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나날이 되풀이 되는 것만 같아 보인다. 하루 세 끼 먹는 일과 일어나는 동작,
출퇴근 하는 규칙적인 시간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또는 후회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날이 그날 같은 타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시간은 시작도 끝도 없이 흘러간다.
이와 같은 반복적인 나날이 인생의 전부라면 사람들은 허락 받은 남아있는 세월을 반납하고서라도
도중에 뛰어내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그날이 그날 일 수 없다.
오늘 있는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또한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내가 아니다.
사람이란 다행히도 한 자리에만 고대로 놓여 있는 물건이 아니며, 있는 자리에서만 맴돌도록 만들어진
시계바늘도 아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변화하면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이 생명현상(生命現像)이므로, 개인의 의지를 담은
노력 여하에 따라 각자의 인생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일일시호일(日日時好日) 날마다 좋은 날.
하루하루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시들시들하고 무의미한 날이 아니라 영원히 항상 새로운
날이라는 뜻이다. 자신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의지적인 노력으로 거듭거듭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날마다가, 하루하루가 영원히 늘 새로운 날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사는 하루하루가 힘겹고 고통으로 얼룩져 있는데 어떻게 날마다가 좋은 날일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순간순간이 힘겹고 고통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날마다 하루하루가 순간순간이 영원히 새로운 순간이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
받는 속에서 인생의 의미, 삶의 의미를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인생, 삶은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그
도전을 극복하려는 의지력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려면 모순과 갈등으로 가득찬
힘겹고 고통으로 가득찬 인생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다른 사람이 그의
인생을 사는 처럼 아무렇게나 살 것이 아니라 내 인생, 내 삶을 새롭고 소중하게 살아야만 한다.
되풀이되는 변화가 없는 것 같은 똑같은 것 같은 매일매일의 일상생활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서 날마다
좋은 날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생생활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은 내 생각 내 마음의 변화에서 온다.
- 법정스님 글 중에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