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전강스님 법문

2018. 9. 8. 12:3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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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스님 법문



내가 선학원(禪學院) 아랫방에 있는데 기어이 나를 올라오라고 야단이다. 금봉(錦峯)스님이 야단이여. 법문은 이게 법문이여. 이런 것을 잘 들어야 하는 것이야. 금봉스님이 기어이 올라오래. 내가 눈치를 알고 안갈라고 하는디 기어이 올라오래. 

 

누가 법을 쓰던지 묻던지 할 것 같으면 법이란 건 소중해. 정전강 몸뚱이에 법이 있다면 내 몸 속에 법을 찾아오는 법이지. 정전강이 가는 법이여? 나 안가. 가자고 가자고. 법은 소중히 가져야 하는 법이여.

 

내가 금봉스님을 평생 놀려댔어. 왜 놀려댔느냐? 원체 성질이 천진난만해서 점잖을 줄도 모르고 체면도 말라. 담배를 푹푹 펴. 불가에서는 담배를 많이 금한 거 아닌가.

 

"아, 무슨 체면이 그리 없소?"

 

"잘못했다. 안 필게."

 

아, 이러고 조금 있다 또 펴. 그렇게 천진혀 말할 것도 없어. 아마 도인 분상에 그렇게 영아행 가진 이는 없을 것이구만. 참말로 없어. 통 몰라. 금방 해놓고도 금방 몰라. 모른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무심혀.

 

올라가자고 하도 그래. 그때 큰방에 여러분들이 꽉 차 모여 있는디 나를 오라해. 나를 앞에다 증사(證師)처럼 앉혀놓고 법을 물어. 향곡(香谷)이 사상사로 하더라도 운봉 당상의 상좌 아닌가.

 

"향곡! 제일구 하나 이르게. 상신실명(喪身失明)이라 했으니 상신실명 하나 이르게!(금봉스님이 매우 급한 어조로 하문하심)"

 

왜 그렇게 이르라면 점잖게 체면을 세워서 "향곡 제일구 한번 일러보게." 한다던지 이렇게 할 것 같으면 좋으련만 아따 그냥 팰 것처럼 그러니까 향곡이 즉시 안이르고 한참을 앉았다가

 

"창천(蒼天), 창천!"

 

하여간에 향곡 땅은 법문이 또 창천 창천인가 보구만.

 

"아니다! 아니여! 창천, 창천이 아니다!" (금봉)

 

제일구에 창천 창천. 창천이란 것은 중국의 애사(哀辭)랍니다. 슬픈 말이여. 가장 친한 친구던지 가장 중대한 사람이 죽으면 우리나라 말로 하면 '아이구 그 어른이 죽었다. 이렇게 서운할 수가 있는가.' 이런 애사래. 그러니 상신실명이니까 슬픈 애사를 쓴 것이라 그 말이야. 아마 그런건가봐.

 

하나 제일구에 가서 창천 창천이란 건 되지도 못할 일이여. 내 이제사 얘기지. 거기선 또 안했간디? 나는 또 성질이 그런데 가서 참을 수가 있간디? 내가 뭐 그렇게 점잖고 참을성 있는 사람이여? 나 같이 말 함부로 푹 내던져버리는 사람인디. 순서가 없이 해버리는 사람인디.

 

"금봉스님! 그렇게 잘 이른 그 제일구를 갔다 아니라케? 어째서 아니요?"

 

내가 또 그랬다. 한바탕 또.

 

"그건 또 어째서 그려?"

 

아 그렇게 묻는데는 곤란해.

 

"내(전강)가 시원하게 한마디 점검해 드릴 것이니까 들어 보시오."

 

"어째서 아니라 해?"

 

"봄 꿩은 제 울음에 죽는 법이다."

 

내가 그랬지. 그리고 끝났습니다. 여기 모두 향곡스님 회상에서 지내고 오신 보살님이 많이 계시니까 내가 이런 법문 해놓는 것이니 고대로 가서 말씀 한번 전해보시오. 용화사 전강스님이 해제가 닥쳐올 때 그런 법문 해서 들었다고. 그렇게 자꾸 탁마하는 것이여. 좋다 잘 일렀다 옳다 한 것이 그것이 법 아니여. 항상 탁마여.

 

향곡스님이 제일구 답을 그렇게 했는데 금봉스님이 아니다 했는데 나는 어찌 아니라 했는고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마쳤어.

 

그 전인가 언젠가 내가 잠깐 범일동 나와서 하룻밤 자는데 뜻밖에 향곡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뚝 나와서 암두귀방장(岩頭歸方丈: 덕산선사께서 공양을 나오다가 암두스님의 한마디에 방장실로 돌아간 화두) 도리를 물어.

 

"나는 못이르겠다."

 

"왜 못 이르십니까?"

 

"일천성인도 알지 못했느니라."

 

"창천, 창천!"

 

평생 창천이더구먼. 아 이놈의 창천은 대체 늘 쓰는 창천인디. 두고 쓰는 법문이로구나. 대체 그런 창천 법문 하나 없으면 안될 번 했나 보다. 나이가 나하고 대면 그 사람은 참 얼마나 적냐 말여. 이리 좀 오라 그랬는데, 아 차분히 앉아서 좀 법을 논하면 될 텐데 그냥 달아나버려.

 

그 다음 동화사 있을 때 법성스님(진제스님)이 찾아왔어. 또 암두귀방장 도리를 묻네. 이 사람은 향곡 제자인데 한 계통이라구나. 오라 이놈 내가  똑같은 인가 소식으로 한번 씹어줘야겠다.

 

"암두귀방장 도리를 이르시오."

 

"나는 못이르겠다."

 

"어째 못 이르십니까?"

 

"일천성인도 알지 못했느니라."

 

또 그랬지. 아 그랬더니 "창천, 창천!"하고 또 나가. 내가 법을 그렇게 안 쓰게 만들 것인가?

 

"아, 이런 천리가 동풍이요, 사자가 창화로구나. 이리 좀 들어오너라."

 

그랬더니 아 그냥 달아나버려. 그날 오후에 내가 동화사 조실에 있는데 비구니 하나가 척 들어오는데 누군고 하니 김일법(一法)이여. 설악산 무슨 암인가 그 비구니가 척 올라와. 그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가 아니라 보살로 있다가 늦게 머리를 깍고 나한테 수계를 했어. 내 수계상좌인데, 나와 그와 같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한테 온 것이여.

 

"조실스님, 동구 밖에 왠 수좌가 앉아서 정전강 동화사 조실로 왔는데 썩어버렸다. 어느 수좌가 암두귀장장 도리를 묻는데 꼼짝 못하고 방망이로 쳐버렸다고 시방 동구에 앉아서 굉장합니다."

 

"아, 그래야지. 정전강도 학자 방에 죽어야 할 것 아닌가. 부처님께서도 한방에 타살해서 개먹이로 준다고 했는디, 전강이도 죽어야 할 거 아닌가. 거 옳네. 나를 척 죽여서 뼈다귀 까지 화장해버러야 하네."

 

그랬는데 그 다음에 아마 거기 앉아서 일법이가 내 수계상좌인지 알 턱도 없고 앉아서 선전하는 것이여. 주차장 만들어 놓은 거 가게 길에 앉아서. 그 사람이 다른 수좌가 아니라 법성이라는 사람인데 법성인가 앉아서 딴 수좌가 그랬다고 그놈을 살짝 면목을 바꿔쳤어. 그래가지고 앉아서 때려쳐부수는데. 그래야 선법이란게 간택되고 그것이 다 선법이여.

 

그래서 옳다 그래야지 해놓고. 마침 그러자 해제가 닥쳐왔는데 내가 해제법문이지. 성오가 내 시봉을 해서 다 알지. 지난번에 했지만 이거 다 잘 해놔야돼. 이런 것이 과거에 있다면 염송 법문이여, 전등법문이고. 법상에 올라가서

 

"우리 부처님께서 그와 같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렇게 법문을 했는데 운문이 당시에 있었으면 일방타살이라 했으니 정전강이 동화사에 와서 학자가 물어 거기에 그만 학자방에 죽었으니 그래야할 것 아닌가. 좋다! 그렇게 동구밖에 앉아서 전강을 일방타살했다니 좋다. 전강은 그 방을 맞고 아이고 했으니 후는 여하냐?"

 

이렇게 물었더니 거기서 한 마디 나와야지 전강 옳게 친 법이지. 아 이거 거기서 도망가버렸어. 나중에 찾아보니까 동화사에서 결제를 채우지 못하고 도망갔다. 이것을 잘 알으셔야 한다 그 말이야.

 

여기다가 내가 연속해서 귀방장도리에 대해 법문 한마디 할려오. 천하에 귀방장 가지고 얘기하는데 판치생모(板齒生毛)는 내가 막 퍼늘어놓고 묻지만 귀방장은 내 아직 얘기 안했어. 덕산 가풍은 방이여. 천만 천하없는 별 도리를 향상 향하를 다 물어도 방이여. 덕산 가풍이 방이기 때문에 암두스님이 방망이를 짊어지고 들어가는 것이여. 이걸 알라 이 말이여. 본분 납승이 방 짊어지고 들어가는데는 무서운 거 붙도 못하는 것이여. 이걸 알아야혀.

 

'종도 울리지 않고 북도 치지 않았는데 바리때를 가지고 어디를 가십니까?'하고 물으니까 "귀방장 저두 귀방장"한 것이여. 그때 당신 가풍이 방인데 방을 막 칠 것인디 쳐? '저도 귀방장' 아 이렇게 해주는데 몰라? 그때는 덕산이 암두를 쳐버린다 이거여.

 

여까지 해주는데 요따위 소견을 가지고 내 앞에 와서 고따위 소견을 혀. 고따위 고런 것 갔다가 그놈을 내가 척 일러 줄 것이여? 썩을 놈들. 어디여? 딱 보고 앉아서 척한 걸 알아야지, 천성도 불식이라 할 때에는. 지가 창천 창천을 내놔?

 

이게 무슨 도리여. 생각해봐. 고린내가 펄펄난다 그 말이여. 지놈이 감히 나한테 와 인가받아야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고 앉았어? 이것이 법이냐 말여. 속지 말란 말여. 학자는 속지 말아야 혀.

 

< 1969년 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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