

 

 

"오늘의 법회(法會)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때문이다.


또 묻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어서 나와서 물어라!
그러나 그대들이 입을 열기만 하면 바로 어긋나 버린다.
왜 그러한가? 보지도 못했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법(法)은 문자(文字)와 관계 없으니,

인(因)에도 속하지 않고 연(緣)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 하신 것을......

그대들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늘 이처럼 갈등하고 번뇌하는 것이다."

임제는 한번 "악!"하고 고함치고는 다시 말했다.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결국 깨달을 날이 없을 것이다."

이른바 법(法)은 바로 지금 있는 이대로이다.
그러나 지금 있는 이대로가 바로 법이다 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면 어긋난다.

법은 무엇이 인연이 되어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연이 나타나도 법일 뿐이고 나타나지 않더라도 법일 뿐이다.

법은 사람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손상당하지 않는다.
사람이 스스로 바로 보거나 잘못 볼 뿐이며,
모르거나 아는 것일 뿐이다.

사람이 법을 잘못 보거나 모르는 까닭은 스스로 법을 의식(意識)하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지금 있는 이대로 법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지만,
의식하는 순간 의식이라는 허구에 가려서 스스로 잘못되어 버린다.

이것은 마치 동물원을 구경하러 간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보고는 바로 사진을 찍어서
그 사진을 보는 것과 같다.

매 순간 살아 움직여서 조금도 멈춤이 없는 동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허구인 사진을 보고 만족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이와 같이 순간 순간
머뭄 없이 흘러가는 살아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늘 사진을 찍어 고정시켜서 보려고 한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순간을 오래도록 유지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고정되어 유지됨 없이 흘러가므로,
욕심에 따라서 사진을 찍는 순간 허구에 빠져버린다.
그러므로 사진을 바라보는 의식은 늘 허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의식에 사진으로 남아 있는
허구를 가리켜 우리는 과거라고 일컫는다.

그러므로 의식은 늘 과거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과거가 허구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현재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머물지 않는 변화의 연속으로 나타난다.

변화의 연속을 변화 없는 것으로 바라보니,
의식은 실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허구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의식이 변화 없는 허구를 바라보는
그 순간에도 의식은 끊임 없이 흐르는 변화 속에 있다.

이처럼 지금 여기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것이 의식의 문제이다.
이처럼 지금 나타나는 머뭄 없는 현상을
멈추어서 보거나 알려고 하는 것이 의식의 일이다.

그러나 의식이 아닌 마음 그 자체가 되면,
마음은 머뭄 없는 현상과 둘로 분리 되지 않고
머뭄 없는 현상과 하나가 되어 함께 머뭄 없이 움직인다.

즉 마음은 현상에서 분리되어
현상을 바라보거나 알려고 하지 않고,
현상과 함께 살아 움직인다.
그러므로 마음에는 허구가 없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허구에 빠지지 않고
진실 이대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의식이 제공하는 사진을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멈춤 없는 움직임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멈춤 없는 움직임으로 살아 있는 것은
의식으로 알아보거나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마음 저 깊이에서 아무 조건이나 대상을 예상하지 않음으로써

의식의 침입을 용납하지 않는 무조건적이고 간절한 믿음,
지금 이 순간 아무 모자람 없이 살아 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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