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와 힌두신, 누가 누구를 때려잡았나|…… 강병균 교수

2017. 6. 24. 21:2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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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와 힌두신, 누가 누구를 때려잡았나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부처가 힌두신들을 다 때려잡아 부처의 부하·경호원·제자로 만들었다는 것은 불교의 일방적인 선언일 뿐이다. (이것은, 15억 힌두교도들은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들이 부처를 때려잡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부처를 브라흐만 신의 졸개인 비슈누 신의 아홉 번째 화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처음 불교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부처가 힌두 최고신 인드라(Indra 帝釋天 제석천)를 신통력으로 때려잡아 굴복시켜 제자로 만들었다는 일화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드라는 힌두교 안에 버젓이 잘 살아있다. 인드라가 정말로 부처에게 항복했다면, 인드라가 모든 힌두수행자들에게 나타나 앞으로는 부처를 섬기라고 당부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 양측이 공동서명한 항복문서도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인드라의 영토인 도리천은 여전히 힌두영토라 불교인들은 갈 수가 없다. 그럼 불교가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을 힌두교에게 빼앗은 식민지 도리천에 모셔놓은 게 구라로 전락한다. 왜냐하면, 남의 묘에 묘를 쓰는 꼴이기 때문이다. 더 큰 비극은 도리천이 핵심인 불교우주론이 구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이런 골치 아픈 이유로 옛 고승들은 천국·지옥설을 인천교(人天敎)라고 낮추어보았다.

도리천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하늘나라들이 공중에 붕 떠있는 데 비해, 도리천은 수미산 정상의 땅 위에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부처의 법륜(法輪)에 얻어맞고 항복한 이들 힌두신들을 신중단에 모아, 이상한 옷을 입혀 도열시켜 놓고, 기념한다. 대웅전 벽에 그려진 신중탱화는 영국왕궁 벽에 그려진 '넬슨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때려잡은' 트라팔가 해전 승전도(勝戰圖)에 해당한다.

후발 종교인 불교가 힌두교보다 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부처가 힌두신을 때려잡아야 했다. 없는 걸 때려잡을 수는 없으므로 힌두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힌두신들이 사는 하늘나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이로 인하여 무아론 불교가 유아론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작자수 불교에서 기복불교로 변질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다른 종교에도 이런 예가 있다. 예수가 신전을 방문하자 그곳에 모셔진 신들이 예수에게 예배를 했다. 힌두교 신화에서는 힌두신 데바가 조로아스타교 최고신 아수라(아후라 마즈다)를 제압한다. 이게 불교에 스며든 게 천인과 아수라 사이의 전쟁이다. 여기서 우리말 '아수라판'이 나왔다. 불교가 전래될 때 (사실은 모든 종교가 전래될 때) 그 지역 토속신앙과 충돌한다. 이게 부처가 토속신앙 독룡을 제압한 설화로 전해진다. (불경에 의하면 용은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천룡8부 중 하나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아함경>에 사람과 대화를 하는 용신이 등장한다.)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잡아먹는 것은, 인류역사상 흔히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초기 기독교를 이은 가톨릭에 남아있는 이교풍습은 이런 흔적이다. 봄날 오디를 잔뜩 따먹고, 혹은 닭을 생으로 잡아먹고, 손톱과 이빨과 입술이 붉게 물드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면 '초월적' 오리발이다. 예를 들어 12.25일은 로마제국 최대 종교 미트라교 교주 미트라의 생일이다. 이게 예수의 생일로 차용된 것이다. 처녀잉태와 부활은 미트라·오시리스·디오니소스를 표절했다. 남이 하는 걸 못 하면 못난 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남이 하는 건 다 해야 한다. 그래서 온갖 신통력을 구비하게 된 것이다. 또 구약의 신 여호와가 달신·별신·태양신·바알신·몰록신·미트라신·아후라마즈다신을 모두 제압하는 걸로 나온다. 이들을 모두 악마로 만들었다. 불교도 힌두 대범천(大梵天)을 악마 파피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모두는 말뿐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더 센지,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누구나 승복하게 객관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으니 말로 선언하면 그만이다. 종교인들이 떼로 모여, 예를 들어 '신통력 올림픽'을 열어, 자기들 신이나 명상의 힘으로, '투명한 물통에 든 돌을 떠올리기'나 '투명한 수영장의 인공파도 가라앉히기' 등으로 겨뤄볼 만하건만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투명해야 텔레비전 중계가 가능하다). 오로지 입씨름뿐이다. 모든 역사적 교주는 남자인데도, 힘은 쓰지 않고 입만 놀린다. (여러 종교의 일방적인 주장들 중에 아무거나 하나 골라 무조건 깊게 믿으면 신앙심이 깊은 거룩한 사람이 된다. 교리가 불합리할수록 믿음은 깊어진다. 심오한 현상이다.)

사람들이 부처를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법인(三法印: 무상·고·무아)만 설해도 믿을까? 한국은 30년 전 만해도 '승가에서 삼법인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무아(無我 anatman)는 언급도 안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아함경은 저급한 경전이라고 읽지도 못하게 했다.

승가가 이러할진대 재가야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 영향이 지금까지 지속된다. 속인들에게 부처는 복을 주고 천국에 보내고, 엄청 센 산신 귀신도 꼼짝 못 하게 하는 신통력이 있고, 모르는 게 없고, 영원히 사는 존재이다.

대중에게 삼법인만 설하면, 대중은 절대 안 믿는다. 대중은 형이상학적 괴로움이 없다. 실존적 고통이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압도적인 실용적 현실적 고통에 깔려 빈사상태이다.

총명한 사람도 어린 시절에 부모에 의해서 종교에 세뇌된다. 이들은, 키가 자라고 지혜가 더불어 자라면서, 필연적으로 종교 교리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즉 헛소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종교의 불합리한 교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느라 죽도록 고생한다. 말이 안 되는 헛소리를 말이 되게 만드느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생한다. 하지만 본시 불합리한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들려 하니, 성공할 리가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초기기독교 교부 테르툴리아누스의 "불합리하므로 믿노라(credo quia absurdum)"이다. 지성의, 무지에 대한, 항복선언이다. (그런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불합리한 종교 교리가 이미 뇌 속 1,000억 개 뇌신경세포들과 1,000조 개 신경회로 여기저기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다른 기억·정보·생각들과 얽히고설켜 한 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종교'와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얻게 된다. 이 즈음이면 이들이 믿는 종교는, 겉은 그대로일지 모르나 속은 다 바뀐, 이미 다른 종교이다. 위대한 신학자들이 이런 예이다. 이들은 (설사 거짓일지라도) 종교가 없었다면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종교는 인간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종교는 불합리한 인간의 마음과 본성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우리 마음과 본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얻는다. 종교인들이 엉터리 교리를 맹신하면 할수록 그리고 그 결과 기괴한 짓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심오한 통찰을 얻는다. 엉터리 종교 교리가 이런 깊은 통찰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신비 중의 신비이다.

이 점에서 종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당장 종교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차드 도킨스나 대니엘 데닛 등) 급진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인간의 미개한 정신 수준으로 볼 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종교라는 거울을 통해서, 아직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당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비 성직자들이 이 글을 읽기를 그리고 그 결과 공포감을 느끼기를 희망한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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