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4. 18:1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노파의 깨달음
老婆法門 / 금오스님 법어집에서
"아하하, 우습구나! 이렇게 쉬운 법문을 어째서 몰랐던가"
몸 가운에 있는 한 물건을 찾고 난 어느 노파의 환호성이다.
노파는 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 "이 무엇고?, 이 무엇인고" 하면서 생각마다
의심에 파묻혀 오나가나 의심하였다.
노파는 가난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떡장사를 하여 생계를 이었다.
"이 무엇인고?"하는 의심에 일념이 되었던 노파는 장사꾼들이 떠들썩하게
싸움판을 벌리고 있는 그때, 어느 한 사람이 주먹을 불쑥 내밀며
"이 놈아, 이것을 네가 아느냐?"
하는 짓을 보는 순간, 홀연히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홀연히 깨닫고 기쁨에 찬 노파는 잊었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반추하느라 떡바구니를 번쩍들어 시장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알았구나 알았구나! 본래면목을 알았구나.
주먹을 쥐고 '본래면목을 아느냐?'할 때에 본래면목을 알았구나!
'이놈아, 본래면목을 네가 아느냐?'외칠 때 본래면목이 나타났네" 하였다.
또 노파는 "눈 코 귀 입 등의 사대육신은 내 것이 아니다"하고, 사대육신을
송장처럼 보았기 때문에 본래의 마음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은 모양도 눈도 코도 발도 손도 없는 것인데, 어찌 그렇게 소소영영(昭昭靈靈)한가.
배고프면 밥 먹을 줄 알고, 피곤하면 잠잘 줄도 알고, 시장가서 장사할 줄도 아는
이렇게 소소영영한 놈이 바로 각자의 주인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누구든지 주인공만 깨달으면 저절로 엉덩이춤이 충지는 것이다.
"살았구나, 살았구나. 천년 만년 억만년 내내 죽지 않는 도리여!"
이러한 도리를 깨치려면 미쳤다는 소리와 비웃음을 살 만큼 오로지 의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작 미친 이는 송장과 같은 몸뚱이를 내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경계를 따라 성내고 경계를 따라 슬퍼하며,
죽음에 빠져 한없이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의심하여 깨친이에게는 이러한 고통은 사라진다.
노파가 시장바닥에서 깨치고 나서 두둥실 춤을 추었던
그러한 불가사의 경계를 맛볼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떡장사 노파가 깨친 후 물 솟듣 쏟아낸 법문을 들어보자.
"쉽고도 쉬움이여! 배고플 때 밥 먹듯이, 목마를 때 물 마시듯이,
전달할 때 말하듯이 이처럼 쉽구나.
배고플 땓 이놈이 밥을 먹고, 추울 때도 이놈이 옷을 입고, 말할때도 이놈이 말짓거리를
하여 이것저것 두루 이놈이 분별한다.
쉽고도 쉽구나 똥 눌 때 똥누듯이, 밥먹을 때 입벌리듯이 오직 이 아니 쉬운가.
밥먹을 때 밥만 먹지 말고 무슨 물건이 이렇게 밥을 먹는가, 밥 먹는 놈을 찾아보소.
똥 눌 때 똥만 누지 말고 구린내 나는 그놈을 찾아보소.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아 촌보(寸步)도 여의지 않음이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쉽고도 쉽구나 그렇게 쉬운 법을 어찌 몰랐던가.
세수할 때 코만지고 잠잘 때 베개만지는 것보다 쉽구나.
얼씨구 절씨구. 산도 들도 너울너울 춤을추네"
노파의 하는 짓을 시장바닥에서 지켜보던 한 영감이 넋을 잃고
앙천대소(仰天大笑)하며 하는 말이
"밥 먹을 때는 숟갈 들고 입을 벌린 채 우두커니 있기가 일쑤이며
대소변을 눌 때도 무작 앉거나 장독같이 섯기가 일쑤이며,
떡 팔때도 돈 받기를 잊고 가만히 앉아 '이것이 무엇인고' 하지
않았던가" 하였다.
또 옆에 있던 영감이 평하여 말하기를
"아들도 딸도 없이 외롭게 홀로 실의에 잠겨 슬피 살아온 노파였는데
오늘 어쩌자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시장 한가운데서 노파가
흥에겨워 법을 깨쳤다 하는지 . . 춤도 추고 법문곡도 읖조리면서
어디론가 인가받으러 간다고 떠나네. 그의 법문 곡조에는
<봄이 왔네 봄이 왔네.푸른 산 숲 속에 봄이 찾아 들었네.
푸른산 맑게 흐르는 계곡 사이사이마다 붉은 꽃이 풍만하여라.
유수(流水)는 흘러흘러 몇 만년을 두고 흘렀던가
마냥 흐르는 물이 봄인줄 알지 못했구나> 하고 노파는 미친듯이
기뻐 날뛰지 않았던가" 하였다
멍청해 보일 정도로 한 물건을 찾아 외롨로 의심하였기 때문에
노파는 환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노파처럼 살펴서 의심을 하여야 할 것이다.
보아라. 목전에 보이는 커다랗게 보이는 산이 마음 속에 있느냐?
마음 밖에 있느냐? 아니 그보다 더 큰 허공도 마음 속에 있다.
또 하늘도 땅도 온갖 물상(物相)도 모두 마음인 것이다.
천하 사람들의 자기의 마음을 등지고 산다는 것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 산 사람이 되려면 나의 한 물건을 알아야 산 사람인
것이?? 모든 힘을 기울려 사는 길로 나아가라!
- 마음, 마음이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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