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이다. 부처님은 수만(須漫)이라는 아라한에게 부처님의 손톱과 머리 털을 주면서 계빈국( 賓國) 남쪽에 있는 산에 가서 탑과 절을 세우게 하셨다.
이리하여 5백 명의 아라한들이 그 절에 살면서 아침 저녁으로 향을 피우고 탑을 돌며 수행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산에는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원숭 이들은 도인들이 탑을 돌며 공양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들도 흉내를 냈다 . 진흙과 돌을 운반해서 탑을 만들고 그 위에 깃 발을 매달아 놓고 도인들과 똑같이 아침 저녁으로 예배를 하 였다 .
그러던 어느 해였다 . 이 산중에는 큰 홍수가 일어나 5백마리 의 원숭이들이 한꺼번에 홍수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 그들의 혼은 곧 둘째 하늘 도리천( 利天 )에서 태어났다.
이 도리천에는 칠보로 장식된 궁전이 있고 옷과 음식은 저절로 생겼다.
그들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이곳에 태어났는가?' 한은 생각이 들어 천안(天眼)으로 자신들이 전생에는 무슨 몸이었는가를 살 펴보았다 . 그들은 원숭이의 몸으로 도인들을 본받아 탑을 만 들어 놀다가 갑자기 홍수에 휩쓸려 죽었으며 , 그 혼이 지금 도리천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
"지금 즉시 인간세계에 내려가서 이러한 복을 짓고 죽은 우리 들 시체에서 은혜를 갚아야 한다 "
이렇게 생각한 그들은 각기 시종을 데리고 풍악을 울리면서 자신들의 시체에 가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그 시체를 일곱 바퀴 돌았다.
이 당시 이 산에는 5백 명의 바라문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외 도(外道) 들로서 인과를 믿지 않는 무리들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여러신들이 내려와 원숭이들의 시체 위에 꽃 을 뿌리고 풍악을 울리며 도는 것을 보고는 이상히 여겨 물었 다. "여러 신들의 광명과 그림자는 그처럼 훌륭한데 무엇 때문에 여기 내려와 시체에다 공양을 하십니까?"
신들이 대답했다 . "이 시체는 우리들의 옛날 몸이다 . 우리는 이 산에 살면서 도 인들을 본받아 장난삼아 탑을 세워 놀았는데 , 갑자기 홍수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그러나 탑을 세운 조그마한 공덕으로 천 상에 태어났다 .
그래서 일부러 내려와 꽃을 뿌리며 옛날 몸에 은혜를 갚는 중이다.
장난으로 탑을 세웠어도 이러한 복을 받거늘 만일 지극한 마음 으로 부처님을 받든다면 그 공덕은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릇된 소견을 갖고 있어 진실한 법을 믿지 않으니, 백 겁 동안 수행한다 해도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 차라리 기사 굴산으로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하여 한없 는 복을 얻는 것이 나을 것이다 "
이 말을 들은 바라문들은 신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부처 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땅에 엎드려 예배를 올렸다.
신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전생에 어떤 죄가 있었기에 원숭이 몸을 받았으며 , 또 탑을 세웠다가 물에 휩쓸려 죽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 거기에는 그럴만한 인연이 있다. 나는 너희들을 위해 그 연 유를 말하리라.
오랜 옛날에 젊은 바라문 5백명이 있었다. 그들은 다같이 산에 들어가서 신선의 도를 닦았다. 이 당시 그 산위에 어떤 사문 (沙門)이 있었다.
그는 산 위에 있는 절을 수리하기 위해 골짜기로 내려가 물을 길러 날랐는데, 걸음걸이가 마치 나는 듯이 빨랐다.
이 빠른 걸음걸이를 보고 5백명의 바라문들이 조소를 하면서 '저 사문의 빠른 걸음걸이가 마치 원숭이 같다. 그게 뭐 자랑 거리냐.' 고 하면서 놀려댔다. 그러나 사문은 들은 체도 않고 물을 길러 나랄T다. 그 후 오래지 않아 홍수가 WU서 바라문들 은 모두 물에 휩쓸려 죽었다."
부처님은 잠시 쉬셨다가 이어서 말씀하셨다. "그 때 물을 길어 오르내리던 사문은 바로 지금의 나이며. 그 5백명의 젊은 바라문들이 바로 너희들의 전신인 원숭이들이었 다.
그 사문에게 실없는 말로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게 되었으니라"
그리고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실없는 말을 악이라 한다. 이미 그 악을 몸으로 행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과보를 받느니 그 행을 따라 죄가 오는 것이 이 같은 것이다 .
부처님은 게송을 마치고 다시 신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전생이 짐승의 몸이었지만 장난으로나마 탑을 세웠 기때문에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나에게 와서 바 른 교훈을 듣게 되었으니 이 인연으로 온갖 괴로움에서 영원 히 벗어날 것이다"
부처님의 이 말씀이 끝나자 5백명의 신들은 모두 깨달음을 얻 었고, 그들과 함께 온 5백명의 바라문들은 죄와 복에 대한 인 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탄식했다.
" 우리들은 신선의 도를 닦은 지 여러 해가 되었으나 아직 그 과보를 받지 못했다. 이는 저 원숭이들이 장난삼아 탑을 세운 것이 복이 되어 천상에 태어난 것만 못하구나. 부처님의 도와 덕은 진실로 미묘하기가 이와 같구나."
5백 명의 바라문들은 부처님에게 예배 드린 후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은 그들을 모두 제자로 삼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