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는 말 소리가 나를 괴롭힐 수 있을까?/법상스님

2019. 3. 24. 10: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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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는 말 소리가 나를 괴롭힐 수 있을까?




내 바깥에 있는 그 어떤 것도 결코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것은 없다. 

도인(道人)은 고통(苦痛) 중에서도 '통(痛)'은 있지만, '고(苦, 괴로움)'는 없다고 하듯이,

내 바깥에서 내게 통(痛, 아픔)을 가져다 줄 수는 있겠지만,

결코 고(苦)를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외부경계, 내 바깥경계에 끊임없이 휘둘린다.

바깥세계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공격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내개 어떤 사람이 '일도 못하는 무능한 놈'이라는 말을 했다고 해보자.

사실 그 말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말이라는 하나의 소리가 일어났다가 사라졌을 뿐이다.

어떤 분별도 없는 텅~빈 空의 자리, 진리의 자리,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말이라는 소리를 볼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념을 입혀서, 의미를 부여하고

개념을 덧씌운 그 말소리에 얽매이고, 구속당하고, 집착해서 화를 내고,

온갖 생각을 가져다 붙임으로써 그깟 '소리' 하나에 걸려 오랜동안 많이 괴로워한다. 


'일도 못하는 무능한 놈'이라는 한마디 말 소리가 어떻게 나를 휘두르고 얽매고

괴롭게 할 수 있겠는가? 내 자식이 성적이 떨어져서 괴롭다고 말한다.

아이의 성적이 나를 괴롭힐 수 있다고? 정말로 그럴까? 

아이의 성적에 집착하고 연연해 하는 내 마음, 내 생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일 뿐,

자식의 성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만약 자식의 성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라면, 성적이 나쁜 모든 아이와 그 부모는

다 괴로워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돈이 없어서 괴롭다거나,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 괴롭다거나, 몸이 아파 괴롭다거나

등등 일체의 모든 괴로움이 사실은 내 생각, 내 마음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 어떤 조건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실어 줌으로써 집착하는' 내 마음, 내 인식이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언제나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질 수 있다.


- 법상 스님

 
 들국화 (A Wild Camomile) - 걱정 말아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