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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 몽지님 ‘지금’이라는 글자가 드러나기 이전에 그대의 진정한 본성, 그대의 진정한 본체는 이미 드러나 있었다. 바로 지금도 또한 그러하다. 그대에게는 몇 번의 지금이 있는가?
지금, 지금, 지금, 오직 지금뿐이다!
여기... ‘여기’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이전에 그대의 진정한 존재, 진정한 그대 자신은 이미 완전하게 구현되어 있다.
그대는 언제나 여기에 있다.
여기, 여기, 여기, 언제나 여기에 있다!
그대는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그대는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에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바로 지금, 바로 여기, 바로 이것이 진정한 그대이다. 그대가 아닌 듯한 이것이 마치 그대인 듯한 그것까지 아울러 머금고 있다.
언제나 이와 같음 가운데 그대의 과거의 삶과 그대의 미래의 삶, 그리고 현재 그대의 삶이 의지해 있다.
그것들은 오고 또 가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지만, 바로 지금, 바로 여기, 바로 이것은 언제나 이와 같이 있다.
이 있음이 바로 이와 같음, 그대의 존재, 존재인 그대 자신이다.
아직 사람으로 快哉渾沌身 不飯復不尿 遭得誰鑽鑿 因玆立九竅 朝朝爲衣食 歲歲愁租調 千箇爭一錢 聚頭亡命叫
아직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 혼돈의 몸은 그지 없이 유쾌했고 밥 먹고 오줌누는 번거로움도 없었는데 어쩌다 누구에게 구멍을 뚫렸는가 그래서 사람이 되어 아홉구멍을 갖춘 몸이 되었는가 덕분에 날마다 입고 먹기에 허둥지둥 해마다 세금낼 걱정뿐 돈 한 푼에 천 사람이 다투어 와글와글 모여서 목숨 걸고 외쳐대네
* 혼돈(混沌) 혼돈은 <장자 莊子>응제왕편에 나오는 우화에서 유래한다. 남해의 임금인 '숙'과 북해의 임금인 '홀(忽)'이 중앙의 임금인 혼돈의 땅에서 모인 일이 가끔 있었는데 그 때마다 혼돈은 후한 대접을 하였다. 이에 감사한 숙과 홀은 혼돈에게 무엇인가 보답을 하려고 서로 상의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눈과 귀와 입과 코의 일곱 구멍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쉰다. 그런데 혼돈에게만 구멍이 없으니 뚫어 주는 것이 어떨까?" 그래서 숙과 홀이 매일 한 구멍씩을 뚫었더니 혼돈은 7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 천태 한산(天台寒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