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있을 때 시작하라.|마음공부 생활수행

2017. 5. 26. 10: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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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있을 때 시작하라.




그 어떤 일이든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고 나서야
그때 정말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출가 할 때도 그럽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언제라도
다시 머리 기르고 뛰쳐나올 수 있을 때
그 때 진정으로 출가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보통 '포기'라는 말은
나약한 자아를 일컫는 대명사처럼 쓰여왔습니다.
우린 누구나 포기하면 안 된다고 어릴적 부터 교육받아왔습니다.
한 번 시작한 일이면
무조건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투사다운 강인한 정신교육이
우리 사회를 많이도 각박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저는 조금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
나 아니면 안 된다,
이 일 아니면 안 된다,
이 사람 아니면 절대 안 된다,
세상엔 '아니면 절대 안될'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절대'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내팽겨쳐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절대라는 단어는 참으로 경계해야 할 말입니다.
쉽게 내뱉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진정 '절대'를 써야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봄이 옳을 것이란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니면 절대 안 될'
그런 것들 때문에 사회 곳곳은
투쟁과 노여움, 분노로 얼룩져 있는 느낌입니다.
나에게 '아니면 절대 안 될'일은
상대방에게 '꼭 그렇게 되야 할' 일 일수도 있음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절대' 이렇게 또는 저렇게 되어야 할 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가치도
상대적이며 상황적이게 돌아갑니다.
똑같은 일이 상황에 따라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며,
상대에 따라 기쁨이기도 슬픔이기도 한 것이고,
또 때에 따라서는 사랑이 증오며 집착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딱히 고집할만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억척스런 '고집'보다는
용감한 '포기'가 아쉬울 때인 듯 합니다.

무엇이든 일을 시작할 때는
'포기'할 수 있겠는가를 먼저 묻고 나서
'예'라는 대답과 함께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포기라는 것은 비굴함의 다른 말이 아닙니다.
실패의 다른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열려 있음' 혹은 '비어 있음'
방하착(放下着), 때로는 신축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포기할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엔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할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한 20여년 근무를 하고
진급을 못하면 40-50이 넘은 연세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런 이들에게 세상에서 반겨줄 다른 일터는
더 이상 없다고 여겨집니다.
설령 더 좋은 일터가 있더라도 그렇다고 인정하고 넉넉하게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그간 고집해온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내면에서의 거센 집착이 물밀 듯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군인들이 많은 나이에 전역을 하고 나면
사회 적응이 어려워진다고 그럽니다.
군이란 사회 속에서 익혀온 상명하복(上命下服) 같은 나름대로의 질서가
나 자신의 가치관념으로 너무도 지독히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수백, 수천명을 통솔하던 사람은
자신의 신념대로 사람을 이끌고 지휘하던 그 마음 때문에
무엇을 말 하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무거운 기운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닦이지 못한 습(習)이며 업식 때문에 말입니다.

자신의 전공이며 직업을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고정짓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든 포기해야 할 때 빨리 포기하고
빨리 비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해야 할 일 까지 그만두라는 말은 아닙니다.
일에 대한 착심을 비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훗날 이 모두를 진정 포기해야 할 때
넉넉한 마음으로 맑은 미소와 함께 놓아버릴 수 있도록...
어느날 다가올지 모를 이 세상 모든 것들과의 이별에서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도록
하루 하루를 그렇게 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 어떤 훌륭한 진리라도
고집하게 되면 이미 진리가 될 수 없음에...

그것이 바로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이라'는
옛 선사들의 메시지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