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는 마음공부를 돌아볼 수 있는,
혹은 온갖 괴로운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그 질문은 '이것은 생각(虛想)인가?
아니면 실상(實相)인가?'
하는 질문이다.
어떤 것 때문에 괴롭다면, 그 괴로움이 생각(허상)인지 아니면
진실(실상)인지를 살펴보라.
어떤 사람이 내게 욕을 해서 내가 괴롭다면, 내가 괴로운 것은
생각(허상)일까 아니면 실상(진실)일까?
당연히 내가 괴로워 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내 생각(허상)일 뿐이다.
남이 나에게 한 욕 때문에 내개 괴로워 하는 것은
왜 생각(허상)일까? 남에게서 욕을 먹은 그 일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 일이고, 과거에 욕을 먹은 일을 기억하고 생각해야지만
그 기억과 생각으로 인해 내가 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5분 전에 욕먹은 일 때문에 괴롭지만,
사실 지금의 실상(진실)은 무엇일까? 지금은 아무 일이 없다.
지금 그 누구도 내게 욕하는 사람이 없다. 이처럼 아무 일도 없는
이 일 없는 '이것'이 지금의 실상(진실)이다.
아무 일도 없는 이것이 지금의 실상(진실)임에도 그럼에도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과 생각을 끄집어내고
그것에 사로잡혀, 거기에 생각 생각으로 온갖 해석을 붙임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더 괴로움으로 몰고갔을 뿐이다.
그것이 생각이며, 생각은 허상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안다면,
그 생각(허상)을 따라 갈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생각(허상)을 따라 갈 이유가 없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있는 이대로의 아무 일도 없는
'이것'만이 실상, 진실이다.
허상(생각)에 허망하게 사로잡히면 괴롭지만,
실상(진실)에 서 있으면 아무 일이 없다.
-법상스님- |