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의 눈물에 옷 적시고, 무제 혜조 선사 / 릴라님

2019. 2. 3. 15:2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시 [禪詩]

728x90

영산의 눈물에 옷 적시고, 무제 혜조 선사 / 릴라님




무제 혜조(無際)는 대혜종고 선사의 제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시랑 벼슬을 한 장연도입니다. <운와기담(하)>에 무제 선사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그가 집에 있을 때 관상쟁이가 지나가다가 그를 보았습니다.

그는 어린 무제를 보고, ‘이 분은 뒷날 보좌에 앉아 설법할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무제는 커서 관상쟁이의 말대로 머리를 깎게 됩니다. 그는 대혜 종고 선사의 비구니

제자인 무착 묘총에게 머리를 깎았습니다.

 그 밑에서 공부를 했지만, 깨달음의 인연은 없었습니다.

뒷날 무착 선사를 따라 경산의 대혜 종고 스님을 참례했다가 깨닫게 됩니다.

<운와기담(하)>에는 무제 선사가 말년에 벼슬에 오른 아들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으로 보아 무제 선사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 후 출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제가 대혜 선사 밑에서 깨달음을 얻자, 은사 무착 묘총은 그에게

대중을 지도하라고 권합니다.

「속비구니전」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그의 법을 따랐다고 합니다.

무제 혜조에게는 도반 초종(超宗) 비구니가 있었습니다. 초종 비구니 또한 대혜 선사의

제자로 같은 문도로서 가깝게 지낸 듯합니다. 초종은 시랑 유계고의 질녀입니다.

유시랑 계고는 대혜 종고 선사가 남긴 『서장』에도 나오는 인물로, 관직에 나가있으면서

대혜 선사에게 꾸준히 법을 물어온 인물입니다.

초종 비구니의 속가 역시 불법과 인연이 매우 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제와 초종이

대혜 종고 선사 열반 후 경산사에 모셔진 탑을 청소하며 서로 나눈 게송이 전해집니다.

무제 혜조가 한번은 경산사에 가서 대혜 스님의 탑을 청소하며 게를 지었다.

영산의 눈물에 옷 적시고
향로는 소실봉을 향해 피어오르네.
구름 덮인 산은 텅 비어 눈에 가득한데
법왕을 뵈옵지 못하는구나!


衣濕靈山淚 鑪焚少室向

雲山空滿目 不見法中王.

이때 초종 도인이 그곳에 이르지 않았기에 무제가 빨리 오라고 재촉하니

초종이 게송으로 답하였다.

탑은 본래 티끌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가서 청소하는가.
쓰는 대로 티끌이 일어나기에
그래서 나는 가지 않으려 하네.


塔本無塵 何用去掃.

掃卽塵生 所以不到.
-운와기담(하)

무제 선사가 대혜 종고를 모신 탑을 청소하러 왔다가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영산은 부처님이 묘법연화경을 설한 영취산을 말합니다.

불법, 부처, 스승의 은혜를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앞선 선지식들의 은혜로 감사의

눈물이 흐르고, 그들을 기리며 피운 향은 소실봉 즉 달마가 주석했던 소림사의

산을 향합니다. 눈앞에 드러난 온갖 분별상이 그대로 텅 비어 충만한데,

스승은 모습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승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무제는 게송을 읊고 난 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초종 도인에게 어서 오라고 재촉합니다.

초종 도인은 탑에 본래 티끌이 없다고 합니다. 대혜 선사를 모신 탑이지만,

이는 곧 법신을 의미합니다. 우리 각자의 본래 면목은 육체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어서

탑에 모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스승 대혜는 탑에 계신 것이 아니라 허공법신 자체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티끌이 묻을 수 없으며, 닦을 먼지도 없습니다.

오히려 닦으려 하면 분별이 일어나 먼지를 일으키니 손을 대지 않음만 못합니다.

진정한 부처, 참된 스승은 저 밖에 있는 존재도 아니고 탑 안에 모실 수도 없습니다.

부처가 나이고, 스승이 나이며, 내가 곧 불법입니다.

지금 우리 각자에게 완전하게 갖추어져 있으며 이 순간 분명합니다.

여기에서 부처가 나오고 스승이 나오며 나와 남이 나옵니다.

지금 이 깨어있음이 진정한 부처이고 눈앞이 영산회상이며 소실봉입니다.

부처, 달마, 대혜 뿐만 아니라 무제, 초종이 모두 하나의 일입니다.

무제 혜조는 뒤에 어부의 노래 가락에 맞춰 원오 선사를 찬하였습니다.

일곱 도량에 앉아 세 차례 군왕의 조서를 받았네.
허공 꽃과 물속의 달은 어느 때 끝날까.
소옥아! 부르는 소리에 도를 깨쳤으니
참으로 우습도다!


七坐道場三奉詔 空花水月何時了.

小玉聲中曾悟道 眞堪笑.


이제껏 자손들을 족히 속여 넘겼으니
파도 같은 논변에 탁 트인 목소리
공중에 달이 비치듯 환하도다.


從來謾得兒孫好

辯湧海潮聲浩浩

明如皓月當空照.

지팡이 날리며 서쪽으로 돌아가니 구름 아득한데
사천의 원숭이 울부짖을 때
대가는 귀향가를 부르는구나.
飛錫西歸雲査渺 巴猿嘯 大家唱起還鄕調.
-운와기담(하)

원오극근 선사는 대혜종고 선사의 스승입니다. 그는 <벽암록>의 저자로도 유명합니다.

원오극근은 오조법연 문하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느 날 오조 법연 선사에게

한 사람이 찾아와 법을 묻자 오조 법연 선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주 소옥이를 부르지만, 소옥이에겐 일이 없다. 다만 낭군에게 알리는 소리일 뿐이다.’
이 내용은 현종의 비인 양귀비와 안록산 장군의 연애를 다룬 소염시(小艶詩)입니다.

양귀비가 일없이 몸종 소옥이를 부르지만 소옥이에게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문밖에 있는 정부 안록산 장군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르는 것입니다.

법이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언어와 문자를 떠난 것도 아님을 알려주는 말입니다.

원오극근은 옆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오조법연은 원오극근이 인연이 되었음을 알고 이렇게 다지듯 말합니다.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인가. 뜰앞의 잣나무니라.”
원오극근은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때마침 문밖에서 수탉이 날개짓하며 울었습니다.
“아, 이것이다. 바로 이 소리다!”

무수한 나날을 물결에 휩쓸리고, 거품에 뒹굴던 삶을 마감하고 이제 온갖 물결과

거품의 일렁임에도 상관없는 부동의 자성을 깨달은 것입니다.

이후 원오는 일곱여덟 곳을 옮겨다니며 법을 폅니다. 남송의 고종과 북송의

휘종으로부터 원오와 불과라는 호(詔書)를 받았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뛰어난 안목과 다양한 방편력, 그리고 깊이 있는 학식으로 대혜종고,

호구소륭 등 100여명의 제자들을 배출하였습니다.

법이 말과 문자를 떠났지만 말과 문자를 이용하여 일깨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말과 문자에 끌려 마음을 내지만 결국 그 모든 말이 허공의 꽃이요,

물속의 달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말과 문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허공에 달이 밝게 비치듯 온갖 현상의 변화가운데서도 자성만이 오롯한 세계가 열립니다.

이것이 뛰어난 선사들의 속임수, 즉 방편력인 것입니다.

원오 극근 선사는 말년에 고향인 사천성으로 돌아갑니다.

사천(巴는 사천에 있었던 옛 나라이름)의 원숭이는 분별심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합니다.

모두들 분별심에 휩싸여 있을 때 오직 원오만이 본래 하나인 고향에서 유유자적 노닌다고

찬양했습니다.
무제 선사는 건도 7년(1171)에 임평 명인사의 주지로 옮겨갔다가 순희 4년(1177) 6월에

무위군에서 그의 아들 양첨판과 마지막 만남을 가지고 이별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광효사의 법상에 올랐다가 앉은 채로 입적했습니다.

그의 머리를 깎으니 무수한 사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당시 삼복 더위였으나 며칠이

지나서도 그의 용모는 변함없었습니다. 자수사에 모셨다가 그의 제자인 각진이 고소사로

모시고 돌아갔으며 잠시 능가산에 초빙되었다고 합니다.

11년 후에는 그의 아들이 삼구로 옮겨 갔는데 뼈를 봉안했던 감을 땅속에서 파내자마자

샘물이 솟아나와 승려나 속인들이 모두 놀라 공경하였다고 합니다.

무제 선사는 오조-원오-대혜를 잇는 임제종 양기파의 비구니 선사입니다.

그에 대한 다양한 기록은 없지만, <운와기담(하)>에서 그의 속가와 출가 그리고

 깨달음의 인연과 안목이 소개되었습니다.

많은 비구니 선사들이 배출되고 법을 폈을 테지만 후대에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에 무제 혜조 선사에 대한 기록은 여러모로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秋夜雨中 -- 崔致遠 (추야우중 --최치원)

秋風惟苦吟 (추풍유고음)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나니

擧世少知音 (거세소지음)   온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깊은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등불 앞 외로운 마음 만리를 달리네.


●大同江 - 鄭智常 (대동강 -- 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개인 긴 언덕에 풀빛도 많은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남포로 님 보내는 구슬픈 노래 울리나니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이 대동강 물은 언제나 다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 눈물이 물걸을 더하는 것을.

 
 인터넷 검색 Best 인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